여름휴가를 다녀온 뒤 ‘바캉스 증후군’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휴가철이 끝나면 항상 많은 사람들이 부주의한 건강관리로 각종 질병에 걸리거나, 체력을 능가하는 무리한 일정으로 인해 생체리듬이 깨지면서 극심한 피로감을 느끼거나 일이 제대로 손에 잡히지 않아 고생한다. 바로 이것이 바캉스 증후군이다. 이 때문에 휴가 이후 단순한 피로에 따른 후유증으로 생각하고 가볍게 대처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바캉스 증후군 중에는 사회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심각한 증상들도 있다. 따라서 바캉스 증후군에 대한 제대로 된 대처방법 또한 중요하다.

바캉스 증후군이란

여름휴가를 뜻하는 바캉스(Vacance)는 원래 ‘텅 비어 있다’라는 뜻의 프랑스어에서 유래됐다. 어원으로 따지면 집을 비워놓고 멀리 떠나 휴식을 취한다는 바캉스는 비움의 문화이며, 다시 채우기 위해 비우고 잃어버린 나를 찾는 것, 재충전하는 시간을 뜻한다. 바캉스의 천국 프랑스는 1년 중 법정휴가가 5주나 되는 것으로 유명하다. 프랑스인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을 최고의 바캉스로 여기고 있다. 그냥 한적한 곳에서 사색하는 시민들이 많다는 것,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최근에는 ‘템플스테이’란 기도원 휴가가 새 휴가명소로 부상해 전국 250여 곳의 수도원, 수녀원, 성당 등에 명상 휴가객이 러시를 이뤘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대부분의 휴가가 일주일 안팎으로 상당히 짧다. 이 때문에 무리한 일정으로 휴가를 보내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당연히 휴가 후 직장에 돌아와서 극심한 피로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바캉스 증후군이다. 바캉스 증후군으로는 일상생활로 돌아온 후에 피곤하고 의욕이 없어지고 무력감과 무기력증, 심지어는 우울감 등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입맛이 떨어지고 소화가 되지 않으며 온 종일 나른해 업무능률도 오르지 않고, 심할 경우 두통이 생겨 고생하기도 한다.

피로와 수면장애

가장 대표적인 바캉스 증후군은 극심한 피로나 수면장애다. 이는 대부분 휴가 기간 동안의 불규칙한 생활로 생체 리듬이 깨지면서 발생한다. 휴가 기간을 집에서 보낸 경우에도 더위나 자유분방한 생활로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경우가 많고, 휴가지에서도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거나 놀다가 새벽이나 낮에 잠을 자게 되므로 생활의 리듬이 깨지면서 일상생활에 적응이 되지 않아 생기는 현상이다. 이를 극복하려면 무엇보다도 규칙적인 일상생활로 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출근을 시작하기 하루 전에는 집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서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또한 출근 후에도 일주일 정도는 일과 후 술자리나 회식자리는 피하고 일찍 귀가해 휴식을 취하고 하루 7~8시간의 수면을 취해야 한다. 또한 낮 시간에 피로를 느낄 경우 30분 이내의 숙면을 취한다면 오후의 능률을 높여주면서 신체 활력을 솟게 하는데 유용하다. 그렇다고 무조건 장시간 잠을 자는 것은 좋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오랜 수면은 피로감을 느끼게 하는 원인이 됨은 물론, 본격적인 수면장애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괴로운 휴가의 흔적, 일광화상

바캉스 증후군의 또 다른 증상은 바로 피부질환이다. 휴가기간 동안 산이나 바다와 같은 야외에서 직접 내리 쬐는 강한 햇볕에 장시간 노출되면서 기미나 주근깨와 같은 피부질환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심할 경우 피부가 붉게 익어버리는 일광화상도 여름철 피부질환에 속한다. 일광화상의 경우 강한 햇볕에 노출된 후 피부가 붉게 부어오르면서 통증이 심해지며, 심할 경우 피부가 벗겨지고, 화상부위가 쓰라리는 등 상당한 고통을 수반한다. 따라서 일광욕 뒤에는 열기가 가라앉을 때까지 냉장 보관해 둔 차가운 물수건이나 얼음주머니를 마른 수건에 싸서 냉찜질을 해주는 것이 좋다. 문제는 화상의 강도가 높아 물집이 잡힌 경우다.

이 경우에는 2차 감염의 위험이 있으므로 의사와 상담을 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낫다. 일광화상이 의심된다면 피부관리를 해주는 것이 좋다. 특히 건조한 피부는 일광화상의 증상을 악화시키므로 기본적으로 몸에 충분한 수분을 공급하기 위해 하루 7~8잔의 물을 마시는 것이 효과적이다. 피부미용법으로 알려진 오이마사지도 좋은 치료법 중 하나. 오이마사지는 수렴작용과 보습작용을 함께 해주므로 피부건조를 막는데 유용하다. 또한 비타민A나 항산화작용이 있는 비타민C, E 가 포함된 화장품이나 항산화제 보충제는 자외선에 의한 피부노화나 기미와 같은 색소 병변에 효과가 높다.

전염성 눈병과 세균성 귓병

휴가철에서 아이들이 가장 많이 걸리는 질병으로는 눈병과 귓병이 있다. 이중 눈병은 해수욕장이나 수영장에서 감염되기 쉬우며, 바캉스가 끝난 후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대부분의 유행성 눈병은 특별한 치료 없이도 1~2주 정도면 회복된다. 따라서 가족 중에 눈병 환자가 발생하면 다른 가족으로의 전염을 막기 위해 개인위생 관리에 철저해야 한다. 최대한 자주 손을 씻는 것은 물론, 감염부위인 눈을 손으로 비비지 않아야 하며, 환자와 수건 및 위생 도구를 따로 쓰는 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문제는 눈병으로 인해 2차적인 세균감염 위험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합병증을 동반하는 경우 안과 진료를 장기간 받아야할 정도로 심각해진다. 휴가 이후 귓병의 대부분은 세균성 외이도염으로 귓속의 외이도(귓바퀴에서 고막에 이르는 통로)의 점막이 붓고 진물이 흐르는 증상이 나타난다. 이로 인한 통증이 심할 경우 진통제를 사용하고, 항생제 연고를 면봉에 묻혀 외이도에 발라주면 증상이 호전된다. 다만 세균성 질환의 경우 스테로이드가 들어 있는 연고를 바르면 오히려 증상이 더 악화되므로 사전에 연고에 함유된 성분을 살피는 주의가 필요하다. 눈과 귀의 질병은 대부분 이비인후과에서 간단한 치료로 완치가 가능하므로 휴가 이후 가족들과 함께 병원을 들러 보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다.
자료제공 : 을지병원 가정의학과/이비인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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