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옛말에 부자는 '망해도 3년' 또는 '3대 간다'는 말이 있다. 축적한 부를 토대로 삶을 이어간다는 말이다. 부자의 그릇된 삶을 지적한 속담이기도 하다. 최근 일부 재벌 총수의 행보에 빗댄 말이기도 하다. 일부 재벌 총수 일가나 경영진이 기업 경영에 막대한 부실을 초래하고도 거액의 돈을 챙겨 가는 도덕적 해이를 드러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대외적인 변화를 감안해 기업 곳간을 채우기보다는 '개인 이익만 채우려 한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실적 악화 속에 대주주들의 전형적인 '챙기기'라며 그들의 행태를 지탄했다.

 기업 경영 부실 초래하고도 거액 챙겨, 도덕적 해이 드러나
"노동자에게만 책임 떠넘겨서는 안 돼" 작금의 행태 비난 봇물

지난해 물러난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그룹 고문역과 퇴직금 등으로 65억 원에 달하는 보수를 챙긴 것으로 알려진다.
그룹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할 정도로 기업 부실을 겪은 가운데 퇴직금으로만 51억 원을 챙겼다.

지난달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박삼구 전 회장에게 지난해 급여 1억6800만원과 기타 근로소득 11억9200만원, 퇴직금 20억7900만 원 등 총 34억3900만원을 지급했다.

또한 아시아나항공과 함께 통매각된 아시아나IDT는 퇴직금 10억7800만원과 기타 근로소득 7억5300만원 등 총 21억2900만원의 보수를 박 전 회장에게 지급했다.

박 전 회장은 그룹 지주사인 금호산업에서 작년에 급여 6억6300만원과 상여 2억5300만원 등 총 9억1600만원도 받았다.

이를 전부 합하면 64억8400만원으로, 비상장회사임을 감안하면 작년에 박 전 회장이 챙긴 보수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금호산업 관계자는 "모든 계열사에서 상무 이상 임원에게 퇴직 후 고문역이나 자문역을 2∼3년 요청하고 있다"며 "박 전 회장도 그룹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고문역으로 보수를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박 회장은 2017년 금호타이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날 때도 고액의 퇴직금을 챙겨 논란이 된 바 있다.

 
고액연봉까지..근로자 씁쓸
 
코로나19 등 갖은 악재로 경영 위기에 놓인 이스타항공 노조는 대주주 일가에 구조조정 사태 책임을 요구했다. 지분 51%를 가진 이상직 前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과 자녀들에 대한 지적이다. 노조는 “대주주 일가가 사재를 출연해 경영실패에 책임져야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지난 8일 ‘구조조정에 대한 조종사 노조의 입장’ 자료를 통해 “이스타 창업주인 이상직 전 회장과 오너 일가는 노동자들의 고통을 외면한 채 제주항공으로부터 거액의 매각금을 챙겨 나갈 것에만 골몰하고 있다”며 “이 전 회장과 오너 일가는 즉각 사재를 출연하라”고 주장했다.

이스타는 현재 직원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최근 몇 달 수익은 ‘제로’에 가까웠다. 당초 회사는 리스기 10대 반납과 700~800여 명을 해고할 계획이었지만, 최근 300명 수준으로 축소했다. 집행 시기와 구체적인 인원은 노조와의 추가 협의를 통해 결정한다.

사무직원들의 원성도 거세다. 직원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과 직장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반발하고 있다.

지난 3일 국민청원에 올라온 ‘이스타항공 최대주주 이스타홀딩스는 각성하라’는 글은 700여 명의 동의를 얻었다. 이스타홀딩스는 이스타 지분 51.17%를 가진 지주사격 회사다. 해당 지분은 이상직 전 회장의 자녀 두 명이 나눠 갖고 있다.

직원들은 청원에서 “(이상직 전 회장의 딸) 이수지 이스타홀딩스 대표는 최대주주이자 상무이사지만 구조조정에 대한 법적·도의적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며 “이스타홀딩스는 매각 차익금(545억) 일부를 회사의 경영정상화, 퇴사자 위로금으로 지급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스타 전 직원 1600명은 강제 휴업 중이다. 2월은 임금 60%, 3월에는 전액을 체불했다가 이달에는 휴업을 결정했다. 회사는 두 달 치 임금과 함께, 지난해 연말정산금도 미지급한 상황이다. 최근에는 직원 고용보험과 국민연금까지 체납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고통 분담 안하나"
 
그룹 내 핵심계열사인 두산중공업 등이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박정원 회장이 고액연봉을 챙긴것도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해 4월 기업분석사이트 에프앤가이드가 상장사별 2017~18 사업보고서에서 5억원이상 고액보수 임원 현황을 분석한 결과 연봉 상승률이 가장 높은 임원은 박 회장이었다.

박 회장은 2018년 기본급 24억2000만원과 상여금 25억7000만원 등 총 50억원을 두산으로 부터 지급받았다. 이는 지난 2017년 연봉 32억원과 비교해 56.2%가 인상된 금액이다.

2019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박 회장은 급여로 24억8800만원, 상여금 6억700만원, 복리후생금 300만원 등 총 30억 9800만원을 회사로부터 지급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2일 이성배 두산중공업지회장은 경남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두산중공업이 경영 부실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지주사는 배당을 챙기고 경영진은 성과급을 가져갔다"며 "박 회장 등 경영진을 비판했다. 이처럼 비판이 일자 지난 4일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 정상화를 위해 전 계열사 임원이 급여 30%를 반납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재벌은 기업 형편이 어려워지면 총수 일가가 먼저 허리띠를 졸라매기보다 감원과 임금삭감 등 노동자에게만 책임을 떠넘겨왔다"며 작금의 행태를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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