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계절의 여왕 ‘가을’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무더위에 지친 이들에게 가을은 그야말로 대환영이다. 열대야와 무더위로 인해 찝찝하고 괴로웠던 여름 대신에 시원한 바람과 높은 하늘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을을 싫어하는 이들도 있다. 바로 천식과 비염환자들이 그들이다. 이들은 가을만 되면 숨소리가 거칠어지면서 콧물이 흘러내리는 이른바 ‘감기’ 증세로 인해 생활에 지장을 받는다. 특히 일교차가 클수록, 날이 건조할수록 이 같은 증상은 더욱 심해져 사회활동에 지장을 받을 정도다.그렇다면 천식과 비염을 치료할 순 없을까. 수술은 가능하지만, 재발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별다른 효과가 없다. 특히 알레르기성 천식과 비염은 병원에서조차 수술무용을 설명할 정도다. 그러나 해결책은 있다. 전문가들은 “천식과 비염은 평생 관리하는 질환”이라며 “관리만 잘 한다면 가을철에도 더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알레르기성 천식

국내 천식 환자는 현재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서울대병원의 조사에 따르면 어린이 천식환자는 80년 인구의 5.6%에서 97년 14.5%로 3배 정도 증가했으며, 성인도 나이가 들수록 늘어 60대 이상의 노인은 11.8%에 이른다. 이처럼 급속히 확산되는 천식은 숨길(기관지)이 좁아지면서 숨이 차고 숨소리가 거칠어지며 심한 기침을 하는 질환으로 기관지 점막이 찬 공기나 자극적인 냄새, 담배연기, 매연 등에 노출됐을 때 알레르기 염증 반응을 일으킨다. 이로 인해 기침을 빠른 속도로 하기 때문에 호흡이 불가능해지게 돼 방치할 경우 호흡장애나 기침에 의한 심장마비로 인해 사망하기도 한다. 천식의 치료법은 증상에 따라 다양하다. 가장 확실한 치료법이면서 예방법은 찬 공기 등 알레르기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요인을 피하는 것. 기관지 확장제나 항염증제를 이용한 약물요법, 알레르기 원인물질을 조금씩 투여해 체질을 개선하는 면역요법 등이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소량의 약물을 이용해 염증반응을 ‘원천봉쇄’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특히 약물사용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임산부들이 사용해도 안전한 약들이 많이 출시됐기 때문에 천식증세가 있다면 전문의의 처방을 받는 편이 안전하다.

알레르기성 비염

천식과 함께 가을철 단골 질환으로 유명한 것은 바로 비염. 특히 알레르기성 비염은 환절기마다 찾아오는 대표적인 불청객 중 하나다. 의학계는 인구의 20% 정도가 알레르기성 비염 또는 이와 관련된 질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실제 환자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비염은 코 안이 가려우면서 재채기를 하고 맑은 콧물이 쉴 새 없이 나오다가 코가 막혀 숨이 답답해지는 증상이 나타나며, 심한 경우 눈이나 목안이 가렵고 눈물이 나며, 머리가 아픈 것은 물론 냄새를 못 맡는 경우까지 있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크게 △특정 계절에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알러젠) 때문에 생기는 계절성 △계절과 상관없이 생기는 통년성 등으로 구분한다. 국내에서는 집먼지진드기 때문에 생기는 통년성 환자가 더 많지만 가을철 기온과 습도의 급격한 변화 때문에 생기는 계절성 환자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염의 치료법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은 가려움증, 재채기, 콧물 등을 완화시키는 항히스타민제를 먹거나 스프레이를 통해 콧속에 뿌리는 것. 스테로이드 성분의 스프레이 제품도 알레르기성 비염의 증상을 가라앉히는 데 효과적이다.

3주간 증상 이어지면 의심

문제는 알레르기성 천식이나 비염을 감기로 오인하는 이들이 많다는 점이다. 기침과 콧물, 재채기 등 증상이 대부분 비슷하기 때문. 특히 성인이 돼서 처음 천식이나 비염에 걸린 사람은 감기와 분간하기 더욱 어렵다. 알레르기성 천식과 감기의 가장 큰 차이점은 기침을 하는 기간. 감기 기침은 길어도 2∼3주 안에 낫지만 천식으로 인한 기침은 3주 이상 계속된다. 또 천식에 걸렸을 때에는 쌕쌕거리거나 가랑가랑하는 숨소리가 난다. 가을철 알레르기성 천식은 감기로 부쩍 악화됐다가 다른 증상이 사라지고 기침만 오래 남는 경우가 많다.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인한 콧물과 재채기는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부터 오전까지 심해졌다가 오후 들면서 점차 누그러지고 한 달 이상 지속되는 게 특징. 그러나 감기 증상은 대부분 1∼2주 안에 낫고 특별히 때를 가리지는 않는다.의학전문가들은 “알레르기성 질환인 천식과 비염은 환절기 감기나 독감으로 인해 악화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가장 확실한 방법은 9월 이전에 독감 예방주사를 맞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자료제공 : 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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