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 [뉴시스]
김종인 미래통합당 전 총괄선대위원장. [뉴시스]

[일요서울] 4·15총선에서 참패한 미래통합당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서 당의 재건을 도모하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총선이 끝나고도 열흘 가까이 지도체제 문제로 내홍을 겪은 통합당은 당 지도부가 '김종인 카드'를 일관되게 밀어붙이면서 비대위 출범에 한발 더 다가서게 됐다.

통합당은 24일 국회에서 심재철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이 주재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하는 안건을 논의한 끝에 참석자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김 전 위원장과 심 권한대행의 전날 회동 무산으로 비대위 논의가 한동안 표류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었지만, 심 권한대행이 김 전 위원장의 비대위원장직 수락 사실을 공식 발표하면서 가장 큰 불안 요소를 해소할 수 있게 됐다.

통합당의 비대위 전환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우선 지도제체를 비대위로 전환하기 위한 절차를 다음 주에 밟기로 의결했다.

통합당은 오는 28일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를 잇달아 개최한다. 상임전국위, 전국위에서 '김종인 비대위'를 추인하면 김종인 위원장이 곧바로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다만 당 내에 잠재된 불안 요소가 해소된 것은 아니다. 여전히 김 전 위원장의 '무기한·전권'을 둘러싼 반발 기류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당 안팎에선 "전권이 아니라 월권", "노욕(老慾)" 이라는 말도 흘러나오는 형국이다.

이번 총선에서 당선돼 5선을 달성한 주호영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이번에 당선자들이 새로 나온 상태에서 비대위가 장기적으로 가는 것은 사실상 당의 존재를 부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김종인 위원장을 모신다고 해도 권한과 시기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제일 마지막 남은 쟁점"이라고 밝혔다.

주 의원은 "대선 후보를 뽑을 때까지 한다는 것은 결국 당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정당이 자체적으로 지도자를 뽑지 못하는 이런 정당 갖고 어떻게 대선을 치르겠나"라며 "대선 후보 뽑을 때까지 비대위는 과한 것이고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고 지적했다.

주 의원과 함께 당내 최다선 반열에 오른 조경태 최고위원은 "반민주적 행태"라며 최고위 결정을 비판하고 중도 퇴장했다.

조 최고위원은 "우리 당에 그 누가 오더라도 민주적 절차와 사고를 안 하면 안 된다"며 "비대위라고 한다면 기한이 정해져야 하고 기한 내에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권한도 마찬가지다. 당헌당규를 뛰어넘는 권한이 어딨는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비대위 역할이 명확하지 않다"며 "잘못하면 비대위가 더 큰 분란·논란이 될 수 있다. 비대위 역할, 성격이 명확하게 나오고 나서 (전국위원회를 개최)해도 늦지 않다. 서둘러서 해서는 절대 안 된다. 당원 뜻을 충분히 수렴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심 권한대행에 따르면 비대위 기한은 당헌 96조6항에 따라 '비상상황이 종료된 후 소집된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와 최고위원이 선출될 때까지 존속한다'고 규정돼 있다. 전당대회 일자와 관련한 한시적 부칙조항을 전국위원회에서 수정해 원래 당헌에 명시된 비상대책위원회 규정이 적용될 수 있도록 당헌당규 개정절차를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선 현역 의원과 당선자 전원이 참석하는 총회 대신 전화전수조사로 의견 수렴을 한 방식도 문제지만 과반 이상의 찬성을 얻지 못한 만큼 당 내부적으로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만약 의견수렴이 부족할 경우 전국위가 개최되더라도 성원 미달로 표결조차 못하거나 부결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불과 4년 전 새누리당(미래통합당의 전신) 시절에만 해도 상임전국위와 전국위를 잇달아 개최해 비대위·혁신위 출범을 추인하려 했지만 성원 미달로 무산된 바 있다.

당 지도부는 김종인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지만 여전히 당 내에선 잡음이 흘러나온다.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능력이 충분히 있는 만큼 총선 패배 원인 분석과 반성을 통한 '자강론'을 내세우며 패배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유승민 의원은 전날 MBC 프로그램 '100분 토론'에 출연해 "우리가 왜 졌는지 알아내고 앞으로 이기기 위해 국민 마음을 알아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비대위를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누가 가르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패배 원인을 알고 갈 길을 찾은 다음에 비대위를 할지 전당대회를 할지 그 답은 쉽게 나올 것"이라며 최고위의 섣부른 결정을 비판했다.

조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별도 기자회견을 통해 "조속한 지도부 구성으로 총선 패배에 대한 반성과 분석이 시급한 상황에서 비대위가 다음 대선을 언급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부적절하다"며 "김종인 위원장이 진정 미래통합당을 원한다면 무리한 권한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당헌당규의 절차에 따라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쏘아 붙였다.

그는 "보수정당을 대표하는 미래통합당은 지금의 위기를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 아니 극복할 저력을 가지고 있다"며 "당헌당규를 어기면서까지 무소불위의 권한을 탐하는 비상대책위원회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반면 김영환 최고위원은 "김종인 비대위는 총선 민의에 따라 결정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총선 민의는 수도권 참패고 중도권 이탈이라 생각한다. 당을 환골탈태하라는 게 총선 민의이고 명령"이라며 지지했다.

이준석 최고위원도 2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김종인이라는 거물을 모시는 데 저희가 이견이 자꾸 나오는 모습 자체가 그 분 입장에서 불쾌할 수 있다"며 "김 전 위원장은 갑을관계가 어디인지 파악하고 움직이는 분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김종인 비대위 관련 당 내 논쟁이 나오는 것에 우려를 표명하면서 "통합당이 김종인 아니고 다른 카드를 내세울 만큼 옵션이 많은 상태가 아니다"라며 "(김 전 위원장이) 대권후보로 누구를 점지하겠다는 정도까지 가지 않을 거라고 보고, 다만 통합당의 토양을 간척하는 데 물리적 시간이 걸린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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