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보호활동가 반려견 사망 ‘진실공방’

해리와 순돌이 [사진=A씨 제공]
해리와 순돌이 [사진=A씨 제공]

 

[일요서울 | 황기현 기자] A씨는 199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동물보호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인물이다. 과거 그에게는 반려견 2마리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 A씨의 반려견이 이상 증세를 보이며 사망했다. 얼마 뒤 다른 반려견도 세상을 떠났다. A씨는 자신의 반려견이 살해당했다며 그 배후로 전국 육견인연합회를 지목하고 나섰다.

동물보호활동가 A씨 “육견인연합회 관계자가 흥신소 사람 고용해 반려견 살해”
육견인연합회 측 “전혀 알지 못하는 사실 무근의 주장”

지난 22일 서울 모처에서 A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A씨는 지난 2014년 전남 해남 700평 대지에 집을 마련한 뒤 반려견 ‘해리’와 ‘순돌이’를 데리고 살기 시작했다. 가장 가까운 이웃집은 도보로 약 5분 거리였고, 집 앞은 바다로 평소 인적이 드문 곳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갑자기 집안에서 여러 명의 음성과 욕설음, 움직이는 소리, 기타 위협적인 소음이 온종일 발생하기 시작했다고 A씨는 주장했다. 그가 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TV가 저절로 켜지기 시작했고’, ‘밤낮으로 방바닥이 진동했으며’, ‘집안을 무엇인가로 타격하는 소음이 가득해졌고’, ‘온종일 여러 명의 사람들이 씨X년이라는 욕설을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더불어 순돌이가 갑자기 일어서거나 걸을 수 없게 됐다고도 했다.
결국 A씨는 지난 2015년 11월 12일 24시간 집안에서 나는 소음을 녹음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순돌이가 2015년 12월 8일 사망했다. A씨는 “전날 오후부터 갑자기 (순돌이의) 항문이 풀리더니 내장이 다 터진 듯한 찌꺼기를 쉼 없이 방출해내기 시작했다”면서 “그 고통이 얼마나 심했던지 순돌이는 수회 까무러치고 의식을 잃거나 정신을 놓고 크게 앓았다”고 호소했다. 이어 “(순돌이의) 호흡이 곤란했고, 하루가 지나고 사망하고 말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의사도 순돌이 사망 몇 시간 전에 ‘위장관 쪽에 심한 통증이 있다’며 진통제를 놔주기도 했다”며 “저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신부전을 앓던 순돌이가 왜 소변도 못 누고 항문으로 폭발물에 의해 진 듯한 살점들과 내장찌꺼기들을 분출해내다 고통스럽게 사망해야 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라고 덧붙였다. 다른 반려견 해리가 같은 해 10월 사망한지 두 달 만에 발생한 일이었다.

A씨 “순돌이 죽기 하루 전 녹취록 듣고 깜짝 놀랐다”

A씨가 살해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게 된 건 순돌이가 사망한 지 약 6개월이 지난 2016년 5월 경이었다. A씨는 당시 순돌이가 죽기 하루 전에 녹음된 파일을 확인하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고 한다. 그는 “남녀 또는 여성 2인으로 구성된 팀이 2015년 12월 7일 밤과 새벽 밤새도록 5-6회 제가 자고 있는 동안 주거침입을 해 순돌이에게 다가가 무엇인가를 강제로 먹이고 괴롭히는 소음이 잔뜩 녹음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기자에게 “당시 침입자들이 저한테 ‘씨X년’이라는 욕설을 계속 했다”면서 “‘미치겠네’라고 말하는 음성도 녹음돼 있다”고 했다. 또 “해리와 순돌이, 그리고 저 A씨를 ‘모두 죽이라’”는 내용도 있다고 A씨는 설명했다. 기자 역시 A씨가 제공한 녹취록을 확인했다. 녹취록에서 누군가가 움직이는 소리는 들렸으나 정확한 청부의 내용은 확인하기 어려웠다.
사건의 동기가 궁금했다. A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협회 측이 이런 일을 벌인 이유가 있었을 터였다. A씨는 이에 대해 “제가 알기로는 육견협회에서 저한테 반감을 가질 수 있는 건, 제가 20년 동안 개고기 반대 운동을 사람들하고 같이 했고, 제가 석사 과정을 영국에서 했는데 그 논문이 한국의 개고기 산업에 대한 것이었다”라면서 “그 이후에 필드 조사 동물보호단체와 같이 다녔고, 2013년부터는 사이트를 만들어서 활동을 했고, 그래서 아마 동물 보호를 하는 사람이 개들 데리고 우리 구역에 왔다 하니까 (협회에서) 처벌을 하고 싶었던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협회 사람을 만났을 때 자기가 (범행을) 했다 안 했다고 말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경찰에 신고를 안 하겠느냐’라고 하더라”라고 덧붙였다.
A씨가 접수한 고소장은 현재 모두 기각된 상태다. 기자가 전했듯 녹취록이 제대로 들리지 않아 용의자를 특정하고, 증거로 활용하기 어려운 탓이다. A씨는 “동물보호법으로 고소를 했다”면서 “당시에는 범인을 특정할 수 없어서 성명불상자로 고소장을 제출했더니 다 각하가 됐다”고 설명했다. “녹취록을 공증 받아 5월에 다시 고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동물보호단체가 도움을 주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동물보호단체는 이 사건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라면서 “‘네가 왜 이 일을 당해야 하느냐’는 반응이다. 제가 큰 단체의 유명한 인물이 아니기 때문에”라고 대답했다. 이어 “나중에라도 뭐가 하나 밝혀지면 와주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은 한다”면서도 “지금은 저 혼자다”라고 했다. A씨는 “해리와 순돌이는 내게 가족보다 더 소중한 아이들이었다”라면서 “사주한 인물도 그렇고, 실제로 범행을 저지른 흥신소 사람들도 처벌 받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육견인연합회 “사실 무근의 주장…용서해준 입장”

해당 사건은 현재 수사가 진행 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경찰이나 검찰의 입장은 듣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기자는 육견인연합회 측에 연락을 취해 사실 관계를 물었다. ‘A씨 사건과 관련된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했다’는 기자의 말에 협회는 “전혀 사실 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협회는 “대화가 안 되니까 법적인 조치도 안 하고 내버려둔 것”이라면서 “그분(A씨)을 무안으로 불러서 만났다. 만나보니까 정신적으로 불안해 보여 용서 해주고 그냥 보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화가 되고 했으면 법적 조치를 시작했다. 보니까 다른 세상 사람이고,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거 같아서 대응을 안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협회 관계자는 “저도 사업을 수십 년간 하고 무안 회장을 16년을 했다”면서 “아무리 할 것이 없어도 (강아지 살해를) 사주하고 몰상식한 짓거리를 하겠느냐. 저도 법을 안다. 어처구니 없는 소리다”라고 반박했다. 애초에 사주 사건 자체가 없었다는 것이다. 협회 관계자는 또 A씨가 환청을 듣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환청으로 수사할 거 같으면 미궁에 빠질 사건이 있겠느냐. 직접 얘기를 해보니까 이건 아니 구나 해서 용서를 해준 것이다”라면서 “그렇게 전국적으로 SNS에 올려서 난리를 치고 하는데 그걸 놔두겠느냐. 괜히 엮이면 시끄럽지 않느냐. 그래서 웬만하면 이해를 하고 가시라고 했지. 자기가 무서워서 그런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관계자는 “백에 하나라도 제가 조금이라도 연루됐다든가, 해남 지역을 안다든가, 사주한 애들을 이름 석 자라도 안다든가 하면 100% 시인을 한다”며 “꿈에서도 보지도 못한 이름이고, 해남이 어딘지도 모르고 전혀 모른다. 이해가 안 간다. 담당 수사관들하고도 이야기를 했지만 (역고소 대신) 없던 일로 하자고 놔둔 거다”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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