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된 국제해사기구(IMO) 환경 규제가 불러온 새로운 기회

삼성중공업이 수주에 성공한 친환경 LNG 연료추진 초대형 원유운반선. [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이 수주에 성공한 친환경 LNG 연료추진 초대형 원유운반선. [삼성중공업]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삼성중공업이 글로벌 경기 악화를 비롯한 코로나19 상황에도 선방하고 있다. 이달 초 친환경 LNG 연료추진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2척을 수주하면서, 글로벌 친환경 선박 시장 확대를 위한 전초를 마련했다. 이에 올해부터 국제해사기구(IMO)의 강화된 환경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친환경 선박 건조 기술력을 더욱 향상시키고 더불어 글로벌 시장 제패에 나설 전망이다. 

 

삼성重, 친환경 대비 차별화된 품질 경쟁력 확보 ‘압도적’ 우위
글로벌 LNG 연료추진 원유운반선 41척 중 22척 ‘절반’ 넘어 

 

삼성중공업은 8년 전부터 2020년을 기준으로 적용을 시작하는 IMO 환경규제에 맞춘 친환경 선박 수요 대응을 위해 다양한 형태와 재질의 LNG 연료탱크와 엔진(ME-GI, X-DF)을 준비해 왔다. 이를 바탕으로 LNG 연료추진선 분야에서 차별화된 품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삼성중공업 측의 설명이다.

아울러 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의 글로벌 확산에 따라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관련 해당 국가들이 기업결합승인을 위한 심사를 진행하지 못한 채 계류 상태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 삼성중공업은  IMO의 새로운 환경기준을 적극 수용한 친환경 연료운반선 개발에 집중하며 글로벌 제패에 한 걸음 더 다가서고 있다. 

LNG 연료추진 운반선 한국이 70% 이상 차지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현재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건조돼 온 LNG 연료추진 원유운반선 건조과 관련 주요 국가를 기준으로 비중을 확인한 결과, 한국이 71%로 가장 앞서고 러시아가 22%, 중국이 7%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조선 빅3의 수주량 실적을 기준으로 비교해 보면 총 41척 가운데 삼성중공업이 22척(최근 2척 포함), 현대중공업이 5척, 대우조선해양이 2척 순으로 삼성중공업 단독으로도 시장점유율 54%를 차지하며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현재까지 수주한 22척은 VLCC가 2척, A-Max가 12척, 셔틀탱커가 8척이다.

업계에서는 그간 축적된 자체 기술력을 보유한 삼성중공업이 이미 전 세계의 50%가 넘는 LNG 연료추진 원유운반선 분야를 석권하고 있는 가운데, 강화된 환경기준에 따른 글로벌 시장 입지 확대는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LNG 연료추진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은 독자 개발한 LNG 연료 공급시스템 ‘에스-퓨가스(S-Fugas)’가 적용돼 기존 디젤유 선박에 비해 배기가스 중 황산화물을 무려 99%를 감소시키고 질소산화물과 이산화탄소도 각각 85%, 25%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국제 환경기준에 따른 친환경 선박의 수요가 늘어나고 연료 효율성을 기준으로 선사들의 발주가 이어진다면 삼성중공업의 입지가 한층 확대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카타르發 조선업 초대형 발주 꿈틀

이런 가운데 글로벌 조선업계의 수주 고갈을 해소시켜 줄 초대형 발주 프로젝트가 꿈틀대기 시작했다. 카타르 국영 석유기업인 카타르페트롤리엄(QP)이 지난 22일 중국 조선업체 후동중화조선에 16척 분량에 해당하는 LNG 운반선 건조 슬롯을 예약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발주 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풀이했다. 

이와 관련 사드 셰리다 알 카비 카타르 에너지 장관 겸 QP CEO는 지난 21일 “올여름 전까지 최소 60~80척 발주 계약을 마무리 지을 예정”이라며 “120척 규모의 슬롯을 예약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최소 100여 척 전후의 발주가 이뤄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중국 기업 후동중화에 16척 분량의 슬롯을 예약했다고 하지만, 해당 조선소의 규모를 생각하면 건조 규모의 한계를 가늠할 수 있다”며 “이미 2024년과 2025년으로 선박 인도시기가 정해진 만큼 추가적인 수주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카타르 측이 예약한 16척 분량의 슬롯은 8척 건조에 8척 옵션으로 향후 추가적인 건조를 대비해 확보해 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사들은 카타르發 발주가 중국을 시작으로 개시된 것과 상관없이 반가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글로벌 조선사들 가운데 카타르 석유회사의 LNG 연료운반선을 건조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업체가 중국의 후동중화와 일본의 가와사키 중공업을 제하고는 한국의 빅3뿐인 상황에서 일본은 입찰을 포기했고, 중국은 이미 건조 물량의 한계를 채웠기 때문이다. 아울러 국내 조선 빅3의 도크는 연간 20여 척 내외의 건조가 가능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올해부터 바뀐 환경규제에 맞춰 LNG 연료운반선을 건조하는 기술이 삼성중공업을 비롯해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조선업계에서는 한국을 제외하고 더 이상 건조 가능한 조선사가 없으므로 나머지 100여 척 규모의 발주에 대한 기대가 높다”고 말했다.

더욱이 구형 선박을 보유하고 있는 선사들은 올해를 기점으로 환경오염 방지 기준에 맞게 부품 보강 및 교체를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구형 디젤엔진을 달고 있는 선박들은 필터 역할을 하는 ‘스크러버’라는 장치를 추가적으로 달아야 한다. 

다만 연료 효율 면에서 LNG 연료추진 선박을 앞지를 수도 없고, 대기오염을 감축시키는 스크러버 장착이 오히려 해양오염을 야기할 수 있어 입항 거부를 선언하는 국가들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LNG 연료추진 선박을 사전에 준비해온 삼성중공업의 글로벌 조선 시장 입지 확장과 함께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수주한 셔틀탱커. [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이 수주한 셔틀탱커. [삼성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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