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법인 자산 50조 돌파… 성공 요인 ‘글로벌 파트너십'

[현대캐피탈 사옥]
[현대캐피탈 사옥]

 

 

[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직접투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기업들의 해외투자는 저임금, 현지 시장진출, 세계 시장에서의 협력 강화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저임금 이라는 요소도 중요하지만 국내 기업들의 해외투자 목적은 ‘저임금 노동력’보다는 ‘현지 시장진출’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입증하듯 지난해 KDB미래전략연구소가 발표한 ‘최근 제조업의 해외 진출 트렌드와 영향’의 해외투자 목적별 신고금액 비중을 살펴보면 ‘현지 시장진출’ 목적 투자 비중은 2012년 35.6%에서 2018년 65.5%까지 증가했다. 반면 동기간 ‘저임금 활용’을 위한 투자의 경우 13%에서 6.6%로 감소했다. 이는 낮은 생산단가 대신 수요자에 대한 시장 접근성을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국내에서 생산한 제품을 수출하는 것보다 해외생산체제를 구축해 현지 매출을 확대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 현지 생산을 확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요서울은 해외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위상을 높이며 활약하는 기업들을 살펴봤다. 이번 호는 해외법인 자산 50조 원을 돌파한 현대캐피탈에 대해 알아본다.

美서 금융권 최초 글로벌 표준 새 IT플랫폼 선보여

유럽 최대 금융그룹 ‘산탄데르’와 손잡고 브라질 공략

현대캐피탈이 해외시장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해외 현지에서 전문 인력 활용과 업무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통일해 효과를 본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성과 덕분에 해외법인 자산은 무려 50조 원을 돌파했다. 지난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캐피탈 해외 금융법인 자산은 지난 1일 50조8184억 원으로 2017년 42조4728억 원에서 2018년 43조1152억 원으로 늘었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1989년 미국에 현대오토파이낸스로 첫 해외법인을 출범시킨 후 30년 만에 해외자산 50조 원을 넘겼다. 같은 기간 현대캐피탈 국내 금융자산인 29조6577억 원의 약 두 배에 달하는 성과다. 해외법인 세전이익(IBT)도 7663억 원을 기록하며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그동안 현대캐피탈은 글로벌 진출에 상당히 공을 들였는데, 그 결과 이 같은 결실을 맺은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해외 시장 성공 요인으로 ▲철저한 현지화 ▲글로벌 파트너십 ▲‘글로벌 원 컴퍼니(Global One Company)’라는 기업문화 등 3가지를 꼽았다.

현대캐피탈은 1989년 미국을 시작으로 현재 총 11개 해외법인(미·중·영국 등)을 보유하고 있으며, 해외에는 2500여 명의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이 가운데 글로벌 원 컴퍼니를 성공 비결로 꼽았다. 현대캐피탈은 전 세계 모든 법인에 적용 가능한 동일 직급 체계인 ‘글로벌 밴드(Global Band)’를 2016년부터 도입해 운영했고 전 세계 근무자들에게 새로운 커리어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2010년부터 도입한 글로벌 모빌리티 프로그램은 260여 명이 참여했다.

미국 법인 ‘HCA’
차세대 시스템 도입

현대캐피탈은 지난 3월 금융권 최초로 패키지방식(GBP) 차세대 시스템을 미국 시장에 적용했다. 현대캐피탈 미국 법인인 ‘현대캐피탈아메리카(HCA)’가 패키지 방식의 차세대 시스템을 전면 도입해 운영에 착수했다. 차세대 시스템은 영업과 리스크관리 업무 전반을 총괄하는 IT 시스템이다. 글로벌 법인들의 IT시스템을 하나로 통합 관리할 수 있는 패키지 방식의 차세대 시스템을 구축했는데, 이를 발전시켜 ‘글로벌 표준 플랫폼(GBP: Global Base Platform)’을 완성했다.

새로운 차세대 시스템은 기존에 분리됐던 자동차 할부와 리스 시스템을 통합해 연계 마케팅 역량을 강화하고, 임직원들의 데이터 활용 인프라를 업그레이드했다. 또 각 조직 간 존재하던 데이터 장벽도 허물었다. 43%에 달하던 중복 데이터 문제를 크게 개선해 데이터 총량을 기존의 1/3 수준으로 크게 낮췄다. 이에 수작업으로 이뤄졌던 다양한 기존 업무를 IT시스템으로 대체해 작업 오류와 인건비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표준 플랫폼 구축으로 새로운 글로벌 지역 진출 시 IT시스템 구축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품질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현대캐피탈에 앞서 일부 금융사가 패키지 시스템을 구축 시도했지만, 성공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이에 진입 장벽이 높은 해외 시장에서 자체 IT 플랫폼을 개발해 적용하는 첫 사례로 눈길을 끌었다. 현대캐피탈은 이 시스템을 미국에 이어 캐나다와 중국 법인에 우선 적용하도록 추진하고 11개 해외 법인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글로벌 표준 IT 플랫폼 론칭은 자사가 추구하는 글로벌원 컴퍼니 전략의 시스템적 토대가 성공적으로 구축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며 “플랫폼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다양한 지역의 법인들로 확산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4월에는 유럽 최대 금융그룹인 스페인 대표은행 ‘산탄데르(Santander)’와 손잡고 브라질 자동차금융 시장을 공략했다. ‘방코 현대캐피탈 브라질’은 브라질 내 현대자동차 전속 금융사로, 자동차 금융을 제공할 예정이다. 자본금은 약 900억 원이며 지분은 현대캐피탈과 산탄데르의 브라질 계열사인 ‘방코산탄데르 브라질’이 각각 50%를 나눠 보유했다. 브라질 차 시장은 자동차 금융 이용률이 약 48%를 기록하는 등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시장으로 평가된다. 특히 현대자동차가 현지 시장의 9%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큰 특징이다. 현대캐피탈이 산탄데르와의 합작 법인 설립 방식으로 현지에 진출하는 것은 빠른 현지화를 이뤄내기 위한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캐피탈은 “방코산탄데르 브라질의 현지 네트워크에 현대캐피탈의 자동차 금융 비법을 더해 현지 특화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 ‘식스트리싱’
주식 41.9% 인수

현대캐피탈이 지난 2월에는 독일 렌터카업체 식스트(Sixt SE)의 리스 자회사인 ‘식스트리싱(Sixt Leasing SE)’을 인수했다. 현대캐피탈은 독일 금융법인 ‘현대캐피탈뱅크유럽’을 통해 식스트가 보유한 식스트리싱 주식 41.9%(864만4638주)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전체 인수가는 2036억 원가량이다. 이번 계약 체결 이후 현대캐피탈유럽은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해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에서 거래 중인 잔여 보통주에 대한 공개 지분 매수를 추진해 지분율을 50% 이상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현대캐피탈뱅크유럽은 식스트리싱이 보유한 온라인 기반의 대고객 리스 판매 채널과 중고차 활용 플랫폼을 확보하게 된다. 현대캐피탈은 기존 식스트리싱이 보유한 역량을 활용해 신규 모빌리티 전략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독일과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 식스트리싱이 기존에 진출했던 국가뿐만 아니라 범유럽 시장 대상 모빌리티 사업을 확장해 나갈 전망이다. 황유노 현대캐피탈 사장은 “이번 인수로 현대캐피탈뱅크유럽의 모빌리티 플랫폼 비즈니스와 리스 상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유럽 자동차 금융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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