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규 대표
박동규 대표

미래통합당이 총선 참패의 후유증을 극복하고 당을 수습하기 위해 김종인 비대위원장 체제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결정의 근거와 배경은 20代 국회의원과 21代 당선자 포함 142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 전수조사 결과로 알려졌다. 통상 선거 이후 전당대회를 통해 당의 진로와 체제를 결정하는 관행이 언제부터인가 비상대책위원회를 ‘전가의 보도’처럼 애용하고 있다.

특히나 보수 야당, 제1야당은 비대위체제를 통한 ‘기사회생의 추억’이 아직 남아 있는 듯하다. 통합당은 지난 10년 동안 모두 8차례에 걸친 비대위 체제를 가동한 바 있다. 그 중에 통합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시절, 다 죽어가던 당의 비대위원장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맡고 기사회생한 기억이 강한 것 같다.현재 집권여당인 민주당 역시 문재인 당대표 시절 새누리당 비대위원 출신인 김종인 前의원을 영입하고 20代 총선에서 승리한 ‘반전 드라마의 기억’이 있다.

당대표 조차 사퇴하여 구심점이 붕괴된 통합당에 ‘김종인’ 이라는 이름 석 자는 이런 ‘기사회생과 반전 드라마의 추억’이 짙게 배어 있기에 소속의원들은 화려했던 그의 ‘개인기 소환’을 한 것 같다.

여야를 넘나들면서 산전수전 공수전 다 치른 김종인 위원장 비대위 체제 출범의 관건은 그가 요구하는 대선 토대 마련까지 전권을 주고, 전당대회조차 시기를 못 박지 말아야 한다는 그야말로 ‘비상한 당권 보장’ 수용 여부인 것 같다. 통합당에 잠복해 있는 대권, 당권 주자를 비롯한 소속 의원들에겐 그야말로 통합당 ‘계엄령 선포’나 마찬가지다. 그러기에 반발도 상당한 모양이다.

설령 김종인 체제가 무한 임기와 전권을 보장 받는다 해도 사실 정당은 ‘금배지’들의 지지와 협조 없이는 ‘외인부대’가 언제든지 허물어질 수 있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단 것은 그동안 실패했던 비대위 체제가 입증하고 있다. 황교안 대표가 현역 의원이었으면 사퇴 이후에도 아마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당의 진로에 관여했겠지만 그 역시 금배지가 아닌 이유로 힘없이 허물어 진 것이다.

미래통합당은 총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제1야당이다. 현역 의원과 예비 금배지 포함 142명의 선량들이 엄연히 당에 공존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통합당엔 지금 총선 패배를 격렬하게 ‘반추’하고 ‘혁신과 변화’를 도모할 ‘집단지성’은 보이질 않는다. 아니 집단지성을 발휘할 의지나 기력조차 없어 보인다.

그토록 치열한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심판을 통과한 통합당 국회의원들의 ‘존재감’과 ‘가치’는 도대체 어디에 활용하기 위해 감추어 두거나 아껴두는 것일까? 정부여당과의 싸움에서 그토록 장렬한(?) ‘전사자’를 양산하고 ‘중상’을 입으면서도 왜 자신들의 운명과 진로를 바꾸고 변화시켜 국민들의 사랑을 다시 받고자 하는 ‘전쟁’은 기필코 회피하고자 하는가? 참으로 기이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 정치를 이끄는 양대 정당의 하나이자 정부여당의 강력한 견제 세력이었던 제1야당 국회의원들의 열정과 능력이 과연 김종인위원장의 ‘개인기’를 대체하지 못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왜 그들은 국민들에게 지지를 얻고자 했을까 궁금할 뿐이다. 기사회생의 추억에 얽매여 외부인사의 화려한 개인기로 ‘양탄자’를 깔아 놓으면 그때 나서서 또 ‘어게인 정권교체’를 외칠 것인가.

지금 지도력이 붕괴된 미래통합당은 집단지성을 통한 기사회생을 도모할 경우 다시 몰아닥칠 자중지란과 당권, 대권 다툼의 ‘볼썽사나운 모습’ 보다 ‘가장 조용하고 편한 리모델링’을 추구하고자 하는 것밖에는 대안이 없다고 여기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 정당의 가장 기본적 원리인 민주적 절차와 전 당원과 소속 의원, 국민들의 뜻을 모아가면서 전당대회에서 치열하고 격렬한 생동감을 통한 ‘기사회생과 반전의 드라마’를 써가는 ‘살아있는 야당의 모습’을 보수야당에서 기대하는 것은 여전히 과분한 상상인 것 같아 씁쓸하다.

다만, 미래통합당이 민주적 집단지성을 통한 보수야당의 환골탈태 시도가 허송세월만 보낼 것이라는 그들의 믿음 때문이라면, 김종인 위원장이 펼칠 개인기라도 흥미롭게 지켜볼 일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