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수 변호사
김기수 변호사

월성1호기 조기 폐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수원은 문재인 정부 이전부터 월성1호기 재가동 시 약 4조 원의 경제성을 갖는다는 자체 평가를 근거로 계속운전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6월에 가능한 한 빨리 조기폐지하겠다고 발언한 지 1년 만인 2018년 6월 한수원 이사회는 스스로 경제성 부족을 사유로 월성1호기를 조기폐지하였다. 과거에는 4조 원의 경제적 가치를 가졌던 설비가 정권이 바뀜에 따라 적자 설비로 뒤바뀐 셈이다. 

 사실 한수원이 조기 폐지 사유로 경제성 부족을 주장하게 된 배경에는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월성1호기 발언 이후 산업부는 2017년 10월에 월성1호기 조기 폐지 내용을 반영한 에너지전환 로드맵을 수립하여 한수원에게 후속조치를 요구하였다. 이에 대해 당시 한수원의 이관섭 사장은 2017년 10월31일 국정감사장에 출석하여 조기 폐지 시 법적책임 문제가 발생하므로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조기 폐지에 따른 손실보상 방안이 협의되기 전에는 조기 폐지가 곤란함을 설명하였다. 

 하지만 당시 산업부의 백운규 장관은 국정감사장에서 '한수원이 계속 운영의 경제성을 따져 이사회에서 중단을 결정할 수 있다'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였다. 이후 조기 폐지를 반대하던 이관섭 사장은 약 2년의 임기를 남겨둔 채 2018년 1월 사임하였다. 이관섭 사장이 사임하자 한수원은 손실보상에 대한 정부협의가 진행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월성1호기 정부정책 이행TF를 만들어 세 차례에 걸쳐 경제성 평가를 번복한다. 이 과정에서 4조 원의 경제적 가치는 3,707억 원으로, 다시 1,778억 원으로, 최종적으로는 224억 원으로 축소되었다.

이중 1,778억 원과 224억 원은 한수원의 주문에 따라 경제성 평가 용역사인 삼덕회계법인이 수행한 결과이다.

한수원은 경제성 평가를 번복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산업부와 긴밀하게 협의해했다. 평가를 주관한 한수원 기술전략처의 A부장은 사내의 정부정책 이행TF 활동기간 중 경제성 평가 협의 목적으로 5차례에 걸쳐 산업부를 방문하였다고 한다.

또한 2018년 5월 삼덕회계법인이 경제성 평가 결과를 한수원에 보고한 후, 한수원의 의견에 따라 평가결과를 수정하는 2차례의 회의에도 산업부 공무원들이 함께 참석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회계법인은 원전의 전기판매 단가와 이용률을 보다 낮게 가정할 것을 요구받았다. 그런데 전기판매단가와 이용률을 낮게 가정하면, 매출액이 크게 감소하므로 월성1호기의 경제성은 나쁘게 평가된다.  

심지어 산업부는 조기 폐지 의결에 따른 언론대응 방안도 한수원과 협의했다고 한다. 당시 한수원은 월성1호기 잔존 가치 5,600억 원을 회계기준에 맞게 손실처리하였는데, 2018년 7월 산업부와 한수원은 손실처리 비용이 탈원전과 무관하다는 논리를 개발해 대응하기로 방침을 세웠던 모양이다.

참고로 정산조정계수는 전기판매단가를 시장가격보다 얼마나 낮게 할인할지 결정하는 수치이고, 정산조정계수가 상승하면 전기판매단가가 인상된다. 경제성평가에서는 월성1호기 전기판매단가를 낮게 가정하지만, 조기 폐지가 된 후에는 이에 대한 보상책으로 전기판매단가를 인상해 주는 방안이 제시되었을 것이다.

이렇듯 산업부와 한수원은 경제성 평가 전후에 대해 서로 긴밀히 협의하였지만, 과거 이관섭 사장이 중요하게 생각한 손실보상에 대해서는 현재까지도 협의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국회도 조기폐지에 따른 협력업체 및 주민 피해보상 비용이 경제성 평가에 반영되지 않음을 문제로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한수원은 정부가 손실보상을 위한 법령을 만들면, 향후 비용을 산정하여 정부에 청구할 예정이라고만 밝혔다. 결국 손실비용도 알 수 없는 부실한 경제성 평가를 근거로 조기 폐지한 사실을 시인함 셈이다. 산자부는 법적책임은 고사하고 아무런 재정적 부담도 없이 대통령의 말씀을 제대로 수행했다는 칭찬을 들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월성1호기가 조기 폐지되자 원전 지역주민에게 돌아가던 혜택, 협력업체의 일거리가 하루아침에 모두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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