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회장 연임 뒤에 과점 주주 절대적 지지 있었다

우리은행이 금융 감독 기관의 DLF 관련 과태료 부과에 대한 이의제기를 예정하고 있다. 이는 연임에 성공한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업계의 풀이가 나오고 있다. [일요서울]
우리은행이 금융 감독 기관의 DLF 관련 과태료 부과에 대한 이의제기를 예정하고 있다. 이는 연임에 성공한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업계의 풀이가 나오고 있다. [일요서울]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 등으로부터 내려진 과태료 처분을 두고 우리은행이 이의제기에 나설 예정이다. 금융위에서 내린 사전통지서를 통해 지난 18일까지 과태료를 조기납부 했다면 20%에 해당하는 약 40억 원을 감경 받을 수 있었으나 우리은행은 시일을 넘겼다. 업계에서는 최근 연임이 결정된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입지를 지키기 위해 우리은행이 조기납부보다 이의제기를 택했다는 풀이가 나온다.

 

우리은행, DLF 투자자 손실분 배상 및 소비자 보호 적극 나서
법원, “균형 잃은 과중한 징계 처분 재량권 한계 벗어난 위법”

 

지난달 25일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연임에 대한 안건을 두고 주주총회는 연임 승인이라는 결과를 내렸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주주들의 신망을 받았다는 풀이가 나온다. 아울러 지분 17%를 갖고 있는 예금보험공사는 손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DLF사태와 관련된 배상 문제가 불거졌을 때 우리금융그룹과 우리은행은 적극적으로 임하는 모습을 보였고, 지난 1월15일 ‘DLF 불완전판매에 대한 손해배상 기준안’을 전달받은 즉시 배상 절차에 돌입했다. 

이튿날 금감원의 제재심의회가 예고된 가운데 우리은행이 책임지고 납부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아울러 함께 기관제재를 당한 하나은행이 우리은행의 행보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는 전망도 같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금감원의 징계가 발표되자, 금융권에서는 해당 투자자들의 손실을 두고 배상금 지급과 소비자 보호 등에 대해 이미 은행들이 노력을 하는 상황에서 과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일부 언론에서는 금융사 길들이기에 나선 모습이라는 보도까지 나왔다. 

금융위에서 조정을 거친 과태료는 일부 감경되긴 했으나, 업계에서는 우리은행이나 하나은행 입장에서 중징계라며 부담을 떨쳐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풀이를 냈다. 아울러 손태승 회장에 대한 금융위 회의에서 금감원의 제재안을 확정하면서, 우리금융 입장에서는 손 회장의 연임을 위해 제재 효력을 멈춰야 했다.

앞서 금감원은 우리은행의 내부 통제 미비가 고객 자산 손실을 초래했다고 보고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손 회장에게 문책성 경고를 내렸다. 다만 해당 징계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중징계 조치를 받아 금융권에서는 금융위 확정까지 예상하지는 못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손 회장은 행정법원에 금감원의 징계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취소 청구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여기까지 금감원과 우리금융 사이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있었다. 국민연금이 손 회장의 연임안에 대한 반대 의사를 결정했던 시기다.

법원, 손태승 손들어 주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법원의 결정을 기다리던 우리은행에게 희소식이 들렸다. 서울행정법원은 손 회장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해 “연임 여부에 관한 주주총회 결의가 예정된 상황에서 징계 처분 효력이 계속될 경우 사실상 해임과 같은 결과에 직면한다”며 “금융전문 경영인으로서 사회적 신용과 명예가 실추되는 등 금전 보상만으로는 참고 견디기 곤란한 유·무형의 손해를 수반하게 된다”고 했다.

아울러 “징계 사유의 비행 정도에 비해 균형을 잃은 과중한 징계처분을 선택할 경우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위법하다”며 “금융회사 임원의 제재 조치가 추상적·포괄적 사유만 제시해 구체적·개별적인 기준이 없다”고 했다. 

이후 이어질 행정소송에서 과중한 징계 남용에 대응해 손 회장이 법적으로 유리한 부분을 선점할 수 있게 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언론의 화살은 감독 당국을 향했다. 최근 키코 사태와 관련 피해기업들에 대한 은행권들의 대응도 엇갈리면서 신중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무리한 정책 결정으로 금감원의 위상을 떨어뜨렸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이에 DLF 사태에 따른 과태료 처분을 두고 우리은행에는 이의제기할 수 있는 명분이 생겼다. 앞서 우리은행은 투자자들에 대한 배상 진행과 소비자 보호를 위한 조치 강화에도 나서는 한편 과태료 납부에도 적극적이었다. 다만 과태료에 포함된 ‘내부통제 의무 소홀’이라는 부분에서 제동이 걸렸다. 

업계 관계자는 “해당 항목은 주주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연임에 성공한 손 회장의 DLF사태 당시 과실을 인정하게 되는 부분”이라며 “우리은행 입장에서는 다른 부분에서 감독 당국의 징계나 과태료 처분을 받아들이더라도 이것만큼은 수용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 이의제기를 진행하고 나머지 부분은 수용해 과태료 납부를 고려해달라는 우리은행 측의 제안을 감독 당국은 거절한 것으로 업계에 전해진다. 우리은행은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에 대한 배상과 과태료가 결정된 부분에 대해 잘못된 부분은 분명히 인정하면서도 수용하기 힘든 일부를 들어 이의제기를 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손 회장에 대한 법원의 인용 결정에 불복하고 항고 했으나, 일각에서는 무리한 중징계를 결정한 금감원이 타협의 여지까지 막으면서 스스로 국민들이 신뢰에 의문을 갖게 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만일 금감원 제재가 다시 힘을 얻어 발효돼도 손 회장의 연임에는 영향이 없다. 

우리은행, 과태료 이의제기

지난달 우리금융그룹 주주총회에서 손 회장은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약 30%에 해당하는 과점주주와 예금보험공사 17%, 우리사주조합 6% 등 주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연임에 성공했다. 

일각에서는 우리은행이 단순히 손 회장의 연임을 지키기 위해 금감원의 과태료 결정에 이의제기를 했다고 보고도 있으나, 우리금융그룹을 여기까지 끌고 온 손 회장을 한 살짜리 금융그룹이 놓지 못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우리은행이 어려움에 처했던 2017년 당시 손태승 우리은행장 대행은 이른바 돛대 역할을 하며 난관을 헤쳐 나가는 리더로 등장했다. 우리은행의 오랜 꿈이던 지주사 전환에 앞서 침체 위기를 겪은 우리은행을 다시 세운 인물로 내부에서는 통한다. 지난해 지주사 전환에 성공하며 손 회장은 첫 그룹 회장을 맡았다.

우리은행을 위기로부터 지주사 전환에 성공시키면서 이와 함께 공격적 인수합병을 통해 동양자산운용, ABL글로벌자산운용, 국제자산신탁 등 3개의 금융회사 인수합병에 성공했다. 우리금융그룹은 롯데카드 인수에도 성공해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최근 예금보험공사가 남아있는 지분 매각을 예고하면서 우리금융그룹의 마지막 숙제인 완전 민영화에 한 발 다가설 것이라고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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