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는 ‘우한 폐렴’을 ‘코로나 19(Corona-19)’로 명명했으나 대부분의 국가들은 ‘코비드 19(Covid-19: Coronavirus Disease)’라고 칭한다. ‘Covid-19’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결정한 명칭이다.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해 2019년 발병한 ‘질병’이라는 뜻이다. 그에 반해 우리 정부가 명명한 ’코로나 19‘ 호칭은 외국 승용차 이름 같기도 하고 뜻이 애매모호하다. 한국도 ’Covid-19‘로 개칭해야 한다.

국가와 민족 그리고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 공격하는 Covid-19에 맞서 여러 나라들은 ‘전시 상태’라며 비상사태로 돌입했다. 전시엔 반드시 영웅이나 순교자가 나오게 마련이다. Covid-19의 영웅이나 순교자는 의사·간호사 등 의료 종사자들임이 틀림없다. 이 전염병은 전염성이 강해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간호사들에게 감염되기 쉽다. 스페인의 경우 의사*간호사들의 감염률은 무려 14%에 달한다.

경북 경산에서 개인 병원을 운영하던 내과의사 A 원장은 Covid 19 환자를 치료하던 중 감염돼 4월3일 사망했다. A 의사는 인류의 공적 Covid 19를 물리치려다 “순교자”가 된 것이다. 의사·간호사들은 감염돼 죽을 것을 무릅쓰고 Covid 19 환자 병실로 들어가 환자들을 치료한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적진으로 돌격하는 전쟁 '영웅' 같다. 이탈리아에서는 34세의 간호사 다니엘라 트래치가 스트레스를 받으며 환자를 치료하던 중 감염되자 다른 사람에게 전염될 것을 고심하던 끝에 자살하였다.

미국 조지아 주 아틀랜타 시의 ‘에모리 성 조세프 병원’에 근무중인 의사 미셸 오는 남편과 자식들의 감염이 걱정돼 퇴근 후 가족과 떨어져 지하실에서 홀로 지냈다. 그녀는 언제 감염돼 세상을 떠날지 모른다는 불안 속에 유서까지 써 놓았다. 인간의 생존본능 때문에 의사들도 전염병이 창궐할 땐 도망치는 사례도 없지 않았다. 서기 165년-180년  ‘안토닌 열병’이 무섭게 퍼져가자 당대 고명했던 의사 ‘갈랜‘은 전염될 게 두려워 이탈리아의 로마에서 도망쳤다고 한다. 14세기 유럽을 휩쓴 ’흑사병(페스트)‘ 때 베니스는 의사들이 달아나는 사태가 속출하자 전염병 발생 시 의사들의 탈출 방지법을 제정했다. 미국에서도 독립정부 수립 4년 후인 1793 필라델피아에서 황달병이 퍼져가자 일부 의사들이 이 도시를 몰래 빠져나갔다.

‘미국의사협회(AMA)‘는 1847년 ’의사윤리 강령‘을 선포했다. 이 강령에서 ’의사는 흑사병이 창궐해서 자기 생명이 위협받을지라도 질병 극복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며 복무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1989년 ’미국전염병의사협회‘는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보건의료진은 ’환자 질병의 감염 우려가 있더라도‘ 환자를 치료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2003년 캐나다 토론토에 중국에서 발병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확산되면서 의사·간호사들이 절반 가깝게 감염되자, 환자들을 접촉하는 의료 종사자들은 병원 출근을 거부했다.

여기에 의사·간호사들은 전염병 창궐 시 환자를 살리기 위해 “순교자”로 죽어야 하느냐는 문제가 제기된다. 미국의사협회와 전염병의사협회가 명시한 대로 의사·간호사들은 질병 극복을 위해 생명 위험을 무릅쓰고 라도 환자를 치료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그들에게는 목숨을 잃지 않도록 경계하는 일도 동시에 중요하다. 소방대원도 불을 끄기 위해 생명의 위험을 감수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불타며 무너지는 건물 속으론 뛰어 들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의사·간호사들도 생명에 위협을 받지 않도록 방어해야 한다. 죽음을 무릅쓴 의사·간호사들의 Covid-19 환자 치료는 영웅임엔 틀림없다. 그렇다고 무조건 순교자로 희생되어서는 아니 된다. 인류의 공적 Covid 19 환자 생명을 살려내기 위한 의사·간호사들의 목숨 건 헌신에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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