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국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4.16.[뉴시스]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국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4.16.[뉴시스]

 

[일요서울] 미래통합당의 총선 참패 후유증을 추스르고 당 재건의 지휘봉을 잡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이 임박해있지만 증대한 관문인 전국위원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전국위를 하루 앞둔 27일 당 내 긴장감은 갈수록 고조되면서 '김종인 비상대책위' 의결을 장담할 수 없다는 말도 흘러 나온다.
 
당 지도부는 28일에 열기로 공고한 상임 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 개최를 예정대로 밀어붙여 '김종인 비대위' 구성안 의결을 시도한다.
 
전국위는 당 지도부와 상임고문, 당 소속 국회의원, 21대 국회의원 당선자, 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장, 시·도당대회 선출 전국위원,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 등 800여명으로 구성된다. 28일 열리게 될 전국위에선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일 경우 당 최고위원회는 해산하고 곧바로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하게 된다.
 
통합당의 운명을 결정하게 될 전국위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은 여전히 양분된 상태다.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김종인 비대위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비대위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는 찬성파가 있는 반면, 전국위를 개최하기 전에 21대 당선자 총회를 먼저 열어 당의 진로를 논의하는 게 우선이라는 반대파도 만만치 않다.
 
재선 당선자 모임에선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찬성하면서도 비대위원장의 임기와 역할 등을 놓고 우려나 불만의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선 의원들 사이에서도 김종인 비대위를 바라보는 시각이 엇갈려 전국위에서 의결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
 
당 내에선 정족수 부족으로 의결 자체를 무산시키도록 전국위 '비토론'까지 거론되고 있다. 과거 새누리당(미래통합당 전신)은 혁신위·비대위 체제의 '투트랙'으로 가동하기로 하고 김용태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내정했지만, 친박계의 조직적인 보이콧으로 상임전국위 추인이 무산된 바 있다.
 
심재철 당 대표 권한대행은 전국위 일정 조정 가능성을 두고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과반 출석은 확보됐느냐는 질문에는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잘 되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조경태 최고위원은 "(전국위) 정족수 될 가능성은 반반 같다"고 했다.
 
김종인 비대위 출범을 둘러싼 극심한 진통이 이어지자 당 안팎에선 권력투쟁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당 쇄신과 권력재편의 기로에 선 통합당이 비대위 체제로 전환할 경우 당내 권력구도가 재편되는 까닭이다.
 
일부 중진들은 '여의도 차르(황제)'로 불릴 만큼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의 강한 독불장군식 리더십에 불안해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김 전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을 맡아 개혁의 키를 잡을 경우 과감한 인적 쇄신이나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만큼 외부 인사 영입으로 당내 중진들의 입지가 좁아질 가능성도 낮지 않다. 홍준표 전 대표가 김종인 비대위에 대한 입장이 찬성에서 반대로 돌아선 것도 기존 대선 출마자들의 시효가 끝난 점을 들어 차기 대권 후보 교체를 시사한 김 전 위원장의 발언이 영향을 준 측면이 있다.
 
김종인 비대위에 대해 재선 당선인들은 일단 찬성으로 기운 가운데 초선 당선인 40명과 3선 당선인 15명의 의중도 김종인 비대위가 전국위 관문을 통과하는 과정에 상당부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4·15 총선에서 3선에 오른 3선 당선인들은 이날 비공개 회동에서 김종인 비대위 체제 추진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 삼아 제동을 걸고 나섰다. 선(先) 당선자총회 후(後) 전국위로 의견을 모았다.
 
이번 총선에서 당내 중진들이 대거 낙선하거나 공천에서 탈락하면서 3선 당선인들이 당의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들이 김종인 비대위에 거부감을 드러낼 경우 전국위 개최나 의결도 차질이 불가피해보인다.
 
이날 3선 당선인 회동에선 15명 중 11명이 참석해 하태경 의원을 제외하고 모두 전국위 연기에 동의했다. 김상훈, 박대출, 윤영석 의원과 한기호 전 의원은 불참했으나 다수 의견을 따른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덕흠 의원은 "지도체계 문제는 향후 명운을 가르는 중요한 문제로 당선자 총회에서 당 개혁방향에 대한 총의를 모은 후 이를 바탕으로 지도체계가 정해져야 한다"며 "따라서 당선자대회 개최 후에 전국위를 개최할 것을 최고위에 강력 요청한다. (전국위 일정 변경은)물리적으로 힘들지 않다"고 말했다.
 
윤재옥 의원도 "(비대위 추진 과정에) 절차적으로 문제가 많기 때문에 이 문제를 어떻게 바로 잡고 전국위를 가든지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며 전국위 개최를 미룰 것을 요구했다.
 
3선에 오른 조해진 당선인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당에서 당선자 모임을, 총회를 열어서 거기서 여러 가지 현안들에 대해서 논의하고 거르고 정리하고 이 과정이 있어야 되는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건 안 하고 그게 필수 절차인데 그걸 그냥 지나가고 전국위를 바로 소집했다"며 "전화로 찬성 반대 물어서 (지도체제를) 결정한다는 것 자체가 체면이 안 서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또 "비대위 자체에 대해서 반대"라며 "(20대 국회) 시작부터 결국 세 번 했고 이번까지 하면 20대 4년 임기에 네 번을 하게 되는데 이런 정당은 정상 정당이 아니라고 우리 스스로 고백하는 것이다. 비대위는 비상체제 아닌가? 4년 내내 결국은 비상체제로, 거꾸로 말하면 정상이 아닌 정당으로 운영을 해 왔는데 무슨 희망이 있고 국민들이 이런 정당에 대해서 무슨 기대와 신뢰를 보내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럼에도 이상적인 자강론보다는 현실적으로 김종인 카드를 지지하는 의견도 없지 않다.
 
당내 최다선인 5선에 오른 정진석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우리가 비대위원장감으로 김종인 박사만한 사람을 찾을 수 있겠는가? 그 분의 주장과 논리가 상식에 부합하다면, 작금의 위기 극복을 위한 누군가 향도역이 필요하다면, 현재로서는 그를 거부하기 힘들다"며 "전권을 주느냐 마느냐, 기한을 정하느냐 마느냐, 부질없는 논쟁이다. 우리가 지혜를 모아 결정하고 수정할 수 있는 일"이라며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찬성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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