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핵기(인두신경증)

왜소한 체구와 차가운 이미지의 50대 중반의 여성 정모씨가 상담을 요청한 것은 한 달 전부터 목 안이 불편해서였다. 항상 목 안에 뭔가 끼어 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심할 때는 이것이 목 안을 막아 숨이 막히고 답답함을 느낀다고 한다. 어떤 때는 심하게 켁켁하고 가래를 뱉지만 가래는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상담하는 내내 킁킁거리며 목을 달래보지만 곧 다시 답답함을 느낀 듯했다. 처음 이런 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점점 심해지는 증상에 불안하여 인터넷을 검색해 보고 본인의 증상이 매핵기(梅核氣)와 유사하다고 생각되어 ‘진짜 매핵기’가 맞는지 알고 싶어 내원했다고 밝혔다. 

맥을 잡아 보니 현맥이 나오고 전중혈(양 유두의 정 중앙에 위치한 혈 자리)에 압통을 심하게 느꼈다. 현맥과 전중혈 압통은 현재 스트레스로 인해 기운의 흐름이 막혀 있다는 것이다. 문진(問診)을 하니 최근 아들의 학업문제와 코로나로 인한 남편 사업의 위기 때문에 불안감을 크게 느끼고 있었다.  

매핵기(梅核氣)란 한방에서만 쓰는 단어라 일반인은 조금 생소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실제로 살면서 한 번쯤 증상을 경험해 본 적이 있을 정도로 매우 흔한 질환이다. 사전적 정의로 매핵기는 ‘목 안에 매실과 같은 작은 덩어리가 맺혀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병증’으로 목 안에 무엇인가 걸려 있는 듯한 느낌이 나고, 목 안이 조여지는 느낌이 들며 뱉어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고 침을 삼켜도 넘어가지 않아 답답한 느낌(喀不出 嚥不下)을 받는 질환이다. 또한 가래 등을 의심해서 헛기침을 유발해도 잠시만 시원해질 뿐 또다시 답답해지고 심할 때는 숨을 쉬기가 불편해진다.

매핵기는 한방에서 과도한 스트레스와 지나친 걱정 등이 기의 흐름을 방해해 생긴 기울(氣鬱)성 병증으로 보고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사즉기결(思則氣結)’이라고 하여 생각을 많이 하면 기의 순환이 잘 안 되고 기가 뭉친다고 하는데, 매핵기 또한 이러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즉, 일종의 신경성 질환으로 서양의학적 검사 상 다른 이상이 없으면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서양의학에서는 “히스테리 구(Globus Hystericus)”, “인두신경증” 이라고 하여 스트레스로 인해 목에 공 같은 것이 걸려 있는 증상을 설명하는 용어가 이에 해당한다고 하는데 신경성 질환이라 특별한 대처가 힘들기에 더 괴로운 질환이다. 

주로 신경이 예민한 사람들에게 많이 발생하며 남성에 비해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이 발생한다. 연령대로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수험생이나 감정의 변화가 큰 갱년기 여성들에게 많이 발생하는 편이다. 또한 매핵기는 단독으로만 발생하지 않고 기타 신경성 질환인 불면증, 신경성 소화불량 등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매핵기로 목 이물감을 느끼는 환자들의 상당수는 이비인후과에 내원해도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만약 목의 불편함이 수주에서 수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다른 유사 질환까지도 의심을 해 봐야 한다. 역류성 식도질환, 후비루 증후군, 편도결석, 만성 인후두염 혹은 편도선염 등이 이에 해당한다. 역류성 식도질환은 식도와 위 사이를 조여 주는 분문이라는 괄약근에 이상이 생겨 음식물과 위산이 역류하여 목에 이상을 일으킨다. 후비루 증후군은 비염으로 코가 막혀서 콧물이 목 뒤로 넘어가 목에 이물감을 형성한다. 편도결석은 편도에 음식물 찌꺼기와 세균이 뭉쳐 노란 알갱이가 생기는 증상으로 목에 이물감을 일으킨다. 만성 인후두염 혹은 편도선염은 주로 감기증상과 함께 오는데 통증 때문에 침과 음식물을 삼키기 힘들고 심하면 고열, 전신권태감, 두통, 근육통 등을 동반한다. 이러한 유사질환들과의 감별 또한 중요하기에 전문적인 의료 상담을 통해 매핵기 증상의 원인을 정확히 규명하여 치료할 필요가 있다.

한의학적 매핵기의 치료방침은 울체된 기를 소통시켜주기 위해서 기를 소통시키고 담을 제거 하는 침 치료와 더불어 ‘이기(理氣)거담(祛痰)’ 약재를 사용하여 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고 울체된 담을 풀어주는 한약으로 치료한다. 동의보감과 여러 한방서적에서는 매핵기를 치료하기 위한 처방들이 상세히 소개되어 있다. 대표적으로 반하후박탕(半夏厚朴湯), 가미사칠탕(加味四七湯), 이진탕(二陳湯) 등의 유명한 처방들이 많이 알려져 있는데, 환자의 체질과 허실 등을 따져서 처방을 고르고 약물을 가감해 운용해야 한다. 환자의 체질과 영양상태, 전체적인 몸의 균형 등을 고려해 신체의 열을 조절하고 순환시켜 체질을 개선하고 면역기능을 강화시켜서 재발률을 낮추는 것이 일반적인 치료 방법이다.

매핵기를 치료하기 위한 평소 생활 관리로는▲낮과 밤의 규칙적인 생활패턴으로 신체리듬이 무너지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고 ▲충분한 휴식과 심신의 안정이 필요 ▲하루 7~8시간 이상의 양질의 숙면 ▲자극적인 음식절제와 충분한 영양섭취 ▲목 안이 건조해지지 않도록 충분한 수분섭취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환경조성 등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생활관리만으로도 좋아지는 경우가 많지만 충분한 휴식과 안정을 취했다고 생각했는데도 불구하고 증상이 호전되지 않거나 습관적으로 재발되는 경우에는 병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이므로 미루지 말고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한동화 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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