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번째 대결, `쩐`은 피보다 진하다

1월22일 울산시 울주군 둔기리 롯데별장에서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노제를 시작하기 위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별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뉴시스]
1월22일 울산시 울주군 둔기리 롯데별장에서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노제를 시작하기 위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별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수면 아래로 내려갔던 `롯데가 형제들의 경영권 분쟁`이 또다시 떠오르고 있다. 이번에도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현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동생 신동빈 롯데 회장을 상대로 방아쇠를 당겼다.

그것도 해임 안건을 직접 제출하며 또 한 번 진흙탕 싸움을 예고했다. 재계 안팎에서는 "명분도 실리도 없이 갈등만 일으킬 뿐"이라는 회의적인 반응이 적지 않다. 일요서울은 `롯데가 형제의 난`을 재조명한다.

부친상 100일 기다렸다는 듯…. 신동주 전 부회장 "신동빈 해임" 요구
"달라질 것 없다." 해임 요구 일축…. 신동빈 회장, 일본 체류 길어질 듯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롯데홀딩스 이사 해임안 등 내용을 담은 주주제안서를 또 제출했다. 이번이 여섯 번째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28일 `주식회사 롯데홀딩스 정기 주주총회 주주제안 제출에 관한 안내 말씀`에서 "롯데홀딩스 최대 주주인 광윤사 대표이자 주주로서 롯데홀딩스 기업지배구조 기능이 결여 된 현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로잡기 위해 주주제안을 제출했다"고 했다.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 주주총회는 오는 6월 열릴 예정이다.
 
롯데 경영분쟁 재점화…. 신동주-신동빈 회장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신동빈 회장이 국정농단·경영비리 재판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받아 기업 가치를 훼손했다며 신동빈 회장을 이사직에서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롯데홀딩스에서는 유죄 판결을 선고받은 당사자를 비롯해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았으며 원인 규명 및 재발 방지에도 나서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올해 4월 신동빈 회장이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회장 및 롯데 구단주로 취임하는 등 기업의 준법경영과 윤리적 관점에서 이해할 수 없는 상태에 놓여있다"고 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동빈 회장 이사 해임 안건이 부결될 경우 일본 회사법 854조에 따라 법원에 신동빈 회장 이사 해임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또 유죄 판결을 선고받은 부적절한 인물의 이사 취임을 방지하기 위한 명목으로 이사의 결격 사유를 신설하는 정관 변경안도 제시했다.
 
SDJ코퍼레이션 측은 “현재 롯데그룹의 경영 악화로 신동주 회장의 우려가 커진 상황”이라며 “이번 주주제안은 고 신격호 명예회장의 유지를 받들어 롯데그룹의 준법경영을 끌어내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해임안 제출에 재계는 `글쎄`
 
재계에서는 신동주 전 부회장의 이러한 행보를 두고 다소 의아하다는 분위기다. 2015년 7월부터 2018년까지 5차례에 걸쳐 열린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신동빈 회장의 해임안과 자신의 이사직 복귀 안을 제출하고 표 대결을 벌였으나 모두 패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해 1월 설을 앞두고 신동주 회장은 “성북동 집에서 설 명절 가족 회동을 제안했다”는 내용의 편지를 공개하며 화해를 시도했다.

지난 1월19일 부친인 신격호 회장이 별세했을 때는 나란히 빈소를 지키며 조문객을 맞았다. 하지만 부친 별세 101일째인 28일 신동주 회장이 다시 공개적으로 신동빈 회장 해임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논란만 일으킬 뿐 실익이 없다는 빈축을 사기도 한다.
 
한국 롯데 측은 이번 사안을 지켜만 볼 뿐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 롯데 관계자는 “2015년 이후 신동주 회장 측에서 계속해서 신동빈 회장의 해임을 요구하고 있지만, 경영권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일축했다.
 
한편 지난 3월 초 일본으로 출국한 신동빈 회장은 이후 지금까지 일본에 머물고 있다. 일본이 코로나19 바이러스로 한국인 대한 입국을 제한하면서, 한국으로 귀국했다가 일본에 출장을 못 가는 상황을 우려해 일본에 체류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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