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이벤트와 해외민심 두마리 토끼몰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약칭 MB)가 제2의 대선이벤트를 추진할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다름 아닌 미국 방문이다. MB측의 한 관계자는 “이달 말(9월말)에 미국을 방문하는 것은 확실하다”며 “하지만 이밖에 향후 일정 및 계획 등에 대해 언급할 시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MB의 이번 미국방문 계획은 국정감사 이후 ‘깜짝’ 이벤트가 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번 국정감사는 그야말로 ‘이명박 감사’라고 할 만큼 대통합민주신당, 민주당, 민노당 등이 일제히 MB의 도덕성문제를 건드릴 조짐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통합민주신당은 15일부터 본선경쟁에 돌입했다. 대중의 시선이 대선그라운드에 몰려있을 시기에 MB의 미국방문은 정치권과 언론의 시선을 다시금 사로잡는 ‘파워게임’이 시작되는 셈이다.


“한인동포의 표심은 대선에서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드디어 해외 동포에 눈을 돌리고 있다. 해외동포들의 ‘표밭 다지기’에 착수한 것이다. 시기도 절묘하다. ‘이명박 검증국회’가 끝날 무렵인 9월말 해외일정을 잡았다. 장소는 우선 미국부터다. 그 다음 중국, 일본, 러시아 등을 방문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MB가 이달 말 해외동포들과의 만남을 계획하고 있는 데에는 대선표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부재자투표’표심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MB가 9월말로 미국 방문일정을 잡은 것은 시기적으로도 좋은 타이밍이라는 해석이다. 10일부터 실시된 국정감사는 정치권에서 ‘이명박 검증국회’로 불릴 만큼 또다시 ‘이명박 죽이기’가 재연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MB의 최대수비는 역시 민심을 사로잡는 ‘깜짝’ 이벤트다. MB의 해외동포 방문 일정은 그의 아킬레스건인 ‘도덕성’ 문제를 희석시키고, 범여권의 ‘흠집잡기’ 전략에 휘말려들지 않겠다는 의지로도 보인다.


김창준 전미연방하원의원과 회동

특히 지난 10일, 서울 시내 모처에서 MB는 친형인 이상득 전국회부의장과 더불어 김창준 전 미연방하원의원과도 회동을 가졌다. 이달 말 미국방문 일정을 앞두고, MB는 미국 정치권에 발이 넓은 김 전의원과도 접촉을 시도한 것이다.

정치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이달 말 MB가 미국 방문길에 오를 때 김 전의원도 함께 동행 할 것이다”고 말했다.

미국 한인사회의 반응을 살펴봐도, MB는 대체로 호의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항간에 흘러나온 미국 부시 대통령과의 ‘회동설’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이와 관련, 미국 한인사회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MB가 미국을 방문해 부시 대통령을 만날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미 정부입장에서는 MB를 대통령 격으로 대우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당수로서 대우하기도 애매한 처지가 될 것이다”고 했다.

이번 MB의 미국방문에는 한나라당 김덕룡 의원이 중간다리 역할을 톡톡히 했다. MB측의 핵심 전략가인 김 의원은 그동안 ‘재일국민 참정권 법안’을 발의하는 등 해외동포사업을 추진했던 터라 한인동포와는 탄탄한 인맥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현재 미주한인총연합회 김승리 회장과는 친분이 두터운 사이다. 김 의원의 이런 이점을 활용, MB가 한인 동포의 표심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의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MB의 외곽조직에서 활동하는 대선전략 브레인들이 한인들의 표심을 얻어내기 위해 발 빠르게 전략적인 계획
을 추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해외동포 표밭다지기

MB의 이번 미국방문은 양면의 동전과도 같은 대선행보일 수 있다. 그 이유는 MB가 국회검증에서 받은 여러 의혹들을 피해가기 위한 하나의 계획된 전략으로 비쳐질 공산이 커 보이기 때문이다.

반면 MB는 미묘한 시기에 해외방문 일정을 잡아 한인들의 ‘표밭다지기’에 전력투구할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더구나 범여권은 9월 중순경부터 본경선 경쟁이 불붙기 시작한 터라 특별한 이벤트가 없었던 MB입장에서는 이번 해외 일정이 상당히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한 MB는 향후 범여권의 ‘북풍’몰이를 차단할 전략에 치중할 조짐이다. 이를 위해 그는 ‘경제 대통령’ 이미지에서 한 차원 업그레이드 된 ‘국민 후보론’을 내세울 태세다. 연령별로도 약세였던 2030세대의 표심 공략에도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선거기획통 윤여준 역할론 부상
이명박 ‘책사’로 자리 잡는다


선거기획통으로 잘 알려진 한나라당 윤여준 전의원(68)의 ‘역할론’이 최근 급부상하고 있다. 윤 전의원은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의 최측근으로 활동하며 굵직굵직한 선거기획을 도맡아 했던 인물. 이 때문에 ‘전략통’으로 통하는 책사다. 한나라당이 대선체제로 돌입하는 10월 초쯤, 윤 전의원은 선대위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도 이에 대해 “MB가 직접 만나거나 전화 등을 통해 핵심 사안을 논의하는 인사 중 한사람이 바로 윤 전의원이다”며 “MB가 최근 대선에
서 도와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윤 전의원이 향후 ‘MB대통령 만들기’에 최대 핵심 인사로 활동할 확률이 높다고 관측했다.

한편 윤 전의원은 충남 논산 출신으로 단국대 정치학 석사를 졸업한 뒤 지난 2003년 9월 여의도연구소 소장, 제16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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