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7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9.04.17. [뉴시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7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9.04.17. [뉴시스]

 

[일요서울]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지만, 논의 과정에서 늘어난 재원 규모를 감당하기 위해 나랏빚을 추가로 지면서 국가 재정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위축된 경기 부양 등을 위한 3차 추경안 편성 전부터 정부가 '대규모' 적자 국채 발행을 예고하면서 나랏빚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여야는 30일 본회의를 열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2차 추경안을 처리했다. 총 14조3000억원 규모에서 지자체가 2조1000억원을, 정부가 12조2000억원을 부담한다. 이중 8조8000억원은 올해 예산 중 부진한 사업을 중심으로 세출 조정을, 나머지 3조4000억원은 적자 국채를 발행해 재원을 충당하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 16일 국가 재정건전성을 고려해 소득 하위 70% 지급을 기준으로 7조6000억원 규모의 2차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필요한 재원 9조7000억원 중 지자체 부담금 2조1000억원을 제외한 7조6000억원 전액은 세출 조정을 통해 마련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연가 보상비 등 공무원 인건비를 깎고 방위력 개선 사업, 철도 사업, 공적개발원조(ODA) 등 감액이 가능한 사업을 최대한 추려내 3조6000억원을 모았다. 나머지 4조원은 기금의 지출을 줄이고 용처를 달리해 끌어 쓰는 방식을 택했다.
 
하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전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100%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 결국 기재부의 양보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필요한 재원 소요가 증가하면서 적자 국채 발행이 불가피해졌다.
 
2차 추경으로 3조4000억원의 국채를 발행하면서 국가채무 규모는 1차 추경 이후인 815조5000억원에서 819조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지난해 국가채무 규모인 740조8000억원(예산 기준)보다 78조2000억원이나 증가하는 셈이다. 정부는 올해 예산을 편성하면서 국가채무가 805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1차 추경을 거치며 815조5000억원으로 늘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지난해(37.1%)보다 4.3%p 증가한 41.4%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애초 정부는 올해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39.8%로 점쳤다. 심리적 마지노선인 40%선이 1년 앞당겨 깨져버린 것이다.
 
나라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도 악화됐다. 애초 본예산 때 예측한 적자 규모인 71조5000억원보다 17조9000억원 증가한 89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1차 추경(82조원)보다 7조4000억원 늘어난 수치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에서 미래 세대를 위해 쌓아놓는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의 수지를 제외한 수치로, 정부의 순재정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본예산(3.5%)보다 1.0%p 상승한 4.5%까지 오르게 된다. 지난 1차 추경 때(4.1%)보다도 0.4%p 높아진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있던 1998년(4.7%) 이후 최대치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4.0%를 넘어간 건 1998년(-4.6%) 이후 22년 동안 한 번도 없었다. 유럽연합(EU)의 재정준칙인 GDP 대비 3.0%도 훌쩍 넘어간다.
 
더 큰 문제는 코로나19 사태 진정 이후 침체된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재원과 부족한 세수를 채워 넣는 '세입 경정'이 포함된 3차 추경이다. 정부가 추가 지출을 기정사실화 한 상황이지만 세수 여건이 여의치 않아 대규모 적자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월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문 대통령 주재 제5차 비상경제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3차 추경은 불가피하게 편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상당 규모가 될 것 같고 대부분 적자 국채 발행을 통해 충당될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3차 추경에는 고용 충격에 대한 대책 소요 10조원, 앞서 정부가 발표한 100조원+α의 금융 안정화 프로그램을 뒷받침하기 위한 재원 등이 포함된다. 올해 세수 부족분을 예측한 '세입 경정'도 3차 추경에 담길 전망이다.
 
앞서 정부는 1차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세입 경정으로 3조2000억원을 편성했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2조4000억원이 감액됐다. 정부는 2차 추경 편성에 앞서 세입 경정을 검토했지만, 세수 부족분을 가늠하기 어려워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해 경기 부진으로 올해 법인세가 줄어들고 코로나19로 근로소득세, 부가가치세 등이 정부 예상보다 덜 거칠 것으로 예측되면서 3차 추경에는 '세입 경정'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난 1~2월 걷힌 국세 수입은 1년 전보다 2조4000억원이나 감소했다.
 
적자 국채 규모가 급증하면 국가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앞서 신용평가사 피치도 지난 2월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2023년 46%까지 높아지면 중기적으로 국가신용등급이 내려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뉴시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