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서 ‘리더십’ ‘헌신성’ 빛났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겸 중앙방역대책본부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김대업 대한약사회장. [사진 출처=뉴시스, 대한약사회 홈페이지 캡처]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겸 중앙방역대책본부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김대업 대한약사회장. [사진 출처=뉴시스, 대한약사회 홈페이지 캡처]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 속, 국내에서 특별한 리더십으로 주목 받는 인물들이 있다. 바로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겸 중앙방역대책본부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김대업 대한약사회장 등이다. 일요서울은 이들의 행보를 집중적으로 살펴보면서 리더십을 분석해 봤다.

외신도 ‘인정’···어떤 행보 보여 주목 받았나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코로나19 100일 동안 총 60여 차례의 브리핑을 하고, 국민들에게 ‘안쓰럽다’는 표현을 들을 정도로 일하고 있다. 그 사이 흰머리는 늘어갔고, 얼굴도 수척해졌다. 이례적으로 기자들이 건강 상태를 염려하는 질문을 던질 정도였다.

누리꾼들은 ‘정은경 보유국’이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정 본부장에 대한 존경의 뜻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월 스트리트 저널은 잘 분석된 정보, 침착함, 단호한 메시지 등의 조화가 국민의 불안을 안정시켰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정 본부장은 지난 1995년 국립보건원 특채로 보건공무원이 됐다. 지난 2015년, 전 정부 시절 최초로 맞은 메르스 사태 때는 질병예방센터장이었다. 당시 메르스 방역 실패를 이유로 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이후 대처 능력을 인정받아 2017년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서는 차관급인 질병관리본부장으로 영전했다. 1급 공무원인 실장을 건너뛰고 바로 차관급으로 승진한 사례다.

질본에 따르면 정 본부장은 눈을 붙이는 시간을 제외하면 온종일 긴급 상황실을 지키고 있다. 확진자 현황 집계, 언론 브리핑 준비, 각종 화상 회의 참석 등 때문에 시간이 부족하다고 한다. 식사도 도시락과 이동 밥차 등으로 간단히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여러 이유 때문에 브리핑에 등장할 때마다 초췌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4일에는 4개월간 월급의 30%를 반납하기로 한 장차관급 공무원들과 마찬가지로 자진해서 급여를 반납하기로 했다. 차관급인 본인 급여 1억2784만 원 중 반납액은 약 1200만 원으로 10% 정도다. 또 기획재정부에서는 질본 직원들의 연가보상비도 삭감했다. 이 때문에 질본 연가보상비 삭감을 두고 직원들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잇따르기도 했다.

국회 보건복지 관련 전문가인 김봉겸 보좌관(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일요서울에 “정 본부장은 우리나라 방역 컨트롤 타워(질병관리본부)의 수장이다.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부터 이런 일을 쭉 해 왔기 때문에 경험과 노하우가 풍부하다”면서 “코로나19 초기 대응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이 대구 지역의 신전지 교인들의 집단감염이었다. 지역 봉쇄 없이 초동 대응을 잘했다. 정 본부장은 전반적으로 하나하나 치밀한 시나리오와 전략으로 국민적 동참을 유도했다. 여야를 떠나, 보수와 진보를 떠나 모두가 좋아하는 인물이 정 본부장이다. 독특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다른 인물에 대해서는 비난이 있지만 정 본부장을 욕하는 사람은 많이 못 봤다. 또 최근 연가보상비 삭감에 대해서도 정 본부장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삭감할 수 있느냐는 국민적 공분이 일어날 정도로 국민적 영웅이 된 게 정 본부장인 것 같다”면서 “그만큼 전문가로서, 방역 컨트롤 타워(질병관리본부) 수장으로서 충분한 리더십도 보여줬고, 헌신성도 보여준 것 같다. 그런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9년 만에 정치권으로 복귀한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강원 원주갑 당선자도 지난달 24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이번 코로나 사태 대처에 중심에 선 이들 중 정 본부장,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 배금주 보건복지부 감사관이 모두 서울대 운동권 83학번이라는 점이 흥미롭다”면서 “학생운동을 왜 했나. 결국 공동체를 위한 것 아니었나. 그런데 거기에 그치는 게 아니라 전문성과 능력이 더해져야 비로소 빛을 발할 수 있다. 환자를 사랑하는 건 마음으로 할 수 있지만 환자를 고치는 건 능력이다. 전문성이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강력 대처’ 경기도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코로나19 강력 대처 행보로 향후 대권주자 후보로도 거론되는 상황이다.

경기도는 첫 확진환자 발생일인 지난 1월2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방역대책반’을 긴급 가동하면서 본격적인 방역활동에 돌입했다.

이후 마스크 매점매석 금지 건의, 신천지에 대한 강제 조사, 종교시설에 대한 첫 행정명령, 역학조사관 확대,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 설치,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지급 등 선제적인 방역활동으로 전 국민의 주목을 받았다.

이 때문에 이 지사의 코로나19 방역 선제조치는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대응을 이끌어 내 감염병 확산 방지에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마스크 매점매석 금지, 확진자 이동경로 상세 공개 등은 모두 경기도가 건의해 정부가 시행한 조치들이다. 또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은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전국 최초로 결정해 전국의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다.

김 보좌관은 이 지사를 두고 “중앙정부도 중요하지만, 중앙정부와 호흡을 맞추며 지방정부 차원에서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 지사는 다른 것보다 신천지에 대해 협조나 많은 것들이 안 될 때, 행정권을 발동해서 적극적으로 대처한 것이 대단했다. 이것저것 눈치 볼 수밖에 없는 상황임에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에서 비판을 무릅쓰고 그런 일들을 (강행)했던 것 같다”면서 “재난지원금도 긴급재난생활지원금의 ‘긴급’이라는 성격상 속도가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속도를 가장 잘 낸 단체장이라고 본다. 반면 대구시장 등은 우유부단하고 중앙에 의존하는 모습을 너무 많이 보였다. 이 지사는 상당히 결단력 있게 추진했던 대표적인 단체장”이라고 평가했다.

‘화살받이’ 대한약사회

김대업 대한약사회장도 코로나19 때문에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일명 ‘마스크 대란’의 화살받이 역할을 자처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마스크 대란이 이어지면서 정부 제도 시행 자체에 불만을 가진 시민들이 약사들과 대한약사회에 비난의 화살을 집중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전국 약사들은 마스크 대란에 대한 책임과 정치적 다툼보다 줄을 서지 않아도 집 앞 약국에서 항상 마스크 한두 장은 살 수 있는 상황이 오기를 바란다”며 “지역 보건의료기관으로서 최선의 노력을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전국 2만3000여 약국은 국민 보건의료기관으로서 마스크의 균등한 공급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국민들의 협조를 부탁하기도 했다.

김 보좌관은 “김 회장은 ‘마스크 회장’이라고 할 정도로 공적마스크 공급에 앞장선 인물이다. 초창기에는 엄청 욕을 얻어먹었다. 마스크 대란 때 욕먹는 걸 자처했다. ‘공적마스크 공급을 동네 약국이 하겠다’라며 약사회의 많은 반대와 비난을 무릅쓰고 동네 지역 주민들의 ‘건강지키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이 나서 상당히 안정화시켰다”면서 “사실 마스크를 제대로 공급 안 했다면 선거가 어떻게 됐을지도 모른다. 과연 선거를 치를 수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마스크 대란을 진정시키고 공적마스크 공급을 잘 수행했던 동네 약국, 그중에서도 이를 추진했던 대한약사회 김 회장의 리더십은 상당히 높이 평가할 수 있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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