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한 교수
신용한 교수

소위 “코로나 총선”으로 불린 21대 국회의원 선거.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원활한 외부 활동에 제약을 받게 된 후보들은 누구랄 것도 없이 각종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선거전에 열을 올렸다. 신인일수록 문자 메시지를 포함한 각종 메신저 프로그램은 말할 것도 없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대중화된 SNS를 총동원하다 보니 유권자의 피로감이 극에 달했던 것도 사실이다. 비단 선거뿐만 아니라 SNS가 가히 마법의 지팡이 역할을 하는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만병통치약처럼 보이는 SNS의 효용성에 딴지를 걸 만한 선거 결과도 많이 등장했다. 이번 총선에 출마한 여야 후보들 가운데 엄청난 구독자 수를 자랑삼아 온라인뿐만 아니라 출마하기만 하면 당장이라도 당선될 것처럼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해 온 유명 ‘유튜버’도 상당수가 있다. 과연 그들의 성적은 어떠했을까?

광팬을 몰고 다니고 연예인에 준하는 인기를 누리며 득의양양했던 그들의 당선에 대한 호언장담은 민망할 정도로 빗나간 경우가 많았다. 저조한 득표율과 당락뿐만 아니라 그들의 판세 분석이나 선거 예측도 상당 부분 빗나갔다. 이쯤 되니 유튜브를 포함한 SNS의 영향력에 물음표를 제기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특히, 가짜뉴스를 아무런 검증 없이 유포하거나, 진영 간 혐오를 더욱 증폭시키는 음모론류의 극단적인 컨텐츠로 ‘장사’를 하는 부정적 측면이 부각되다 보니 합리적이고 중도적인 성향의 유권자들로 하여금 오히려 배척당하는 결과도 자초하였다. SNS 만능시대인데 선거에 있어서는 오히려 SNS ‘무용론’이 일어나는 배경이다.

사회상을 통찰하는 날카로운 위트와 풍자 및 직설화법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던 ‘행동하는 지성인’의 상징인 독일의 ‘귄터 그라스’는 “페이스북은 쓰레기다.”라는 말로 현대인의 무조건적인 SNS 노출 본능에 경각심을 심어주었다. 독일의 ‘올리버 예게스’는 사생활 보호를 외치면서도 SNS 자기 일상을 기록하는 데 주저함이 없으며 뭐든지 다 할 수 있는 기회의 풍요 속에서도 “YES”나 “No”보다는 “Maybe”를 외치는 “메이비족”이라는 신조어로 SNS 홍수 가운데 결정 장애에 빠진 현대인들을 예리하게 비판하고 있다.

진영논리에 갇힌 일부 강성 지지자들의 중복 지지에 둘러싸여 SNS 영향력이 과대포장된 것이라는 분석은 일견 납득할 만하다. ‘사전선거 조작’ 주장에서 보듯이 지지하는 이슈의 동조 여부에 따라 또는 선거 결과에 따라 썰물처럼 빠지는 구독자나 좋아요 숫자를 보면 타당한 면이 있다. 유튜브나 기타 SNS의 영향을 평가절하하고 싶은 쪽에서는 이번 총선에서의 SNS 영향력에 대해서도 ‘찻잔 속 태풍’에 불과하다고 폄하하면서 SNS ‘무용론’이나 ‘폐해론’까지 꺼내들고 있다. 그러나, SNS의 본질을 곰곰이 되짚어 보면 그런 단정은 성급한 것으로 보인다.

쓰레기 수준의 정보가 넘쳐난다는 질과 양에 대한 비판 속에서도, 각종 모바일 기기가 필수품이 되면서 유튜브를 필두로 하는 SNS가 선거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리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다. SNS 공간에서 확산되기 시작한 첨예한 논쟁이 여론의 물줄기를 바꾸고, 심지어 정치적 의사결정의 방향을 바꾸는 등 SNS의 위력은 날이 갈수록 증대되는 현실이다 보니, 각 정당들이 ‘디지털 소통 능력’을 후보 평가의 주요한 요소로 삼는 게 상식이 된 지 이미 오래다. 

SNS의 본질은 ‘쌍방향 소통’이다. 나쁜 사람들이 퍼뜨리는 헛소문도 있고, 듣기 거북한 험담도 흘러 다니지만, 헛소문이나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는 자정능력도 그 안에서 나온다. 일방적으로 유도하는 메시지가 우세한 듯 보이지만 점차 외면하는 이들이 생겨나고 끊임없는 쌍방향 소통을 통해 걸러 낼 것은 걸러진다. 또 증가하는 SNS의 위력 속에 역풍 맞은 수많은 사례를 보며 SNS가 만능이 아니라는 점도 이미 체득해 가고 있다. 

SNS가 대세인 시대! 채 2년도 남지 않은 대선에서 SNS는 어떤 모습으로 그 영향력과 위력을 드러낼까? 한가지 분명한 점은, 달콤한 가짜뉴스의 환상에서 먼저 깨어나 SNS의 ‘쌍방향 소통’ 본질을 정확히 꿰뚫고 활용하는 진영이 승리를 거둘 것임은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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