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21대 총선이 끝난 가운데, 이제 향후 있을 전국단위 선거는 2022년에 치러질 3.9 대선이다. 만 2년이 채 남지 않았다. 내년 초에는 여야 잠룡들이 본격적으로 캠프를 꾸리고 활동에 돌입한다. 최근 발 빠른 행보를 보이는 인사는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정무 라인을 개편하며 대선을 위한 사전 작업에 돌입했다. 코로나 정국에 존재감을 드러낸 이재명 경기지사 역시 여권 내 우군 다지기를 시작했다.

두 인사의 공통점은 친문이 아니라는 점이다. 박 시장이 비문 성향이라면 이 지사는 반문 성향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러나 처한 상황은 매우 다르다. 이 지사는 총선을 거치면서 14%대까지 대선 지지도를 끌어올리면서 2위로 올라섰다. 한때 두 자릿수에 머물렀던 박 시장은 2~3%대 박스권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급한 박 시장은 이번 총선에서 서울시에 근무했던 최측근을 총선에 적극 내세워 12명이라는 박원순 사단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반면 이 지사는 총선 전후로 급상승한 지지율과는 달리 이재명계라고 꼽을 수 있는 국회의원 당선자는 1~2명에 그칠 정도로 초라한 성적표를 얻었다. 그러나 180석을 받은 여당 내 다수가 친문.신친문 등 주류라는 점에서 두 인사는 비주류의 길을 계속 걸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비문·반문 이미지까지 더해져 대권 도전에 험로가 예상된다.  

이에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당락을 좌지우지할 친문 지지층들의 표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특히나 수도권 광역단체장으로서 자신들이 행사할 수 없는 인사권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두 인사가 적극 영입하려는 인사는 범친문 인사들이다.

박 시장은 최근 정무라인을 교체하면서 참여정부 청와대 출신이자 안희정 전 충남지사 메시지 팀장을 지낸 장훈씨를 신임 소통전략실장으로 임명했다. 또한 박 시장은 이번 총선에서 낙선한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에게 현재 공석인 정무부시장직을 제안했다. 그러나 박 전 대변인은 자신이 출마한 공주.부여를 위해 일하겠다고 고사한 상황이다. 

이재명 경기지사도 마찬가지다. 핵심 코어 그룹은 자신의 측근들로 채우고 외곽이나 산하 공공기관에는 범친문 인사들을 영입했거나 영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과정에서서 경기도는 청와대에 인사 관련 문의를 직간접적으로 보내 ‘싸인’을 받고 인사를 하는 등 친문에 적극 구애하고 있다. 

박수현 전 대변인 역시 이화영 전 의원이 몸 담았던 경기도 평화부지사 자리를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변인은 정중히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영남 출신 친문 성향의 정치인을 평화부지사로 내정하고 재차 청와대에 문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청와대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또한 공석인 경기도 행정 2부지사 자리에 경기도 출신 공무원을 추천해도 되지만 행안부에 인사 추천을 맡겨 인사가 늦춰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두 인사가 범친문 인사들을 시와 도에 적극 영입하려는 이유는 자명하다. 친노·친문 등 주류의 지지를 받지 않고서는 ‘차기 대권은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두 인사의 친문 러브콜이 차기 대선에서 얼마나 유리하게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친문 잠룡이 부재한 이상 비문 잠룡들의 친문에 대한 애정 공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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