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경영 소장
엄경영 소장

이낙연 전 총리 독주가 더 거세졌다. 민주당 압승으로 끝난 총선이 이 전 총리 대세론에 힘을 더욱 보태고 있다. 리얼미터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오마이뉴스 의뢰·20~24일 2552명 대상·유무선 전화면접-ARS 혼용·95% 신뢰수준 표본오차 ±2.0%포인트. 자세한 여론조사 개요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이 전 총리가 40% 벽을 처음으로 돌파했다.

호남 출신이 여야 대상 차기 선호도 1위를 차지한 것은 DJ 이후 이 전 총리가 최초다. 1997년 대선 이후니 무려 23년 만의 일이다. DJ 이후 호남은 늘 영남 후보를 받아들였다. 호남 출신이 대선 후보가 되면 영남 결집을 초래한다는 걱정 때문이다. 김욱 호남대 교수는 <아주 낯선 상식>에서 호남은 대의를 위해 지역 이익을 기꺼이 희생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2002년 대선 민주당 경선에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역전했다. 여론조사에선 이인제 후보가 앞서 나갔지만 광주 경선에서 노 후보가 1위로 치고 나갔다. 본선 경쟁력을 강조한 ‘영남후보론’의 승리였다. 영남후보론은 지역 결집을 피하고 영남 개혁세력+호남+수도권 범진보 진영을 묶으면 승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때부터 영남후보론은 범진보 대선 필승공식이 됐다.

2007년 대선은 선거 이전부터 패배가 예상됐다. 노 전 대통령 임기 말 여권은 이합집산을 되풀이하며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진통 끝에 범진보는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를 내세웠다. 그는 전북 출신이다. 그러나 정 후보는 야권의 MB는 물론 박근혜 전 대통령에도 밀렸다. 정 후보는 본선에서 MB에게 500만표 차이로 패배했다. 진보 정권에 실망한 젊은 층이 대거 기권하면서 투표율은 63%에 그쳤다.

2012년 대선에서 범진보는 민주당 문재인 후보,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각축을 벌였다. 영남 후보끼리 맞붙은 것이다. 호남에선 안 후보가 우위를 보이기도 했지만 민주당 벽을 넘지 못했다. 안 후보 사퇴 이후 문 후보는 막판까지 박 전 대통령을 추격했지만 끝내 역전엔 실패했다. 2017년 대선에서도 범진보 유력 후보엔 호남주자가 없었다. 문 후보 외에 영남 출신으로 이재명 경기지사와 충청 출신인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활약했다.

과거 호남 주자들은 지역 몰표를 기반으로 젊은 층, 영남 개혁세력 등 외부 확장을 꾀했다. 그러나 대개는 지역 구도를 넘지 못하고 좌초하곤 했다. 이 전 총리는 다르다. 그의 도약은 지역보다는 세대 효과 때문이다. 그는 모든 연령에서 35% 이상 지지를 받고 있다. 그는 전 연령에서 다른 주자들을 멀찍이 따돌렸다.

 총선 이후 범진보 차기 구도는 심플해졌다. 낙선한 김부겸·김영춘 의원은 경쟁 대열에서 멀어졌다. 박원순 서울시장,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유력 주자로 거론되고 있지만 도약 계기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친노’ 이광재 전 강원지사도 춘천에서 당선했지만 차기 주자로 부각될 수 있을지는 다소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이다.

이 지사가 현재로선 이 전 총리 유력한 대항마다. 그는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14.4%를 기록했다. 이 전 총리 외에 유일한 10%대 지지율이다. 탁월한 정치 감각과 두터운 젊은 층 지지가 강점이다. 김두관 의원은 손쉬운 김포 대신 ‘험지’ 양산에서 당선했다. 정치적 자산을 축적한 것이다. 김 의원은 2012년 민주당 유력 주자로 거론됐다. 영남후보론을 탈 수 있어 언제든 이 전 총리 경쟁자로 부상할 수 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