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 반품한 고객 ‘계정정지’…에어팟 구매 고객은 ‘케첩’ 받아

[쿠팡 홈페이지 캡처]
[쿠팡 홈페이지 캡처]

 

[일요서울 | 황기현 기자] 쿠팡은 적자를 감수한 공격적 투자 전략으로 ‘로켓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14일 연결 기준 2019년 매출액이 7조1530억 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전년 대비 64.2% 증가한 수준으로, 경제 생태계 구축을 우선 과제로 삼은 쿠팡의 ‘아마존 전략’이 빛을 보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그런데 탄탄대로를 달리던 쿠팡의 질주에 제동이 걸렸다. 쿠팡에서 물건을 구매한 일부 소비자들이 사기 피해를 호소하거나, 반품과 관련한 쿠팡 측의 태도에 불만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어떻게 된 일일까.

잇단 논란에 소비자 불만 ‘가중’
쿠팡 측 “반품 건 누락, 정보 입력 과정에서 오류”

논란이 불거진 건 지난달 23일이었다. 같은 달 10일 동생의 노트북을 구매하기 위해 검색하던 A씨는 한성컴퓨터의 ‘BossMonster XH697R’라는 제품을 추천 받았다. 문제는 이 제품이 쿠팡을 제외한 모든 사이트에서 품절이었다는 것이다. A씨는 급한대로 쿠팡에서 해당 제품을 주문했다고 설명했다. 제품 주문에는 A씨 어머니의 아이디를 사용했다. ‘로켓배송’이 적용되는 제품이었던 노트북은 다음 날인 11일 배송됐다. 그러나 배송된 상품은 A씨가 주문한 ‘XH697R’이 아닌 ‘XH695R’이었다. 잘못된 제품이 온 것. A씨는 “7R은 110만 원 정도 하는 상품이고 5R은 하위모델로 89만 원 정도다”라면서 “심지어 상자도 한번 ᄊᅠᆻ던 상자였는지 테이프 접착도 안 되고 고가의 기기 포장용 상자 치고는 너무 크고 포장도 허술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A씨가 첨부한 사진에서는 5R이라고 적힌 상자와 본체에 적힌 모델명을 확인할 수 있다. 포장 역시 에어캡 몇 개만 들어있을 뿐 파손주의 상품이라기엔 적절하지 않은 상태였다.
황당함을 느낀 A씨는 곧바로 쿠팡에 연락해 ‘잘못된 모델이 왔다’고 따졌다. 쿠팡 측은 오배송을 확인하고 교환이나 환불 여부를 물었고, A씨는 “쿠팡만 재고가 있는 상황에서 내가 구매하기 전에도 재고가 2개였는데, 구매 후에도 재고 수가 변동이 없다. ‘XH695R’을 착각해 잘못 기록한 거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자 쿠팡 측은 “‘XH697R’ 모델 재고가 3개 확인된다”고 대답했다. 이에 A씨는 교환을 선택했고, 다음 날인 12일 오배송 제품을 반품하고 새 제품을 수령했다. 그러나 또다시 문제가 생겼다. ‘XH695R’이라고 적힌 상자 위에 ‘XH697R’이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는데, 제품을 개봉해보니 본체에는 또다시 ‘XH695R’이라고 명시돼 있었기 때문이다. A씨는 “스티커로 겉면만 7R이라고 속이고 내용물은 5R인 것”이라면서 “이건 진짜 사기다 싶어서 전화해서 바로 환불 받았다”고 토로했다. 결국 그는 환불을 선택했고, 다음 날 반품을 완료한 뒤 블로그에 쿠팡 측의 잘못을 지적하는 글을 적었다고 한다.

사흘 뒤 어머니 폰으로 날아온 문자 한 통
반품 완료했는데…반품 누락으로 계정 정지?

 
그렇게 쿠팡과의 거래를 마친 A씨는 4월 16일 다시 한 번 당황스러움을 느꼈다. 쿠팡에서 노트북을 구매하는 데 이용한 어머니 연락처로 문자 한 통을 보낸 것이다. 문자에는 ‘[쿠팡 이용 약관] 및 [쿠팡 서비스 이용 정책]에 근거하여 회원님의 회원 자격이 제한되었음을 안내 드립니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A씨는 쿠팡 고객센터 측에 계정 정지 이유를 확인했다. 쿠팡 측은 ‘반품 건 누락’이라고 응답했다. 분명히 절차에 따라 반품을 진행했음에도 누락됐다는 대답에 A씨는 “안내대로 두 번 다 반품을 진행했다. 누락이라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반품 건 담당 배송 기사분의 연락처를 알려달라. 직접 확인하겠다”고 요구했다. 그러자 쿠팡 측은 “교환 과정에서 불편을 끼쳐드려 정말 죄송하다”면서도 “쿠팡 기사의 배송 중 사고 증가로 인해 연락처는 따로 안내해드리기 어렵다. 정확한 정지 사유 및 해제 가능 여부를 확인해 4월 20일 20시까지 답변드리겠다”고 응대했다.
화가 난 A씨는 “계정 제한 해제는 필요 없다”고 받아쳤다고 한다. 그러면서 “쿠팡 측에서 지시한 대로 반품을 진행 했음에도 ‘반품 누락’으로 계정을 정지시킨 부분을 짚고 넘어가고 싶다. 쿠팡 기사분이 회수한 게 아니라면 경찰에 신고해야 하는 만큼 확실히 처리하고 싶다”고 지적했다. A씨는 쿠팡 측에 ▲반품 누락이 확실한지 ▲확실하다면 제품이 고가임에도 계정 제한을 걸기 전 왜 연락을 취하지 않았는지 ▲누락이라면 구매자의 책임은 없는지 등을 답변해달라고 요청했다. 13일에 반품한 제품을 3일이나 지난 16일에 누락됐다며 계정을 정지시킨 게 이해가 안 갔기 때문이라고 한다. A씨는 “진짜 분실이면 빨리 신고를 해야하지 않겠느냐”라면서 “개인적으로 절대 반품 누락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너무 화가 났다”고 호소했다. 이어 “누락 건이 아니라면 제대로 사과해 달라고 요구했다”면서 “더 이상 쿠팡을 이용할 의향이 없기 때문에 계정 제한 해제는 필요하지 않았다”고 했다. 지난달 23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 이와 관련해 토로한 A씨는 서울시전자거래센터에 신고를 했다고 한다. A씨는 “재고가 있음에도 품절이라고 거짓말 치고 스티커로 가려서 더 비싸게 뻥튀기해서 판매하려고 했다는 것이 너무 화가 난다”면서 “저만 재수 없게 상품 바꿔치기가 걸린 걸까요”라고 의문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쿠팡 관계자는 스트레이트 뉴스에 “해당 사건에 대해 확인하고 있으며 어느 시점에 어떤 부분이 잘못된 것인지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쿠팡 “5R과 7R은 외형 같은 제품”

A씨는 하루가 지난 24일 쿠팡 측으로부터 상황에 대한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먼저 처음 문제가 된 ‘XH695R’과 ‘XH697R’에 대해서 쿠팡 측은 “외형은 똑같은 제품”이라면서 “CPU 종류에 따라 모델명이 달라진다. 노트북 본체에 명시된 모델명도 5R이고 박스도 5R이지만 실제로는 7R과 동일한 제품이다”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납품 업체인 한성컴퓨터 역시 이와 같은 답변을 했다고 한다. 결국 A씨가 수령한 제품은 5R이라고 새겨진 7R이었다는 게 쿠팡 측의 설명이다. 반품 건 누락으로 인한 계정 정지에 대해서는 쿠팡 측의 실수임을 인정했다. 쿠팡 측은 “반품이 완료된 후 정보를 입력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난 것으로 추정 된다”라고 A씨에게 전달했다. 전산 오류로 인해 정상적인 반품이 누락으로 처리됐다는 것이다. 쿠팡 측은 A씨에게 “설령 7R의 스펙의 노트북이 배송됐다고 해도 라벨은 5R이라고 돼 있었고 그것을 사전에 고지하지 않은 우리의 온전한 실수가 맞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계정이 이유 없이 정지 되면서 겪었을 불편함 등의 보상으로 쿠팡 포인트를 제공 하겠다”고 했으나 A씨는 이를 거절했다고 전했다. A씨는 “계정도 풀어준다고 했는데 안 쓸 거라 필요 없다”고 사건의 마무리를 알렸다.

‘에어팟 프로’ 배송 상자에는 ‘케첩·오로나민C’?

A씨의 경우에는 정상적으로 환불을 받았으나, 아예 ‘사기’를 당했다는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나오는 제품이 있다. 애플 사에서 판매하는 에어팟 프로가 바로 그것이다. 지난 2월부터 지난달 23일까지 쿠팡 에어팟 프로 제품의 구매 후기에는 사실상 사기를 당했다는 호소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한 구매자는 ‘30만 원 마요네즈’라는 후기에서 “30만 원짜리 마요네즈 배송 잘 받았네요”라는 글과 함께 에어팟 프로 대신 마요네즈가 들어있는 사진을 게재했다. 또 다른 구매자 역시 쿠팡 로켓배송 상자에 에어팟 프로 대신 케첩이 들어있는 사진과 함께 “이게 뭐냐. 내가 케첩을 시켰느냐. 28만 원짜리 금 케첩인거냐”라는 냉소적인 후기를 남겼다. 에어팟 프로가 26만 원대에 올라와 바로 구매했다는 B씨는 “퇴근하고 와서 박스를 열어보니 에어팟 프로 대신 오로나민C가 나왔다”면서 “처음에는 서비스인줄 알고 개봉했는데 완충제를 치우니 아무것도 없었다. 믿기지가 않아서 ‘내가 기억을 못 하나’ 하는 생각까지 했다. 당황스럽고 어이가 없다. 중고나라 벽돌사기 당하면 이런 느낌인 거냐”고 토로했다. 가장 최근인 23일 후기에도 에어팟 프로 대신 테이프가 들어 있는 ‘로켓배송’ 상자를 받은 구매자의 후기가 올라와 사기 피해가 여전히 이뤄지고 있음을 짐작케 했다.

‘빠른 성장’ 좋지만…소비자 피해 없어야

일각에서는 쿠팡의 소비자 응대가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두에 밝혔듯 쿠팡의 성장세는 굉장히 빠른 편이다. 쿠팡이 창출한 일자리도 크게 늘어 지난 2018년 2만5000명에서 2019년 3만 명으로 1년 사이 5000명이나 증가했다. 연 매출이 30억 이하인 중소기업 6만2000개가 쿠팡을 통해 판로를 찾기도 했다. 이런 측면에서 쿠팡의 성장은 분명히 반길 만한 일이다. 그러나 쿠팡과 같은 이커머스·쇼핑몰 업체는 외적 성장이나 빠른 배송 못지않게 판매 사후관리 등 고객의 편의를 신경 써야 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한 소비자는 “값싸고 저렴한 물건을 빠르게 배송해주는 건 물론 좋다”면서도 “온라인에서 물건을 구매하다 보면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가 분명히 생긴다. 이때 어떻게 응대하느냐에 따라서 또다시 그 업체를 이용할지 안 할지 결정하는 것 같다. 교환·환불 과정에서 잡음이 생기면 다신 이용하고 싶지 않더라”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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