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시작해서 코로나로 끝난 21대 총선이었다.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도 없었고, 정당에 대한 신뢰도 없이 선거는 끝이 났다. 총선을 통해 부각되는 인물도 극히 제한적이었다. 진영논리만 있었고, 편 가르기는 심화됐다.

300명의 선량에 대한 평가는 이들이 임기를 시작하지도 않았지만 부정적인 면이 도드라지게 부각되고 있다. 20대 국회 후반기 2년을 보면 역대 최악의 국회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21대 국회는 그보다 더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더군다나 2년도 채 남지 않은 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어 걱정이 더욱 크다.

여야 대권후보 1위 간의 빅 매치로 주목받았던 종로선거구 대결은 이낙연 후보가 58.3%를 득표하여 39.9% 득표에 그친 황교안 후보를 압도했다. 황교안 후보는 미래통합당 대표에서 물러났으며 자연스럽게 대권후보에서도 도태(淘汰)됐다.

한편 종로에서 승리한 이낙연 국회의원 당선인은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독주 체제를 굳혔다. 지난달 28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실시한 4월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 결과를 보면 이낙연 당선자는 40.2%의 선호도로 11개월 연속 1위를 이어갔다. 한 달 전 조사와 비교하면 10.5%포인트 오른 수치로 2위를 두 배 이상 앞서는 압도적 1위다.

이낙연 당선자의 뒤를 이어 이재명 경기지사가 14.4%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2위에 올랐다. 코로나 사태에서 존재감을 과시한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갈 길은 멀어 보인다. 황교안 전대표의 몰락으로 가장 큰 반사이익을 얻은 사람은 홍준표 당선인이다. 미래통합당에서 공천 배제를 당하며 절치부심(切齒腐心) 끝에 금배지를 거머쥔 홍준표 당선인은 7.6%를 기록하며 3위에 올랐다. 보수계 후보로는 1위의 성적표다.

이번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차기 대선은 끝난 감도 없지 않다. 그렇다면 정말 그럴까? 필자는 세 가지 이유에서 이낙연 당선인이 차기 대선에서 대세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첫째,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압도적 승리에 그가 공헌한 점이 별로 없다. 그는 이해찬 당대표와 함께 더불어민주당의 상임선거대책위원장으로 총선을 진두지휘했지만 그가 공을 들인 지역이 승리하지는 못했다. 대표적인 지역이 무소속 이용호 의원이 당선된 전북남원임실순창지역구다. 4선을 노리는 이강래 전 의원을 이낙연 당선인이 지원하기 위해 해당 선거구를 방문했을 때, 이용호 의원의 피해자 코스프레만 주목받았다. 그리고 호남을 대표하는 이낙연 당선인이 선거지원을 왔음에도 더불어민주당이 패배한 유일한 호남 지역구로 기록되었다. 호남에서의 그의 정치력은 완벽하지 않았다.

둘째, 이번 총선결과를 보고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호남굳은자론’, 다시 말해 ‘영남후보론’이 더욱 힘을 얻게 될 것이다. 대선 승리를 위해선 호남의 지지를 베이스로 영남에서 세를 확산할 수 있는 영남 후보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노무현 후보도 문재인 후보도 그렇게 해서 대권후보가 되었고 대통령이 되었다. 이낙연 당선인의 대세론이 대세가 될 수 없는 이유다.

셋째, 이낙연 당선인은 코로나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자신의 대권욕으로 국무총리직을 버리고 총선 출마를 강행했다. 물론 후임 정세균 국무총리가 한 달간의 ‘대구살이’로 코로나를 제압하면서 그의 빈자리를 훌륭히 메웠지만, 그렇다고 그가 정치일정에 쫓겨 국무총리직을 버린 사실이 바뀌지는 않는다. 그의 정치적 무책임은 그를 두고두고 괴롭힐 것이다.

이상 세 가지 이유로 이낙연의 대권가도가 평탄치만은 아닐 것이다. 이제부터는 이낙연 당선인 스스로 자신의 길을 개척해 가야 한다. 때로는 걸림돌도 제거해가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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