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드글]복당의 계절이 돌아왔다. 총선이 마무리되면 되풀이되는 풍경이다. 여야 주요 정당의 공천배제에 반발, 무소속 출마를 선택해 극적으로 생환한 정치인들이 바로 주인공이다. 더불어민주당보다는 미래통합당에 눈길이 쏠린다. 거물급 복당 예정자들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통합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를 지낸 홍준표 전 대표(대구 수성을), 김태호 전 경남지사(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권성동(강원 강릉윤상현(인천 동미추홀) 의원이 대표적이다. 21대 총선에서 천신만고 끝에 승리한 무소속 4인방은 통합당 복귀를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다. 다만 이들의 바람대로 조기 복당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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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준표·김태호, 영남주자 앞세워 차기 대권도전 유력
- 권성동, 원내사령탑 도전 선언, 전략가 윤상현, ‘역할론 찾기


통합당은 21대 총선에서 참패하면서 지도부가 사실상 와해됐다. 조경태 최고위원을 제외하고는 황교안 전 대표, 심재철 원내대표 등 대부분이 낙선했다. 홍준표 전 대표를 비롯한 무소속 4인방의 복당 여부를 결정할 주체조차 없는 셈이다. 홍준표(5), 권성동·윤상현 (4), 김태호(3) 당선인들이 다선 중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리더십 공백 상태인 통합당에도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다만 무소속 4인방의 복당이 21대 국회 개원 이전에 마무리될지는 미지수다. 앞선 총선에서 통합당 지도부가 여러 차례에 걸쳐 복당 절대 불가방침을 천명했기 때문이다.

통합당의 상황은 진퇴양난이다. 의석수를 늘려야 한다는 현실론과 조기 복당을 허용할 경우 당의 기강이 무너진다는 원칙론이 팽팽하게 맞서는 형국이다. 다만 무소속 4인방의 복당은 현실적으로 절실한 문제다. 다선 중진 의원들이 대거 낙선하면서 당의 구심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정치인들이 태부족이다.

게다가 통합당은 지난 총선에서 차기 대선주자군이 대거 몰락했다. 황교안 전 대표는 물론 서울 광진을에 출마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나경원 의원이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만일 총선에서 승리했다면 모두 유력한 차기주자로 부상할 수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전멸했다.

차기 대선을 2년 앞둔 상황에서 통합당 내부에는 눈에 띄는 대선주자군이 없는 상황이다. 홍준표 전 대표와 김태호 전 지사는 대권 유력주자다. 더구나 통합당의 정치적 텃밭인 대구·경북(TK)과 부산·울산·경남(PK)가 지역기반이라는 점도 무시못할 요소다.

통합당 지도부 리더십 공백무소속 4인방 역할론 솔솔

홍준표 전 대표의 경우 총선 승리 직후 차기 대권도전 의사를 보다 분명히 했다. 홍 전 대표는 총선 이후 향후 행보와 관련, “굳이 당권을 잡을 생각은 없다대권 도전이 저로서는 마지막 꿈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김태호 전 지사 역시 경남의 아들을 자처하면서 우리 지역에서 대통령 나오지 말라는 법 있습니까라며 사실상 대권도전을 시사했다.

권성동·윤상현 의원의 역할론도 주목할만하다. 강원도 유일의 4선으로 지역맹주로 부상한 권 의원은 총선 직후 복당 의사와 더불어 원내대표 출마 의지도 내비쳤다. 권 의원은 당으로 돌아가 큰 정치로 보수를 살리고 더 큰 강릉을 열어가겠다고 말했다.

다만 복당 절차가 늦어지고 있는 점은 변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변이상설 정국에서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으로 존재감을 과시했던 윤 의원의 향후 행보도 주목할 만하다. 윤 의원은 전멸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아든 인천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될 정도로 정치적 경쟁력을 구축한 것은 물론 보수진영을 대표하는 전략가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정당정치의 원칙을 고려하면 낙천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건 해당행위다. 통합당 지도부가 선거기간에 무소속 4인방의 복당 불허 방침을 매번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통합당은 총선 참패로 1석이라도 급한 상황이다.

민주당은 개헌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가능한 180석의 공룡여당이다. 통합당 입장에서는 사실상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다는 설명이다. 장제원 의원은 이와 관련, “공천파동 속에서 피해자들이 개인 경쟁력으로 살아돌아왔는데 복당을 미룰 이유가 전혀 없다살아돌아온 당선자를 당에서 받아들이지 않은 전례가 없다. 무소속 당선자들의 즉각적인 복당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홍 전 대표를 비롯한 무소속 4인방의 복당은 시간의 문제일 뿐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 역대 총선 이후 사례를 보면 무소속 당선자의 경우 적잖은 우여곡절을 겪겠지만 대부분 원 소속 정당으로 복귀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20대 총선에서 공천배제에 반발, 세종시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당선된 이후 복당한 게 대표적이다. 통합당 역시 20대 총선에서 유승민·안상수·강길부·윤상현·주호영·장제원·이철규 의원 등 무소속 7인방의 일괄복당이 허용된 바 있다.

어떤 식으로든 당 복귀시기와 방식은 이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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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동.윤상현 당선자, 뉴시스

결국 무소속 4인방의 통합당 복귀는 사실상 예약된 수순이다. 다만 언제 어떤 방식으로 당에 되돌아가느냐는 다소 예민한 문제다. 이른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출범을 놓고 당 내홍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21대 총선에서 103석이라는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통합당의 리더십 공백 상태는 예상 외로 길어지고 있다.

무소속 4인방의 복당 문제를 책임있게 처리할 지도부가 없는 셈이다. 더구나 차기 지도부가 이들의 복당 문제와 관련해 불허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경우 상황은 예상밖으로 복잡해질 수 있다. 반대로 통합당 안팎의 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복당 문제가 순조롭게 풀린다면 21대 국회 개원을 전후로 무소속 4인방의 당 복귀가 급물살을 탈 수 있다.

다만 총선참패 이후 자중지란이 깊어지고 있는 통합당 안팎의 내홍이 장기화될 경우에는 전열 재정비 후 순차적으로 복당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통합당 내부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총선 참패 이후 당이 처한 암울한 상황과 21대 국회 개원 이후 여권 주도의 정치일정을 고려한다면 무소속 4인방의 당 복귀는 불가피한 수순이라고 진단하면서 홍준표, 김태호, 권성동, 윤상현 등 무소속 4인당의 대여 전투력과 지역 대표성 등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볼 때 플러스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둘러싼 혼선이 지속되고 있는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이들의 복당 문제는 최악의 경우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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