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뉴시스

- 김종인, “기존 주자 시효 끝났다” 홍준표 차기대권 배제

미래통합당 차기 대권구도를 놓고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과 홍준표 전 대표가 으르렁거리고 있다. 애초 홍준표 전 대표가 총선참패 수습 방안으로 김종인 비대위체제 전환에 동의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김종인 전 위원장이 이른바 경제를 아는 70년대생 대선후보를 언급하면서 홍 전 대표가 연일 융단폭격을 퍼붓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정치생명을 내건 대혈투를 벌이고 있는 셈이다. 김종인 전 위원장의 경우 영남 자민련으로 몰락한 통합당 쇄신을 위해 본인의 입장을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다. 반면 지난 대선에서 패배한 이후 권토중래를 다짐해온 홍 전 대표 역시 물러날 곳이 없다는 기세다. 21대 총선 참패로 통합당은 난파 직전에 상황이지만 차기 대권을 둘러싼 물밑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는 셈이다.

, “70년대생 경제 아는 후보 차기 대선 킹메이커 의지

김종인 전 위원장과 홍준표 전 대표의 갈등은 차기 대권에 대한 인식 차이가 주 원인이다. 김 전 위원장의 차기대권 배제론에 대해 홍 전 대표가 연일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김 전 위원장은 통합당 비대위원장 수락 여부와 관련해 무기한 전권을 요구하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이 강력한 비상대권을 쥐게 되면 홍 전 대표로서는 정치적 운신의 폭이 작아질 수밖에 없다.

김 전 위원장은 총선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지난 대선에 출마한 사람들 시효는 끝났다고 본다며 지난 2017년 대선에 출마했던 본인은 물론 유승민 의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공개 저격했다. 기존 차기 주자들에 대한 대권 불가론인 셈이다. 대신에 김 전 위원장은 보수진영의 차기주자를 직접 발굴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정권교체를 위해 본인이 직접 킹메이커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은 이와 관련, “70년대에 출생한 사람 중 경제를 공부한 이가 후보로 나서는 게 좋다고 밝혔다. 차기 대선후보와 관련해 이른바 40대 기수론을 내세우며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셈이다. 이 때문에 김 전 위원장이 내심 김세연 의원과 홍정욱 전 의원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왔다.

, “뇌물 전과자·부패인사김종인 연일 원색비난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 <뉴시스>
<뉴시스>

홍준표 전 대표는 김 전 위원장의 차기대권 배제론에 강력 반발하며 페이스북을 통해 수십여건의 글을 쏟아냈다. 특히 김 전 위원장의 과거 이력까지 들추면서 원색적인 비난도 마다하지 않았다. 당 안팎에서 지나치게 악의적이고 네거티브 공세라는 비판도 있지만 홍 전 대표는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김종인 비대위 출범 시에 본인의 차기대권 도전이 좌절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 탓이다.

홍 전 대표는 뇌물 전과자로 개혁 대상자인 분이 지금껏 개혁팔이로 한국 정치판에서 이 당 저 당 오가며 전무후무한 비례대표 5선을 했으면 그만 만족하고 그만둘 때가 됐다정체불명의 부패 인사가 더 이상 당을 농단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김 전 위원장을 정조준했다.

이는 김 전 위원장이 과거 19934동화은행 비자금 사건당시 뇌물수뢰 혐의를 거론한 것이다. 홍 전 대표는 특히 상처를 입을 것을 각오하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를 반대한 것은 제2의 황교안 사태를 막기 위함이었다고 본인의 충정을 강조했다.

두 사람의 전투에 윈윈은 없다. 한쪽이 살면 다른 쪽이 죽는 제로섬 게임이 될 전망이다. 우여곡절 끝에 김종인 비대위가 출범할 경우 홍 전 대표의 복당이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여의도 차르(러시아 황제)로 불릴 만큼 강력한 리더십을 갖춘 김 전 위원장이 대안부재론을 바탕으로 통합당 전면에 등장한다면 가능한 시나리오다.

실제 김 전 위원장은 20대 총선 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 시절 친노수장인 이해찬 대표를 공천에서 배제하는 초강수를 관철시킨 바 있다. 다만 김종인 비대위가 무산될 경우에는 홍 전 대표가 통합당에 복당한 뒤 대권으로 직행하면서 정치적 보폭이 보다 커질 수밖에 없다. 황교안 전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차기주자군이 전멸한 상황에서 본인의 정치적 존재감을 한껏 과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