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범진 교수
정범진 교수

보통 사람의 경우 돈은 잘살기 위한 수단이다. 그런데 돈이 목적이 되어 생명을 잃어버린다면 목적과 수단이 바뀐 것이다. 어떤 학생들은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한 증거로 성적이 좋아진 영어 성적표를 가져온다. 그런데 어떤 학생들은 영어성적표 대신에 학원비 영수증과 영어단어를 암기한 연습장을 내민다. 그건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재생에너지원을 보급해야 하는 이유는 온실가스의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다. 온실가스가 목표고 재생에너지는 수단이다. 그런데 요즘 보급되는 태양광 패널은 온실가스를 크게 줄이지 못한다. 좋은 태양광 패널을 햇볕이 잘 드는 곳에 세워야 하는데 저급 패널을 마구잡이로 건설하다 보니 숲을 파괴하고 민둥산을 만들고 있다. 재생에너지 보급확대가 목표가 된 것이다. 과연 숲을 파괴하고 태양광을 깐 것이 환경적인 것일까?

산업통상자원부가 수립하는 에너지기본계획이나 전력수급기본계획의 목적은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이 목적이다. 원자력발전소를 지을 것인지 석탄발전소를 지을 것인지 또 태양광발전소를 지을 것인지는 수단이다. 그런데 현 정부의 에너지전환정책은 수단이 목적이 되어버렸다. 안정적 공급을 우선하지 않는 듯하다. 오히려 에너지 절약, 탈원전, 탈석탄, 재생에너지 보급이 우선한다. 학생이 학교 다니는 이유가 공부를 배우는 것이어야지 친환경 급식을 먹고 평등하려는 것은 아니다. 요즘 이것도 목적과 수단이 도치된 느낌이다. 

원전이 위험하기 때문에 탈원전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원전은 그야말로 만일(萬一)의 위험이다. 그러나 온난화는 지금도 하루하루 직면하고 있으며 강도가 더해가는 위험이다. 둘 다 피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선택해야 한다면 어느 위험이 우선해야 하는가? 

만일(萬一)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과장된 위험이라는 것도 이제는 다 안다. ‘만일의 원전사고가 발생하면 끝장’이라고 하였던가? 세 차례의 충격적인 원전사고가 있었다. 1979년 미국 TMI-2호기, 1986년 구소련 체르노빌-4호기, 그리고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이다. 그런데 미국이 끝장났나? 러시아가 끝장났나? 일본이 끝장났나?

혹은 이렇게 원전사고를 경험한 나라들이 원자력발전을 포기했나? 반면 기후온난화는 이미 경험하고 있으며 광역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귤을 재배할 수 있는 곳이 북상하고 있고 어족자원도 바뀌고 있다. 만일의 사고가 두려워서 눈앞에 발현되고 있는 온난화를 방치한다는 것도 뭔가 부조리하다. 

RE100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서는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하자는 캠페인이다. 

그런데 구글은 2018년 10월 CF100 (Carbon Free: 탄소제로)이라는 계획을 내놓았다. (Moving toward 24x7 Carbon-Free Energy at Google Data Centers) 일일 24시간, 주 7일을 모두 공급할 수 있는 무탄소 에너지를 사용하자는 것이다. 이 계획은 원자력발전을 무탄소 에너지원으로 인정하고 있다. 실제로 원자력발전은 굴뚝이 없다. 심지어 태양광발전, 풍력발전보다도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 월성1호기 재가동과 신한울3,4호기 건설재개는 CF100을 완벽히 이행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수단이자 목적이다.

재생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것은 목표가 아니라 수단이다.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CF100이라는 합리적인 목표에도 불구하고 RE100이 수단이 아니라 목표를 차지하는 것은 태양광 장사를 할 목적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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