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조주형 기자] ‘국회의원의 그림자’라고 불리는 보좌관은, 자신의 모습을 철저히 숨겨야 하지만 결코 떨어질 수 없는 존재라고 합니다. 김현목(55) 보좌관은 지난 80년대 중반 최연소(25)로 국회에 들어와 30년간 자리를 지켜 최장수 보좌관이 됐습니다. 21대 국회가 개원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일요서울은 인생의 절반을 국회에서 보낸 김현목 보좌관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김현목 보좌관.
김현목 보좌관.


-“‘일하는 국회’도 중요하지만, 이번에는 ‘성과내는 국회’ 기대”
-“국회 개혁은 결국 대화와 타협, 협상이 성공할 때 이루어지는 것


- 자신의 보좌관 이력에 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드린다.
▲ 지난 1986년 당시 학생운동을 했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김봉욱 평화민주당 의원의 보좌관이 됐다. 원래 농촌에서 자라 공무원이 되고자 했다. 넉넉지 않은 집안 환경으로 안정성이 우선이었는데, 그래도 국회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그렇게 13대 국회를 시작으로 무려 8개 국회를 30년 간 경험하게 됐다.

- 인생의 절반을 국회에서 보냈는데, 소회는 어떤지.
▲ 많은 사람들이 ‘의원의 그림자’로 인식하다 보니 당료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당료보다는 정책 실무자에 가깝다. 입법기관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민의를 수렴해 법을 만들어야 한다. 다소 고단한 면도 있으나, 법을 통해 사회적 약자를 도와줄 수 있다는 점에서 무척 뜻 깊은 직업이다. 

- 첫 보좌관 생활 당시 가장 심혈을 기울였던 업무가 무엇이었는가. 그 업무에 대해 심혈을 기울였던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 지난 1999년 IMF 당시 있었던 한보철강 특혜 의혹 사건이다. 나는 당시 재정경제위원회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한보 철강의 부도가 시작되면서 연쇄 도산이 일어났다. 첫 자료를 보고 이상하다 싶어 자료 요청을 했더니 비상이 걸렸다. 그 과정에서 외환위기 관련 제도 개선도 하고 공적자금 관리에 대한 업무도 맡게 됐다. 국난 극복을 위해 나름 제 위치에서 작게나마 기여했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하다.

- 보좌관 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있었나.
▲ 참여정부 당시 여당이 150석을 넘게 가져간 적이 있었는데, 이후 총선에서 절반의 의석수를 잃었다. 국회의원 1명이 낙선하면 그 보좌진 약 7~8명가량이 실직하게 된다. 의원으로 모셨던 분이 낙선을 했으니 실직자가 됐다. 역시 우연찮게 의원실에 보좌관으로 취직이 되는 듯했으나 결국 내 자리가 아니었다. 결국 두 달 이상을 쉬어야 했고, 그 과정에서 ‘보좌관의 길을 포기해야 하나’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어떻게 하겠나, 내 길이 아닌데.’라고 포기하던 순간, 다시금 국회로 들어오게 됐다.

- 국회 내 ‘보좌관 교육 과정’을 개설해 운영한 바 있는데, 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 약 15년 전, 20년 이상 근무한 보좌관들이 합심해 이화여자대학교, 비서협회 등과 MOU를 맺어 ‘보좌진 강좌’를 만들었다. 당시 1기 수강생은 20~30명이었는데, 이들 가운데 벌써 4급 보좌관이 나왔다. 이미 중진 의원을 모시고 있다. 또다른 수강생은 2년마다 승진해서 지금은 5급 보좌관이 됐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쌓아 온 경험을 후배 보좌관에게 전수할 수 있어 보람된다. 다시금 기회가 허락된다면, 후학 양성에 힘을 보태고 싶다.

김현목 보좌관.
김현목 보좌관.

- 국회가 개원할 때마다 국민들이 거는 기대는 높았으나 끝까지 유지되지는 못했다. 보좌관의 시각에서 왜 그런지 말씀 부탁드린다.
▲ 정당 소속 의원을 모시지만, 입법 기관의 실무자 입장에서 좀 더 적절하게 타협하고 조정할 수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 제도권 안에 있다는 점에서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대립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 당리당략에 매몰돼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건전한 비판과 합리적 조정은 정치 발전에 있어 반드시 필요하다.

- 지난 20대 국회에서 이번 21대 국회로 넘어오면서 여대야소가 됐다. 왜 그리 됐다고 보는가.
▲ 총선을 코앞에 둔 2주 전, ‘막말’이 갑자기 선거 구심점으로 작용했다. 정치 발전 과정에서 극단적인 주장이 난무하게 된 것 같다. 국회는 민의의 전당인데...이번에는 일하는 국회가 아니라 성과 내는 국회가 되길 희망한다.

- 보좌관 생활에 이어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 계속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사회 각계각층에서 열정을 바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며 무엇을 해야 우리나라에 기여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인생의 반을 국회에서 보냈는데, 남은 인생도 나라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하고자 한다.

- 보좌관에 이어 선출직 공무원의 꿈을 꿨을 법한데, 아쉽지 않은가.
▲ 선출직 공무원에 대한 꿈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잠시 선출직 공무원이 되고 싶기도 했었다. 그 때는 그랬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30년 보좌관의 길 또한 매우 보람된 일이었다. 어떤 자리에 있었는가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자리에서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할 때도 있다고 본다. 어린 시절, 공무원이 되고 싶다는 꿈을 어느덧 이룬 것이 아닌가. 30년 동안 인내하면서 쉬지 않고 달려왔기에 오늘을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이번 21대 국회에서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인가. 구체적으로 말씀 부탁드린다.
▲ 앞서 언급했듯이 ‘일하는 국회’에 이어 ‘성과 있는 국회’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협상과 타협’이 필요하다. 어떤 것보다도 ‘협상과 타협’이 최일선이다. 국회 선진화법이 있다고 하지만, 이미 20대 국회에서 거의 잘 지켜지지 않는 것 같은 모습을 보여 안타깝다. 정치 시스템이나 제도에 이어 정치의식도 성숙해야 한다. 조금 더 나아지지 않겠나 하는 기대가 있다. 이번에 여당이 180석, 야당이 100석을 가져가면서 야당의 목소리가 줄어드는 모습이 나올 수 있다. 자연스럽게 협상과 타협이 요구된다. 다만 극한의 대립이 있을 경우 유권자들은 다시 실망할 것이다. 아주 뜨거운 쟁점에 대해서는 상대를 인정하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 나가길 바란다. 그것이야말로 국회의 개혁이 아닐까 싶다.

김현목 보좌관.
김현목 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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