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전문가 진단] “‘北 김정은 사망설’ 前과 後는 다르다” 한반도 정세 분석
[대북 전문가 진단] “‘北 김정은 사망설’ 前과 後는 다르다” 한반도 정세 분석
  • 조주형 기자
  • 입력 2020-05-01 17:55
  • 승인 2020.05.01 18:58
  • 호수 1357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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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제 특성상 폐쇄성 높아…조직 보위 기관 ‘건재’

[일요서울ㅣ조주형 기자] ‘北 김일성’의 손자이자 북한의 철권 폭압 통치자인 ‘김정은’의 사망설로 다시금 한반도가 시끄러워지고 있다. 북한에서는 김일성의 생일인 ‘태양절(4월15일)’이 최고지도자급인 ‘백두혈통’의 시초로 우상 숭배의 대상이다. 조선노동당 간부 중 누군가 이날 얼굴을 비추지 않을 경우 처형 대상이 될 만큼 중대한 일정이기도 하다. 북한에서 3대 세습이 이루어지는 동안 태양절을 단 한 번도 빼놓지 않고 ‘백두혈통’의 후계자들이 참석했는데, 지난달 15일 김정은은 이날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를 두고 ‘신변 이상설’, 사망설‘이 나오는 것이다.
 

북한의 김정은. [뉴시스]
북한의 김정은. [뉴시스]

 

-최고지도자 동향, 인간정보(HUMINT) 의존성 ‘집중’…확실치 않아

북한 내부 문건인 ‘수령후계자론(평양출판사)’에 따르면 북한의 권력승계는 부자(父子) 세습만 가능하다. 유럽의 전통적인 공산주의 국가와는 권력 구도가 완전히 다르다. 물론 북한은 ‘수령 후계’에 대해 단순한 ‘혈통(血統) 승계’와 본질적으로 다른, 북한식 혁명전통을 대를 이어 계승하는 일명 ‘주체위업의 계승’이라고 강변한다. 그야말로 언어도단(言語道斷)이다.

북한 권력 승계를 위한 5대 절차로는 ‘조선노동당의 영도절차’를 밟아야 한다. 당수이기도 한 북한 지도자는 ‘계승성’이 필요하다는 것. 이어 후계자 중심으로 당 수뇌부를 결속하기 위한 체제 정비와 대대적인 우상화 작업이 진행된다. 당연히 북한의 ‘주체사상’, ‘선군혁명론’ 해설권에 이어 ‘대남혁명을 위한 지도권’까지 주어진다. 이렇게 3대 세습을 거쳐 김정은이 등장했다.

그런 김정은이 ‘태양절’에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 북한이 주장했던 ‘주체위업의 계승’의 맥을 스스로 끊어버린 모양새가 됐는데, 이는 곧 ‘사망설’로 번졌다. 국내 정보기관 등에 따르면 김정은 사망 후 권력 승계 유형으로는 ‘백두혈통’인 김여정(여동생)·김평일(숙부)이 승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당·정·군 집단지도체제와 북한 군부의 직접 통치 또한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북한의 차기 권력 승계 판단으로는 3명의 측근과 7개 조직으로 구성된 보위조직이 존재한다. 김정은의 혈육인 김여정과 서기실장 김창선,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인 최룡해가 대표적이다. 김여정이 계승하기 위해서는 김일성의 딸이며 김정은의 고모인 백두혈통 ‘김경희’의 지지가 필요하다. 김경희는 앞서 김정은이 처형해 버린 장성택의 아내이기도 하다. 김정은의 핵심 보위 조직인 서기실을 비롯해 호위사령부(부사령관 김철규)·조선노동당(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조용원, 제1부위원장 박봉주)·인민군(총정치국장 김수길, 총참모장 박정천, 보위사령관 조경철 등)·내각(총리 김재룡)·보위(보위상 정경택)·공작(당 부위원장 김영철, 정찰총국장 장길성, 통일전선부장 장금철) 조직의 ‘충성’이 요구된다.

북한의 권력 승계의 핵심은 결국 ‘김정은 사망 여부’와 ‘한반도 전략’이다. 이를 알아보고자 국가정보원 1급 북한담당기획관이었던 구해우(56) 박사와 치안정책연구소 선임연구관이었던 유동열(62) 자유민주연구원장을 만나봤다.
 

북한의 김정은. [뉴시스]
북한의 김정은. [뉴시스]

 

국정원 1급 북한기획관 “김정은 사망, 확실치 않아”

일요서울은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종로 일대에서 구해우 미래전략연구원장을 만나 ‘김정은 사망설’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앞서 구 원장은 지난 2013년 국가정보원에서 1급 북한담당기획관으로 북한 정보를 총괄했던 인물이다. ‘강철서신’ 김영환에 이어 자주·민주·통일 조직의 수괴로 지목돼 공안당국으로부터 지명수배 목록에 올랐으나 근본적인 노선을 전환한 후, 북한 선진화 투쟁에 앞장서게 됐다고 구 원장은 밝혔다.

구 원장은 이날 일요서울에 “청와대에서 제아무리 많은 정보(Intelligence)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김정은 생사 여부’에 대한 견해는 사실 가능성이 높은 추정에 불과하다”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김정은이 죽었다는 내용의 보도가 많다면 왜 북한에서는 어떤 징후조차 보이지 않는가”라며 “현재 정부에서는 김정은이 살아 있다고 말했는데, 그 또한 북한에서 직접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지는 확실하게 알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가 이같이 규정한 데에는 바로 북한 체제의 ‘폐쇄성’에 기인한다. 구 원장은 “북한의 체제적 폐쇄성을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가공되지 않은 첩보나 데이터로 인해 생성된 잘못된 정보가 마치 사실인 것처럼 둔갑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폐쇄적인 체제의 북한이 직접 발표하지 않는 이상 추정 자료만으로 김정은의 사망 여부를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더욱이 구 원장은 김정은의 사망 여부와 상관없이 북한 체제는 쉽사리 무너지기 어려운 체제라고 분석했다. 설사 김정은이 사망하더라도 그를 대체할 지도자급 인물은 나올 것이며, 대남적화전략과 북한 체제 유지 전략은 실행력을 상실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로 ‘체제의 견고함’ 때문이다. 그는 “북한 지도자의 의사소통을 위한 신경망 같은 조직의 존재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섣불리 김정은의 동향에 대해 판단하는 것은 정보 분석 실패”라고 지적했다. 이는 곧 김정은의 핵심 보좌기관인 ‘서기실’ 등의 조직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우리 정보기관은 어떤 경로와 과정을 통해 북한 정보를 생산할까. 정보 가공 과정을 통해 김정은의 사망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지도 알아봤다.
 

북한의 김정은. [뉴시스]
북한의 김정은. [뉴시스]

 

북한 지도자 동향, 인간정보(HUMINT) 집중…언제 등장하나

‘첩보(Information) 수집’이란, 모든 정보활동의 출발점으로 정보의 생산과 비밀공작, 대(對)정보 공작의 근간이 되는 일련의 첩보 입수 과정을 뜻한다. 북한 정보(Intelligence)는 각종 경로를 통해 획득한 첩보를 정책적 가공 과정을 통해 생산한 결과물이다. 가공 과정이 정밀할수록, 다양한 경로를 통해 획득한 첩보가 중첩될수록 정보의 정확성은 증가된다.

대북 기관 등에 따르면 첩보 수집 종류에는 사람을 출처로 하는 인간(Human)정보와 기술적 수단을 통해 수집된 기술(Technical)정보로 분류된다. 인간정보는 정보관·첩보원·협조자 등으로 분류되는데, 대표적으로 외교관·탈북자·경계인 등이 있다. 기술정보는 영상·신호·계측정보(Imagery·Signal·Measurement) 등으로 나뉜다. 영상 정보는 위성 및 항공사진 등이 대표적이며 신호·계측정보의 경우 전기적 통신신호의 도·감청과 지진파 관측 활동을 통해 획득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6년 1월 북한의 핵실험 징후를 지진파 관측을 통해 감지한 바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 첩보 수집 계통이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정은의 사망 여부 사안에 대해서는 매우 한정적으로 좁혀진다는 점이다. 바로 ‘북한의 폐쇄성’ 때문이다. 북한 수뇌부 중에서도 핵심 조직, 극소수만이 김정은의 동향을 정확히 알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두고 치안정책연구소 선임연구관이었던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지난달 30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김정은은 북한의 최고 통치자이기 때문에 누구도 쉽게 알 수도 없는 극비 사항”이라며, 김정은의 사망 여부에 대한 백가쟁명(百家爭鳴) 행태에 대해 “북한 체제의 폐쇄성 때문에 정확한 확인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 원장은 “국정원·국방부 등 우리나라 정보기관에서 생산된 정보는 신뢰할 수 있다”면서 “그나마도 유의미한 정보를 갖고 있는 정부도 대외적으로 밝힐 때에는 우리의 대북정보 역량이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즉, 설사 알고 있다 하더라도 출처 등에 대해서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

앞서 2014년 김정은은 무려 40일간 공식석상에 등장하지 않았다. 이를 고려하면 최근 김일성 생일과 최고인민회의에 그가 보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일각에서 제기되는 ‘사망설’은 무리다.

게다가 구 원장과 유 원장에 따르면 김정은의 사망 여부는 북한 지도부가 나서서 알리지 않는 이상 쉽게 단정할 수 없는 사안이다. 설사 김정은이 죽었다고 가정하거나 혹은 여전히 살아 있다 하더라도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의 북한 자유화 및 조국 통일 전략이 멈춰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오는 5월9일은 김정은이 북한 조선노동당 위원장으로 추대된 날이다. 이날 그가 얼굴을 비출지 관심이 모아진다.
 

북한의 김정은. [뉴시스]
북한의 김정은. [뉴시스]

 

조주형 기자 chamsae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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