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덕수
장덕수 대표

멸문(滅門). 멸족(滅族)은 가문을 뿌리째 없애버린다는 왕조시대에나 있던 형벌인데 나라에 반역하거나 왕에게 불충한 행동을 했다가는 일가 친족이 모두 죽임을 당했다. 폐족은 멸문, 멸족 다음 단계의 형벌이다. 2007년 대선에서 크게 패한 후 "친노라고 표현되어 온 우리는 폐족이다. 죄짓고 엎드려 용서를 구해야 할 사람들과 같은 처지"라고 말해 '폐족' 이란 단어를 회자시켰다.

  2017년 탄핵 전후에 정치평론가들과 칼럼니스트들이 '친박 멸문'을 예견했다. 친박 멸문은 시종일관 탄핵에 반대해온 친박근혜계 세력이 하루아침에 설자리를 잃게 될 것으로 전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친박계는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을 촉구하는 서울역 집회를 시작으로 소위 태극기 세력으로 변신했다가 황교안 전 대표를 당 대표 경선 승리로 친황계로 명판을 바꾸더니 결국 이번 21대 총선에서 멸문지화의 국민의 심판을 받았다.

 친박계를 대표하는 국회의원들은 대부분 공천 탈락 또는 본선에서 낙선했으며 친박보수세력을 대표하는 기독자유통일당(1.83%)과 우리공화당(0.74%), 친박신당(0.51%) 3당을 다 합쳐도 3.08%(86만4625표) 득표에 머물렀다. 선거운동 기간도 절대적으로 짧았고 의사 안철수 외에 별다른 대표인물이 없었던 국민의당(6.7%)의 절반도 안 되니 친박계의 멸문.멸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최근 미래통합당 비대위 체제 출범을 놓고 친황계, 황교안 전 대표진영이 전열을 재정비하고 반격준비에 나선다고 한다. 한 축은 김종인 비대위 출범이고 또 다른 한축은 21대총선 부정선거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대패라는 말로 부족한 참패를 자초한 21대 총선이 끝난지 한달도 되지 않아 벌써부터 ‘황교안 연말 복귀설’이 나오고 있다. 

 미래한국당의 19명 비례대표 의원 중 상당수가 친황계이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협력하면 당에 충분히 복귀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최근 친황계 낙선자들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부정선거 캠페인은 황교안 전 대표의 ‘참패 책임’을 면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참으로 한심할 뿐이다. 보수. 우파 성향이라고 자부했던 정치권 인사도 “저들이(민주당) 기존의 정책을 조금만 우클릭하면 차라리 (통합당보다)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고백했다. 미래통합당 당선자, 지도자들은 ‘보수’ ‘미래통합당’ ‘황교안’ ‘친박’은 대안집권세력이 결코 될 수 없다는 국민의 경고, 교훈을 바로 새겨야 한다. 

 21대 총선은 친박계의 폐족, 멸문이 아니라 보수진영의 멸문을 불러왔다. 보수진영이 다시 보수라는 이름으로 부활, 재기하기는 어렵게 됐다. 이제는 선을 그어야 한다. 보수라는 단어에 연연해서는 다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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