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4월2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4.27 판문점 선언’ 2주년을 맞아 남북관계에 대한 소회를 피력했다. 그는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남북관계 교착이 “우리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국제적 제약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미국과 유엔의 대북 제재 탓으로 돌렸다. 그러나 남북관계 냉각은 “국제적 제약” 때문이 아니고 김정은 탓이다. 문 대통령이 미국 등 국제적 대북 제재를 풀어주지 않으면 상대하지 않겠다는 김의 몽니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연이어 미사일·방사포 발사를 도발했는데도 4.27 판문점 선언, 9.19 남북군사합의, 유엔의 대북제재 위반이라며 항의하지 못했다. 북한은 작년 한 해 미사일·방사포 발사 도발을 13 차례나 감행했고 올 들어서만도 이미 5 차례나 강행, 남한 안보를 위협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그런 도발이 없었듯이 코로나19 방역협력, 남북철도 연결, 비무장지대 국제평화지대화 등을 제시했다. 북한에 구걸하는 저자세였다.

문 대통령은 또 청와대 4.27 회의에서 “한반도 운명의 주인은 우리 자신”이라며 “남북관계에 있어 더 운신의 폭을 넓히겠다.”고 했다. 4.15 총선에서 친북유화적인 여당이 압승한 데 편승, 대북제재 해제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말로 들렸다. 문 대통령이 “한반도 운명의 주인은 우리 자신”이라고 밝힌 것도 김정은이 입만 열면 토해내는 “우리민족끼리”와 “민족 자주”를 복창한 느낌이다.

문 대통령은 그밖에도 “나와 김정은 위원장 사이의 신뢰와 평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바탕으로 평화경제의 미래를 열어 가겠다”고 했다. 그러나 김은 “신뢰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없다. 그동안 김과 북한측은 문 대통령을 “신뢰”하는 게 아니라 불신과 욕설로 일관했다. 작년 4월 김정은은 문 대통령을 향해 “오지랖 넓은 중재자·촉진자 행세를 그만 두라”고 꾸짖었다. 중재자로 문 대통령을 믿을 수 없다며 김을 위해 복종하라는 압박이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은 문 대통령이 작년 8.15 경축사를 통해 제시한 남북 평화경제 구상에 대해서도 막말을 퍼부었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삶은 소대가리도 양천대소(하늘을 보고 크게 웃을)할 노릇”이라고 했다. 조평통은 문 대통령에 대해 “아랫 사람들이 써준 것을 그대로 졸졸 대리 읽는 웃기는 사람” “북쪽 사냥 총소리만 나도 똥줄을 갈기는 주제” 등 험담했다. 올 들어서도 문 대통령에 대한 북의 막말은 계속되었다. 김의 여동생인 김여정 로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은 3월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 “겁먹은 개가 더 요란스럽다” “동족 보다 동맹과 붙어 산다” 등 “겁먹은 개”에 빗댔다.

저 같은 김정은측의 험한 욕설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은 김과의 관계가 “신뢰와 평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공유한다고 착각했다. 김은 문 대통령의 4.27 대북제의에 대해서도 “삶은 소대가리도 하늘을 보고 크게 웃을 노릇”이라고 비웃지 않았을까 싶다. 김이 문 대통령에게서 바라는 건 “오지랖 넓은 중재자 행세”가 아니다. 전면적인 대북제재 해제일 따름이다.

그러나 김이 핵을 먼저 포기하지 않는 한 대북제재에 대한 전면해제는 있을 수 없다. 문 대통령이 대북 제재를 전면 해제하지 못하는 한 남북 도로·철도 연결 사업을 재개한다며 김의 비위를 맞춰준다고 해도 북의 욕설은 계속될 게 분명하다. 이 시점에서 북한의 험한 입과 군사적 도발을 틀어막는 길은 단 하나뿐이다. 북에 대한 대북제재를 더욱 강화하는 것 그것이다. 김이 제재를 더 이상 버티지 못하게 되면 그 때서야 비로서 문 대통령에게 머리 숙여 중재를 요청하리라 본다. 지금은 김의 비위 맞추기보다는 더 강력한 대북제재가 절실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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