숯의 경제학
속내가 검은 것이 왠지 비호감이라고? 가루가 묻어나와 집안을
더 지저분하게 만들 것 같다고? 이건 ‘숯’에 대해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수없이 뚫린 미세구멍으로 스스로 숨을 쉬며 공기 중의 먼지를 걸러 정화시키고 잡냄새를 없애는 등 생활 곳곳에서 유용함을 발휘하는 숯. 그 진한 매력에 빠져보자.



숯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검은색, 나무 재, 목초액…. 혹시 이런 기본적인 것들밖에 생각나지 않는다면 당신은 아직 숯의 진정한 매력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숯은 온 가족의 건강과 미용까지 챙길 수 있는 최고의 웰빙 아이템 중 하나다.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숯은 1000℃에서 구워낸 ‘백탄’, 그 중에서도 참나무로 만든 참숯이다. 백탄보다 더 낮은 온도에서 만들어지는 것도 있는데 이것을 ‘검탄’이라고 하며 백탄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주로 연료로 사용된다. 또 초벌구이한 숯을 800~900℃의 고온에서 가열하며 수증기를 쐬어 활성처리한 ‘활성탄’은 유해물질이 모두 빠져나가 먹을 수 있는 식용 숯이다.

숯은 내부에 수없이 많은 미세구멍을 숨기고 있다. 손가락만한 숯 1g에 있는 숯 구멍들을 합치면 무려 100평에 이를 정도. 이 기공들은 유해물질을 흡착해내고 몸에 좋은 음이온을 방출하는 성질이 있다. 이런 숯의 유해물질 정화 능력은 맹독성 농약으로 알려진 파라치온(살충제)까지 흡수해 낼 수 있을 정도로 탁월하다. 숯이 여러모로 유용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성질 때문이다.


유해물질 거르는 미세구멍
숯은 그 쓰임이 다양해서 단순한 미용에서부터 질병과 연관된 건강에까지 두루 이용된다. 식용 가능한 숯 활성탄은 천연 미용제가 되는데, 클렌징 후 활성탄으로 가볍게 세안하면 피부 각질과 피지 제거에 좋고 산소 공급을 원활하게 해 피부 세포의 생성을 돕는다. 활성탄과 해조분말을 섞
어 팩으로 사용하면 보습과 미백 효과도 볼 수 있다.

또 아토피 피부염이 심한 부분에 꿀에 백탄이나 활성탄을 개어 발라주면 좋다. 숯가루가 마르고 난 뒤에는 숯 비누로 깨끗이 씻어주면 된다. 아토피가 심할 경우 무의식적으로 긁기 때문에 염증과 진물, 박테리아에 의한 화농이 생길 수 있는데 이때 숯가루를 발라주면 화농이나 염증부위의 유해물질을 흡착, 제거해 상태를 호전시킨다.

또 백탄을 입욕제로 넣어 목욕 시 활용하면 해독작용으로 인해 피부질환은 물론 피로회복과 신경통, 여성의 냉증이나 초기 감기증상 치료에 효과가 있다. 변비가 심할 때나 축농증, 편도선염에 걸렸을 때도 활성탄을 탄 물을 마시면 도움이 된다.

이외에도 탈취제와 흡습제, 천연 정수기, 치약, 이불 등 숯의 쓰임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다. 그러나 숯은 결코 이런 단편적인 쓰임에만 머물지 않는다.

숯은 멋진 공예작품으로 다시 태어나 새로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목걸이 등 ‘숯액세서리’에서부터 숯을 도자기처럼 만든 ‘숯자기’까지, 숯은 지금 대변신 중이다. 이 중에서도 가장 각광받는 것은 단연 ‘숯부작’. 숯의 효과를 그대로 느낄 수 있으면서 실내 어느 곳에나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스스로 컨셉트와 용도, 형태를 정해 만들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2005년부터 전문적으로 숯부작을 만들어 온 곽화숙수공예연구소의 곽화숙(44) 소장은 “최근에는 전국에서 문의가 들어올 정도로 숯 공예에 대한 관심이 크다”고 말한다. 곽 소장은 현재 공방을 통해 화분과 액자, 시계 등 다양한 형태의 숯부작 작품들을 가르치고 있다. 과거 숯은 가공되지 않은 채 단조로운 형태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숯가루, 숯화분받침, 숯보드판 등 다양한 형태의 제품이 나와 작품 형태의 제약도 줄어들게 됐다.



곽 소장은 “요즘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 옷장용, 냉장고용, 밥용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각 특성에 맞는 숯이 판매되고 있으며 숯부작 재료도 쉽게 구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 “숯보드판의 경우에는 대나무숯이나 참숯을 압축시켜 만든 것이기 때문에 다른 제품보다 4~5배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전한다.

숯 공예를 배우고 있는 김미선(33) 씨는 “직접 만든 숯부작을 집들이 갈 때 선물로 내 놓으면 너무 신기해 한다”며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것이라 더 고마워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이제 막 숯 공예를 배우기 위해 공방을 찾았다는 최순주(38) 씨는 “환경호르몬 등이 걱정돼 평소 집안에 통숯을 배치했었다”며 “직접 배워 가족들 건강을 챙기고 싶다”고 웃는다.

곽화숙 소장이 재미있는 얘기를 털어놓는다. 숯 공예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으로 공방을 처음 방문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시된 작품을 보며 선물을 하거나 판매를 해야겠다고 얘기한단다. 그러나 막상 공을 들여 작품을 완성시킨 후에는 너무 예쁘고 아까워 차마 남에게 줄 수 없다며 돌변(?)하기 일쑤라고.

곽화숙 소장은 “숯은 스스로 숨을 쉬기 때문에 공기 중에 있는 미세먼지나 잡냄새를 빨아들인다”며 “황사철에 숯부작을 실내에 두면 천연 가습기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숯의 정화작용이 얼마나 강한지, 어항에 숯을 넣어두면 따로 공기를 주입해 주지 않아도 물고기가 살 수 있을 정도란다.

또 습기를 조절해 옷장이나 신발장에 넣어두면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다고 한다. 단, 숯을 습기 제거용으로 썼을 때는 주기적으로 바깥에서 말렸다가 다시 사용해야 변함없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조언한다.

생활 속에서 숯부작에 응용할 재료를 얻는다는 곽 소장은 “많은 재료를 들인 작품을 만들려고 생각하기 보다는 숯 막대기 하나를 집에 두더라도 센스를 발휘해 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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