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유력한 대권주자인 이낙연 전 총리의 이천 화재 참사 희생자 분향소 발언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유가족들의 ‘대책’과 ‘대안’을 요구하는 발언에 이 전 총리는 ‘총리가 아니다’, ‘의원도 아니다’, ‘일반 조문객으로 왔다’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얼핏 들으면 맞는 말이다. 실제로 이 전 총리는 ‘전직 총리’이고 국회의원이 아닌 ‘국회의원 당선자 신분’이다. 5월30일부터 21대 국회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일반 조문객으로 왔다’는 말도 궁색하기 짝이 없는 말이지만 따지고 들면 틀린 말은 아니다. 지지층에서는 스스로를 한껏 낮춘 겸손한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이 전 총리 입장에선 유가족 모르게 일반인 조문객으로 조용하게 방명록에 이름을 남기고 후에 언론에 알려 화제가 되길 바랐을지도 모른다. 그래서였을까. 1차 해명이 ‘조용하게 다녀오려 했는데 실무자 실수로 방문 사실이 알려졌다’고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알려졌다. 그러면 당연히 차기 대선의 유력한 주자로서 대응을 하는 게 맞다. 국민들이 분노하는 지점은 여기에 있다. 이천 화재참사 유가족들이 이 전 총리의 신분을 몰라서 대책과 대안을 요구했을까. 유가족들은 누구보다 절실한 사람들이다. 이 전 총리가 ‘이낙연 대세론’이라고 할 만큼 오랫동안 1위를 달렸고 최근에는 2위인 이재명 지사와도 더블스코어로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현재 권력이 오지 않은 분향소에 미래 권력이 될 수 있는, 그것도 유력한 이 전 총리의 방문에 당연히 대안과 대책을 요구한 것이다. 그리고 이천은 이미 2008년 이천 냉동창고 화재 사건으로 4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바 있다. 

12년 전 화재 사건과 ‘판박이’이 물류창고 화재 사건으로 38명의 아까운 생명을 앗아갔다. 이번 화재 참사의 근본적인 원인은 누가 봐도 냉동창고 대형 화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안전을  관리·감독하는 기관과 사주가 짝짜꿍돼 눈감고 근로자의 안전을 무시한 처사다. 이 전 총리에게 유가족이 물은 것은 바로 책임자 처벌과 재발 방지 대책이다. 

아무리 실무자가 실수로 ‘일반 조문’이 들통 났다고 해도 이 정도 질문에 답변도 하지 못할 수준이면 ‘수양 부족’이 아니고 대권주자로서 ‘함량 부족’이다. 그런데 이 전 총리는 이후에도 ‘잠자다 봉창 두드리’는 발언이 계속됐다. 유가족이 ‘사람 모아 놓고 뭐하느냐’는 질문에 ‘내가 모은 게 아니다’(이 말도 맞다. 실무자 실수니까), ‘가라’ 하니 ‘가겠다’며 급히 분향소를 빠져나갔다. 

‘공감과 소통의 달인’, ‘사이다 발언’ 등으로 여야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는 이 전 총리다. 그런 이 전 총리의 이면에는 ‘호남 출신-비주류’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전략적 지지’를 보내는 친문 지지층이 있어 가능했다.

이미 호랑이 등에 올라탄 지 1년이 다 돼 간다. 등에서 내려와 본인발로 서기에는 너무 멀리 가버린 걸까. 대권주자 1위를 하면서 호랑이 눈치를 너무 보다 ‘투명인간’이 돼 버린 게 아닌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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