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음운전 예방법

새벽운전이나 야간운전을 해야 하는 추석 연휴가 다가왔다. 하지만 즐거운 고향 방문길에 무엇보다 조심해야 하는 것은 바로 졸음운전이다.
졸음운전은 음주운전 못지않게 위험한 운전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졸음운전은 음주운전과 달리 경찰의 물리적 단속과 같은 제약이 없어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다.
졸음운전 예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보자.


졸음운전에 따른 사고 현장에는 브레이크를 밟은 자국이 없는 경우가 많다. 속도를 유지한 채 그대로 충돌한다는 뜻이다. 사고 결과는 당연히 일반 교통사고에 비해 치명적이다.

국내는 졸음운전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아 외국에 비해 분석자료가 적은 편이다.

졸음운전은 특히 장거리 운전을 할 때 항상 따라다니는 위험 요소다. 졸음운전이 교통사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통상 10∼20%. 고속도로에서는 20∼30%로 추정된다.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고는 △심야 새벽 오후시간에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고속도로에서 많이 일어나며 △사고 회피를 위한 행동이 없고 △운전자가 혼자 승차한 사례가 많다는 특성이 있다. 일반적으로 승용차 운전자는 운전 시작 90분 이후부터, 대형차 운전자는 180분이 넘어서면서 졸음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새벽운전-골프, 졸음 불러

주말 오후 3시경 골프를 즐기고 돌아오는 고속도로. 새벽부터 일어나 운전을 했고 18홀을 돌았다. 골프가 끝난 뒤 식사를 하면서 간단히 맥주 1잔을 곁들였다.

이런 때 졸음이 몰려오곤 한다. 졸음을 유발하는 원인은 여러 가지다.

우선 인체 생활 리듬상 오후 3시는 잠에 빠져들기 쉬운 시간대에 속한다. 사람의 생활주기는 24시간이지만 수면 리듬은 12시간 단위로 움직이며 새벽과 오후에 가장 쉽게 잠에 빠져든다. 졸음운전 사고는 오전 4∼6시, 낮 12시∼오후 6시에 많이 발생한다.

새벽 운전과 골프로 육체적 피로가 쌓이면 몸속에 이산화탄소와 젖산의 농도가 증가하면서 산소 공급이 원활하지 않게 된다. 충북대 이순철(교통심리학)교수는 “눈꺼풀이 내려오고 손발 끝의 감각이 무뎌지는 졸음의 증상은 산소 부족이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차량의 외부공기 순환을 막은 상태(내기순환)에서 운전을 하면 차내 이산화탄소 농도가 급격히 증가한다.

경북대 환경공학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00cc급 승용차로 20분만 운행해도 차내 이산화탄소 농도는 2000ppm으로 높아져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서 정한 내기순환 상태의 이산화탄소 농도 기준치인 1000ppm을 넘어선다. 4명이 탑승했을 때는 4500ppm으로 치솟는다.

피로나 졸음이 느껴질 때 휴게소에 내려 스트레칭을 하면 여러 가지 원인을 제거할 수 있다. 우선 산소가 많은 환경에 노출된다. 스트레칭을 하면 혈액 순환이 좋아져 체내 산소공급이 원활해진다. 또 달리는 차 안이라는 고정된 환경에서 벗어남으로써 신경감각적인 피로를 덜 수 있다.


뺨 때리기, 껌 씹기는 임시방편

‘창문을 열고 운행하기, 음악을 크게 틀기, 껌 씹기, 뺨이나 허벅지 때리기….’

많은 운전자가 이런 방법으로 졸음을 쫓는다. 그러나 이렇게 해서 졸음을 완전히 쫓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착각이다.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신용균 수석연구위원은 “잠깐 졸음이 사라지는 듯하더라도 나중에는 더 큰 자극이 필요할 뿐”이라며 “부족한 수면을 보충해 주는 것이 올바른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졸음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이를 쫓는 방법을 묻자 김인석 수석연구원은 “그런 묘책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미 술을 마신 상태에서 음주운전을 회피하는 방법을 찾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 전날 밤을 새웠거나 피곤한 활동을 했으면 운전대를 잡지 않는 것이 좋다.

졸음운전을 하지 않으려면 운전에도 체력 관리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평소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유지해 피로가 쌓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히 사업용 차량인 버스와 트럭 운전자들에게 요구되는 조건이다. 장거리 운전을 할 때는 쉴 휴게소와 쉬는 시간을 미리 계획해 두는 것이 좋다. 최소한 2시간마다 휴게소에 들러 스트레칭을 하고 휴식을 취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연속으로 운전할 때보다 피로감을 훨씬 덜 수 있다.

고향을 찾는 길에 새벽 혹은 심야 운전을 해야 한다면 교대로 운전하는 것이 좋다. 심야와 새벽 시간대엔 더 자주 쉬어야 졸음을 막을 수 있다.


#졸음운전 방지 5계명

[1] 졸음운전의 위험을 인식하라 = 단속이 없어 졸음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적다. 음주 때는 혼미한 정신이라도 있지만 졸음에 빠지면 아무런 대책이 없다.
설 차례를 마치고 음복으로 마신 술이 졸음을 부추길 수 있다.

[2] 천하장사도 자기 눈꺼풀은 못 든다 = 운전 중에 졸음이 오면 억제하기보다는 순응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다.
안전한 장소에서 짧게나마 잠을 청한다. 졸음운전자의 상당수는 체력이 약한 노인이 아니라 건강한 20, 30대라는 점을 명심하라.

[3] 졸음은 전염된다 = 장거리 주행을 할 때 흔히 동승자들은 잠을 자고 운전자 혼자 졸음과 외로운 투쟁을 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조수석에 앉은 사람은 운전자와 가벼운 대화를 나눠야 한다. 조수석은 운전자를 돕는 사람이 앉는 자리 이름이다.

[4] 야간·새벽 운전을 피하라 = 졸음운전 사고는 새벽 시간대에 가장 많다. 전반적으로 오후 10시에서 오전 6시가 위험하다. 점심 식사 이후 오후 2시 전후도 위험한 시간대다. 주5일제가 정착되면서 금요일 밤에 여행길에 나서는 경우가 잦다. 그러나 장거리 운전이라면 새벽이나 야간은 피하는 것이 좋다. 특히 장거리 운전을 앞두고 과음이나 과로는 금물.

[5] 차량 히터 온도 조절 올바르게 = 온도로 인한 졸음을 방지하려면 차내 온도를 21∼23도로 유지한다. 춥다고 차내 온도를 28∼30도로 맞춰 두면 졸음이 오기 쉽다. 히터의 송풍구도 얼굴보다는 앞 유리나 발밑으로 둔다. 온도 조절기를 찬 바람과 더운 바람의 중간쯤에 두고 풍량의 과다로 온도를 조절한다. 조절기를 계속 뜨거운 위치에만 두는 방식보다 쾌적하다.


##경고음, 좌석진동, 디지털 기록계

진화하는 자동차 졸음감지 시스템

자동차 제조회사들이 운전자의 졸음을 감지하는 시스템을 꾸준히 개발하는 것은 운전자 스스로 자신의 졸음을 느끼기 힘들기 때문이다.

볼보자동차는 차량의 움직임을 실시간 모니터링 하는 방식으로 졸음운전을 감지한다. 각종 센서가 운전자가 탄 차량의 움직임, 앞차와의 거리 등을 감시하다가 이상한 점이 포착되면 경고음을 낸다.

운전자가 차량을 운전하는 방식을 점수화해 경고하기도 한다. 출발 때 5개의 별로 표시된 점수는 운전 방식이 나쁠 경우 점점 사라지도록 설계됐다.

폴크스바겐은 아우디와 공동으로 차선이탈 경고 시스템을 고안했다. 차체와 좌우 차선과의 거리, 차체의 속도, 차로의 넓이 등을 인식하고 있다가 차로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면 경고를 보낸다. 경고음 외에 문자메시지와 진동 등 다양한 방법으로 경고한다.

GM은 졸음운전을 하는 운전자의 좌석에 진동을 보내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런 첨단 장치도 졸음을 원천 봉쇄하지는 못한다. 단지 운전자가 휴게소로 갈 수 있도록 도울 뿐이다.

유럽에서는 버스와 화물차 등에 디지털 운행기록계를 부착해 졸음운전을 원칙적으로 방지한다. 소형 프린터가 달린 디지털 운행기록계에 경찰이 카드를 넣으면 운전자의 과속 여부는 물론 운전시간까지 출력돼 나온다. 법적으로 정해진 근무시간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해 졸음운전의 소지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교통사고의 특수성을 감안해 직업운전자의 연속 근로시간과 주간 근로시간, 휴식시간 등을 일반 근로자와 별도로 규정해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국내에는 아직 직업운전자에 대한 별도의 근로조건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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