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발칵 뒤집혔다. 지난밤에 숙직을 하던 총무부장 장영수 씨가 사무실 소파에 앉은 채 피살되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알아낸 것을 설명해 보게.”

현장에 늦게 도착한 추 경감이 바쁘게 초동 수사를 하는 강 형사를 보고 물었다. 그는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고 불도 켜지지 않는 고물 지포 라이터를 철커덕거리며 태평스럽게 말했다.

강 형사는 비위가 팍 상했으나 10여 년을 모시고 일해 온 상관이라 아무 말 않고 상황 설명을 했다. “총무부장 장영수 씨는 이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가 새벽에 도착했을 때까지 텔레비전은 켜져 있었으니까요.”

“몇 번 채널이야?” “그건 알아서 무얼 하시렵니까?”
강 형사가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되물었다. “내가 연속 드라마 광이란 것 모르나?”

“그래요. 반장님이 좋아하시는 애정극을 하는 KBS였어요.”
“사인은 정확하게 나왔나?”
“칼로 목과 심장을 찔렸는데, 심장 자상이 치명상 같습니다.”
“시간은?”

“어젯밤 12시에서 2시 사이라고 합니다. 탁자 위에는 맥주병과 화투장이 어지럽게 놓여 있고 없어진 물건이 없는 걸로 봐서 아는 사람의 원한 관계 살인 같습니다.”

“어젯밤에는 누구와 화투를 쳤다는 거야?”
추 경감이 현장 이곳저곳을 돌아보며 물었다.
“총무부 직원 세 명과 근 열두 시가 될 때까지 고스톱을 쳤답니다. 아니, 장 과장까지 다섯 명이었는데 여직원인 홍민숙 씨는 10시께 가고 끝까지 있던 사람은 총무부 차장 배병도, 직원 임종술, 경리부 차준구 대리 등 세 사람이었습니다.”

“외부 침입 흔적이 없고 피살자가 반항한 흔적이 없는 것으로 보아 면식범의 짓일 거야. 12시께 헤어졌다는 그 세 사람 중에 범인이 있을 거야.”

추 경감이 단정적으로 말했다.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어젯밤 같이 있다 헤어진 뒤 한 사람이 되돌아와서 죽인 것 같습니다. 세 사람은 모두 그럴 만한 동기가 있습니다. 배병도는 장 부장과 입사 동기인데 아직 차장입니다. 그는 장영수만 없다면 자기가 부장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경리부의 차준구 대리는 물품구매 때 부정을 저지른 일을 장 부장에게 들켜 곤경에 처해 있는 사이입니다.”

“그럼 임종술은 뭐야?” 추 경감이 퉁명스럽게 물었다. “그 사람은 자기의 애인을 장영수에게 뺏겨 늘 함께 어울리면서도 이를 갈고 있었습니다.”

추 경감은 옆방에서 문제의 세 사람을 불러 알리바이를 캐물었다. “전 12시께 헤어진 뒤 곧장 성북동 집으로 갔습니다. 12시 30분께 동네 어귀 구멍가게서 동네 사람들과 한잔하고 2시께 집에 들어가서 그냥 잤습니다.”

배병도 차장의 말이었다. “동네 사람들한테 물어봐도 됩니까?” 추 경감이 되물었다.

“제가 확인했걸랑요.” 강 형사가 대신 대답했다. “저는 집이 안산인데 전철도 끊어지고 해서 총알택시를 타고 1시께 집에 도착했습니다. 내가 나올 때 집에 어떻게 가느냐고 장 부장이 걱정하던 게 생각나서 회사로 전화를 걸어 무사히 도착했다고 장 부장에게 얘기를 했지요.”

임종술의 말을 듣고 있던 추 경감이 되물었다.
“그때가 몇 시쯤이었소?”
“새벽 한 시 반이었습니다.”
추 경감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차준구의 이야기를 들었다.

“저는 헤어진 뒤 제 차로 곧장 방배동 형님 집에 갔습니다. 12시 반쯤 도착해 발 씻고 잤지요. 형님네 식구들이 다 알고 있어요, 뭣하면….”
“됐어요”

추 경감이 그의 말을 막고 강 형사를 돌아보며 말했다. “이 세 사람 중에 범인이 있다는 것을 알겠지? 거짓말을 한 사람이 범인이야. 경찰서로 연행해.”
그러나 강 형사는 어리둥절해져서 추 경감을 쳐다보며 물었다.
“글쎄, 누군지 잘…?”

“이 사람 보게. 장사 한두 번 했나?

 

퀴즈. 범인은 누구이며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답변-논리와 추리 2단] 범인은 임종술이다. 그가 새벽 1시 반께 장영수와 통화했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만약 장영수가 그때까지 살아 있었다면 이미 방송이 끝난 KBS채널을 틀어놓고 있었을 턱이 없다. 새벽까지 텔레비전이 켜져 있었던 것에 유의해야 한다.  

 


[작가소개]

이상우는 추리소설과 역사 소설을 40여 년간 써 온 작가다. 40여 년간 일간신문 기자, 편집국장, 회장 등 언론인 생활을 하면서 기자의 눈으로 본 세상사를 날카롭고 비판적인 필치로 묘사해 주목을 받았다. 역사와 추리를 접목한 그의 소설은 4백여 편에 이른다. 한국추리문학 대상, 한글발전 공로 문화 포장 등 수상.

주요 작품으로, <악녀 두 번 살다>, <여섯 번째 사고(史庫)> <역사에 없는 나라>, <세종대왕 이도 전3권> <정조대왕 이산>, <해동 육룡이 나르샤>, <지구 남쪽에서 시작된 호기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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