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안방보험 소장에 “빠져나갈 구멍 찾은 것” 적시...진흙탕 싸움 예고

[소장 요약분]
[소장 요약분]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증권업계 신화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이 최근 강한 의지로 추진했던 7조원 대 호텔 사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4일 일요서울 메일로 수신된 '다지아(구 안방)보험그룹의 미래에엣 호텔인수 계약 관련' 자료에 따르면 '미래에셋 측'이은 법리적으로 오류가 있는 주장을 근거로 이번 인수를 취소하려고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메일에는 안방보험 측의 고소장 요약본이 첨부돼 있다. 미래에셋 측은 "(안방보험 측이)계약 관련 소송 진행 상황을 알리지 않았기 때문에 계약을 진행할 수 없다고 주장"다는 입장이다. 결국 이번 대립은 법정다툼이 불가피하다.  미래에셋과 안방보험간의 소송전에 들여다본다. 

 안방보험 "미래에셋, 코로나 때문에 호텔 인수 발 빼려 한다"
 코로나19로 투자 받기 어려워... 미래에셋 "자금 조달 문제없어"


안방보험 측이 일요서울에 제공한 소장은 중국 안방보험의 기존 자산을 흡수한 다자보험이 미국 델라웨어주 형평법원(Delaware Chancery Court)에 제출한 것이다.

다자보험 측은 호텔 매도와 관련한 모든 조건들을 충족했지만, 미래에셋 측에서는 여러가지 이유를 들며 인수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총 48장에 달하는 다자보험 측의 고소장에 따르면 미래에셋은 현재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인해 호텔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 “빠져나갈 구멍을 찾고 있다”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로 호텔산업의 메리트가 떨어지자 미래에셋이 7조원짜리 미국 호텔 인수전에서 발을 뺐다는 설명이다.

안방보험은 또 소장에  "코로나19 사태가 미래에셋이 매수하기로 약정한 15개 미국소재 고급 호텔들의 가치에, 그리고 금융조달 비용 측면에서 부정적인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매매계약상으로는 금융조달이 선결되어야 한다는 거래종결조건이 없으며 미래에셋은 지난해 9월에 계약 서명 후 위 사태 발생 이전에 대주주들로부터 유리한 대출 금융 조건을 확보할 수도 있었다"고 했다.

이어 "그럼에도 미래에셋은 안방보험이 매매계약을 위반했다는 주장을 하고 계약상 의무를 정면으로 위반하여 거래 종결을 거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장이 접수된 델라웨어주 형평법원은 큰 규모의 회사 간 분쟁을 푸는 것에 대해 가장 영향력이 있는 법원이다.

“계약 지켜라” 美법원에 소송

미래에셋 측이 안방보험측으로부터 인수하기로 15곳의 호텔들은 뉴욕, 샌프란시스코, 워싱턴DC 등 미국 주요도시 9곳에 있다. 본래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이 보유했다가 2016년 중국 안방보험에 55억달러에 판매한 호텔들이다. 안방보험은 지난해 미·중 무역 분쟁이 심각해지면서 경영난에 처하자 이 호텔들을 다시 매물로 내놓았다.

지난해 9월 안방보험이 소유한 이 호텔들을 인수하는 계약하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인수대금이 총 58억 달러(약 7조 1000억원)로 당시 계약금만 700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계약 이후 인수 대상 호텔과 관련해 제3자와 소송 중인 사실이 뒤늦게 불거지면서 양측이 충돌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4일 보도자료를 내고 “안방보험이 호텔 가치를 손상시키는 다양한 부담 사항과 부채를 적시에 공개하지 않았고, 계약 요구사항인 호텔 운영도 정상적으로 계속하지 못했다”며 “특히 안방보험이 호텔 매매계약과 관련해 제3자와 소송 중인 것으로 드러나 관련 자료를 요구했지만 이를 받지 못했다”고 해지 사유를 밝혔다. 이어 “계약 위반사항을 15일 내에 해소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할 권리가 발생한다고 지난달 17일 안방보험에 통지했지만 이에 대한 소명도 없었다. 지난 2일로 기한이 종료돼 계약 해지권을 행사한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코로나19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서 가치가 급락한 호텔 인수를 사실상 포기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자금조달에 문제가 있다거나 인수의지가 없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상대의 위반사항만 해결된다면 계획대로 인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현주 위기 또 뛰어넘나

한편 박현주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전과 관련해서도 애초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달 29일 공시를 통해 당초 30일이었던 아시아나항공 주식 취득예정일을 삭제, 변경하며 "주식 취득의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아 주식 취득일을 연기했다"고 공시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2019년 11월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4월 30일까지 주식취득을 완료할 예정이었다.

그간 박 회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체자산 투자에 공을 들여왔다. 특히 호텔 인수, 관광단지 개발 등에 적극 투자했다.

미래에셋그룹은 호주 시드니 포시즌스호텔, 미국 하와이 페어몬트 오키드호텔, 미국 샌프란시스코 페어몬트호텔 등 세계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호텔을 인수해 관리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가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한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획 역시 박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한국 투자금융업계의 '금손'으로 불리지만 큰 위기에 유독 약하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이번 코로나19로 비롯된 글로벌 경제위기에 이런 오명을 씻을 수 있을지 시선이 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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