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한국당 행보에 여의도 정치권이 주목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합당을 국민에 대한 예의라고 압박하고 있지만 한국당은 통합당의 지도부 공백 사태를 거론하며 합당 논의에 서두르지 않고 있고, 독자 노선 효과도 상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상임위 구성, 정당보조금 확보 등의 메리트가 있다. 이런 가운데 통합당 및 한국당 관계자들은 국민의당을 고리로 통합당의 독자노선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덩달아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한국당을 포함, 노선을 같이할 정당과는 어디든 연대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4·15 총선에서 국민들이 여권에 힘을 실어준 상황에서 한국당이 독자노선 수순을 밟게 되면 꼼수 정치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은 부담스럽다. 한국당의 향후 행보가 주목받는 이유다.

원유철 미래한국당 대표가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미래한국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원유철 미래한국당 대표가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미래한국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  통합이냐 독자노선이냐' 주판알 튕기는 자매당
- 통합대신 독자노선 가닥’, 4가지 포석

기로에 선 미래한국당의 선택지는 둘 중 하나다. ‘미래통합당과의 합당이냐, 독자노선 길을 가느냐. 전자는 당연한 수순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진로다. 한국당은 여권의 일방적인 선거법 개정으로 인해 정당방위 차원에서 만든 총선용 정당이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총선도 끝났고, 합당을 미룰 경우 정치권에서는 꼼수 정당이라는 비판과 함께 총선 참패에 이은 여론 반응도 싸늘해질 수밖에 없다. 총선을 통해 국민들로부터 매서운 회초리를 맞은 보수야당이 또 다시 외면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합당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통합당 4선 이상 중진 모임에서도 빨리 합당해야 한다는 입장이 쏟아지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유권자들이 선거 끝나면 통합될 거라는 전제에서 (한국당에) 투표해준 것이라며 통합을 빨리하는 것이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일이라고 말했다.

합당보다 독자 행보, ‘보다 이 많다

또 다른 선택지는 독자노선이다. 현재 통합당과 한국당의 통합 논의는 감감무소식이다. ‘선 통합당 수습, 후 논의입장을 견지하며 합당 논의를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당 원유철 대표는 통합당 지도체제가 수습되고 새 지도부가 들어서면 양당의 통합 시기와 방식, 절차를 협의하겠다면서도 한국당은 야당으로서 정치적 공세가 아닌 실질적 대안과 정책으로 승부를 걸겠다고 말했다.

원 대표의 발언은 독자 노선을 걸으며 시간을 두고 통합당과의 합당 여부를 논의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국당 내에서 유일한 재선인 정운천 의원도 통합당과의 합당을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통합당 한 중진의원은 한국당과 통합해야 하는 것이 순리이지만 통합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보수야당 안팎에서는 한국당은 교섭단체가 되기 위해 합당하지 않고 단독 정당으로 갈 것이라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당 관계자는 독자 정당으로 활동하다 대선 직전에 합당하는 방법이 좋다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교섭단체와 비교섭단체는 원내에서 영향력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실제 교섭단체는 의사일정 변경동의 등 국회 운영 권한을 행사하고 상임위별 간사 자격도 주어진다. 여당의 입법 활동에 제동을 걸 수 있다. 사실상 원내 협상 중심에 서게 된다.

특히 국고보조금은 원내 교섭단체에 먼저 배분한 뒤 의석수에 따라 나눈다. 비교섭단체일 때보다 많은 국고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국고 보조를 받아 정책연구원을 두는 것도 가능하다. 원 구성 협상에서도 지위도 올라간다. 상임위원장을 최소 한 석이상 확보할 수 있고, 국회부의장도 배출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총선 승리 후 강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되는 검찰개혁의 핵심 과제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추천위원 중 야당 몫 2명을 통합당과 한국당이 각각 1명씩 나눠서 추천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내부적으로는 통합당과 한국당이 보수 변화 일환으로 내부 경쟁을 펼쳐 중도층 확보를 위한 선의의 경쟁을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통합당 한 관계자도 통합당은 꼴통 보수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강하기 때문에 한국당이 통합당의 경쟁자 역할을 통해 중도층 외연에 나설 필요가 있다며 한국당 독자노선에 힘을 싣기도 했다. 원 대표도 21대 국회가 열려도 당분간 대표직을 유지하며 중도적 성향을 가진 인물을 영입해 공동대표 지도 체제를 구상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교섭단체 지위 확보, 다양한 안() ‘거론

다만 독자노선을 밟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있다. 교섭단체 지위를 얻기 위해서는 20석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당선자 19명을 배출한 한국당은 1석만 더하면 된다. 이를 두고 다양한 방안들이 나오고 있다. 통합당이 한국당에 의원 꿔주기 무소속 4인방(홍준표, 권성동, 윤상현, 김태호) 합류 국민의당과의 연합 등 3가지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는 것.

우선 통합당이 한국당에 의원을 꿔주는 방식은 현실적으로 힘들 것으로 보인다. 통합당 이준석 최고위원은 “(의원 꿔주기) 테이프를 끊으면 추태가 나오는 것이라며 의원 꿔주기는 단순히 연대 합당과는 다른 차원의 편법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있어 테이프를 끊으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당 출신 무소속 당선자 4인방의 한국당 우선 합류도 거론되고 있다. 향후 통합당 복당의 우회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소속 당선자 4인방은 한국당 합류에 부정적이다. 권성동 의원은 통합당에 복당 신청서를 냈고, 홍준표·김태호 당선자도 미래한국당 입당에 부정적이다. 윤상현 의원은 주민들에게 뜻을 물어봐야 한다며 복당 결정에 시간을 둘 계획이다.

대구 수성을에서 당선된 무소속 홍준표 전 대표도 원 대표는 통합당 원내대표가 선출되면 즉시 합당 절차를 개시해 주기 바란다. 일시 국회를 떠나야 하는 아픔은 이해하지만 떠날 때 뒤가 깨끗해야 다시 돌아올 명분이 생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실상 현실성이 낮은 셈이다.

야당과 연합 주장 , 외연확대 필요한 보수야당

이 때문에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이 국민의당과의 연합이다. 한국당 입장에서는 국민의당과 손을 잡는 것이 비판을 최소화하면서 실리를 챙길 수 있는 선택지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입장에서도 3석의 국민의당으로는 정치적 행보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현실론이 작용함에 따라 한국당과의 연합이 메리트가 있다. 국민의당 내부는 물론 안 대표도 야당과의 연합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안 대표는 우리가 낸 안에 대해 여당이 동의하면 여당과 손잡고 통과시키고, 야당이 동의하면 야당과 손잡고 관철 시키는 것이 국회의 정상적인 방법이라고 밝혔다.

국민의당 내부에서도 한국당과 손잡고 공동교섭단체를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민의당 한 관계자는 당 혁신준비위원회 산하 정책공약추진전략위원회에서 공동교섭단체 구성에 대해 논의 중이라며 미래한국당과의 원내 정책연대는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공동교섭단체 검토와 관련해서는 안철수 대표에게도 보고가 됐다.국민의당이 공동교섭단체 구성에 나선 것은 현재 3석으로는 21대 국회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3석인 국민의당과 교섭단체(20석 이상)를 구성할 수 있는 곳은 미래한국당(19)뿐이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미래한국당을 선거 전에는 꼼수 위성정당이라고 비판했으나 어쨌든 선거를 통해 국민의 선택을 받은 정당이라며 원내 정책연대 구성과 당대당 통합은 다른 문제라고 강조했다.

통합당 한 관계자도 통합당은 유력 대권주자가 없는 무주공산인 데다 영남당이미지를 벗으려면 외연 확장이 필수라며 안 대표도 차기 대권을 노리려면 결국 야권 인물 경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안 대표가 한국당 대권 후보로도 나설 수 있는 것 아니냐고도 덧붙였다. <이기우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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