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그룹 회장 승계자금 마련 의혹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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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주춤했던 LG그룹에 대한 수사가 다시 속도를 낼 전망이다. 서울고등법원 형사5부(부장판사 윤강열)는 지난달 23일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등 LG그룹 총수 일가의 항소심 2차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사건을 심리했다.

이날 검찰은 "LG 사주 일가의 매도ㆍ매수 등은 조세회피 목적의 부정한 행위다"라고 주장했다. 현재 세무당국도 이 부분을 예의주시 중이다. 재판 당사자 중 한 명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은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생부이다.

 서울고법 형사 5부, 양도세 탈루 혐의 항소심 공판기일 진행
 변호인 "사실관계 이미 드러나 추가 증인 신문 필요치 않아"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등 LG그룹 총수 일가 14명이 156억 원대 탈세 혐의로 또다시 재판을 받게 됐다. 착한 기업 대명사였던 LG그룹 총수 일가가 무더기로 재기소될 위기에 놓이면서 그룹 이미지에 악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게 됐다.

지난달 23일 서울고등법원 제5형사부는 오전 9시 45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조세) 등의 혐의를 받는 LG그룹 관계자들의 재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부는 재무관리팀 김 모씨와 하 모씨, 양벌규정으로 재판에 넘겨진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등 총수일가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재판부 변경에 따른 입증계획 등을 논의했다. 구본능 회장을 비롯한 피고인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재계 안팎에서는 구본능 회장이 조세범 처벌법 위반 혐의로 또다시 정식 재판을 받게 된 상황에서 아들인 구광모 회장이 `외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조심스레 흘러나온다.

검찰은 총수 일가가 LG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구광모 회장의 지분을 늘려 준 것으로 의심하고 있어 수사가 경영권 승계 과정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크다.

날카로운 신경전

이날 검찰은 LG그룹 총수일가의 주식거래가 자본시장법에서 금지하는 부정한 수단이나 방법 및 기교를 이용했다는 사실을 입증하고자 고발공무원과 한국거래소, 예탁결제원 담당자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앞서 LG 재무관리팀 전·현직 임원 피고인 김 씨와 하 씨는 총수일가의 경영권 유지를 위해 주식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장내 경쟁매매를 통해 할증과세 대상인 특수관계인 간의 주식거래가 아닌 것처럼 꾸며 156억 원의 양도세를 탈루한 혐의로 기소됐다. 구본능 회장을 포함한 총수일가 14명은 양벌규정에 따라 함께 기소됐다.

지난해 9월 1심 재판부는 검찰이 문제를 제기한 LG 사주일가의 주식거래는 장내 경쟁매매로서 제 3자가 개입할 여지가 있으며, 주식 체결률이 100%인 날이 없는 등 특수관계인 간 거래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검찰은 이날 “피고인은 LG 사주일가 주식을 일정수준 유지하며 할증과세를 피하고자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은 주식거래를 장내 경쟁매매를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매수한 것으로 양도소득세를 신고했다”며 “사주일가가 내야 할 양도소득세 할증가액을 숨긴 이 사건은 특수관계인 간 거래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자본시장법에서는 조세회피 목적으로 동시호가 매매를 하는 경우를 금지하고 있으며 부정한 수단이나 방법 및 기교를 이용하는 것도 금지된다는 사실을 1심 판결 이후에 확인했다”며 “이에 사건 고발공무원 2명과 한국거래소, 예탁결제원 담당자를 증인으로 신청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항소심에서는 원심에서 다룬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다시 다투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러한 행위가 자본시장법상 금지하고 있는 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고발공무원을 비롯한 거래소와 결제원의 주식 전문가들에게 왜 기교에 해당하는지를 묻고자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변호인은 한국거래소나 결제원 담당자의 평가를 통해 할증과세 회피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이들이 법관의 직무를 수행하겠다는 것과 같다고 반박했다.

LG 측 변호인은 “고발공무원을 비롯해 이미 검찰에서 조사를 마친 부분이다”라며 “새로운 증인 신청은 원심의 판단에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는 내용만 있을뿐더러 한국거래소나 예탁결제원이 어떻게 양도소득세 할증과세 회피를 입증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라고 반박했다.

특히 “이미 원심을 통해 사실관계가 드러난 상태에서 한국거래소나 결제원 담당자의 평가를 통해 할증과세 회피를 판단한다는 것은 법관의 직무를 입증하겠다는 것과 같다”며 “어떻게 법률적 판단을 거래소 직원한테 묻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에 판사는 “김 씨와 하 씨를 비롯해 피고인들의 숫자가 많고 재판부 변경에 따른 쟁점을 정리하고자 한다”며 “양 측에 각각 40분의 시간을 주고 파워포인트 자료를 통해 간단한 구술변론을 듣는 것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재계 파장 우려

재계는 그동안 10대 그룹 중에서 비리와 오너가 리스크가 가장 적었던 LG가 검찰 재수사 대상에 올랐다는 점에서 향후 재계 전반에 미칠 파장을 주목한다. 대기업 집단 전반으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긴장감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이번 항소심 공판은 최근 상속세를 내야 하는 다른 기업 총수들도 관심 있게 보고 있다"며 "향후 수사가 확대되면서 자칫 기업들의 경영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게 될까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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