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조작설에 보수 정치권‧유튜브가 두 동강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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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황기현 기자] 지난달 4월 15일 치러진 제21대 국회의원총선거가 끝난 지 한 달이 다 돼 가지만, 보수 진영이 입은 상처는 점점 깊어지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의 ‘180석 압승’은 보수 진영에 그만큼 큰 충격을 줬다. 총선 승리를 굳게 믿어 의심치 않던 보수 진영 지지자들은 급기야 선거 결과를 부정하기 시작했다. 총선이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영향력 있는 정치인과 유튜버들이 이에 합세해 총선 투표 조작설을 제기했다. 반면 일부 보수 세력이 ‘투표 조작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반박하고 나서며 보수 진영이 두 동강 날 위기에 처했다.

4·15 총선 결과 놓고 보수 진영 갈등 심화
‘가로세로연구소’ ‘공병호tv’ 등에서 논란 촉발

보수 진영이 제기한 의혹은 지난달 10일과 11일 이틀에 걸쳐 진행된 사전투표가 조작됐다는 것이다. 의혹설을 가장 먼저 제기한 유튜브 채널은 강용석 변호사와 김세의 전 MBC 기자, 김용호 전 기자 등이 운영하는 ‘가로세로연구소(이하 가세연)’와 공병호 전 공관위원장의 ‘공병호tv’ 등이었다. 가세연과 공병호tv는 총선 결과가 나온 직후인 지난달 17일 ‘충격 단독: 사전투표 조작 의혹 0.39의 비밀’, ‘통계, 이상하다’는 제목으로 영상을 게시했다. 영상의 내용은 인천 연수을 선거에서 민주당과 미래통합당, 정의당 등 주요 당의 세 후보가 관외 사전투표로 얻은 득표 수를 관내 사전투표 득표 수로 나누면 0.39라는 일정한 숫자가 나타나 의심스럽다는 것이었다. 해당 숫자에서 불거진 의혹은 서울과 인천, 경기 지역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와 미래통합당 후보의 사전투표 득표율이 전부 63대36으로 같다는 주장과 투표지 내 QR코드를 통해 유권자 개인정보를 기록한다는 의혹까지 이어졌다. 이 외에도 ‘신의한수’와 ‘뉴스타운’ 등 영향력 있는 유튜브 채널들이 사전 투표 조작설에 힘을 실었다.

증거보전 신청한 민경욱 “법적 대응 불사”

사전 투표 조작 의혹은 정치권에서 곧바로 뜨거운 논란을 일으켰다.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된 인천 연수을 낙선자 미래통합당 민경욱 의원이 가장 먼저 발 벗고 나섰다. 민 의원은 지난달 20일 가세연의 야외방송에 출연해 투표 조작 의혹설에 힘을 실었다. 이어 인천지방법원에 인천 연수구 선거관리위원회를 상대로 증거보전을 신청했다. 28일 법원이 이를 일부 인용하며 투표함과 선거용지 등에 대한 증거보전 검증이 받아 들여졌다. 민 의원은 또 이번 달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4·15부정선거진실규명국민연대, 선거무효소송 변호인단 일동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4·15총선은 QR코드 전산조작, 투표조작에 의한 부정선거로서 원천무효이며, 신속히 재선거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 의원은 “비단 인천 연수을뿐만이 아니”라면서 “서울 광진을, 동작을 등등 당일투표에서 이기고, 사전투표에서 진 경우가 수십 곳을 넘는다. 일관된 63:36의 사전득표비율, 관외·관내사전투표비율의 일관성, 집계가 실종된 선거구 등 조작하지 않으면 통계적으로 불가능한 결과가 나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경욱 의원을 비롯한 미래통합당 후보자, 지역구 유권자 그리고 많은 국민들은 이 상식과 공리에 반하는 개표결과는 조작의 결과라고 확신한다”며 “이제 부정선거임은 확증이 되었고, 어떻게 이 범죄행위가 일어났는가에 집중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 의원 등은 “4·15 총선무효소송을 담당하는 변호사들은 진실의 힘을 믿는다. 어떠한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이번 선거무효소송을 승리로 이끌고 선거제도가 공평하고 투명하며 검증 가능하여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앞장설 것”이라면서 “대법원은 선거 부정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심리에 임하고, 4·15 총선무효를 선고하여 재선거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 의원 외에도 대전 유성을에 출마했던 김소연 후보와 경기 부천병의 차명진 후보(경기 부천병) 등 총선에 출마했던 일부 후보가 사전 투표 조작 의혹을 공개적으로 밝히며 논란은 가중됐다.

정규재·이준석 “총선 조작설 가능성 없다”

총선 조작설이 허무맹랑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지난달 20일 펜앤드마이크의 정규재 대표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사전 투표 조작설이 참 부끄럽다’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정 대표는 영상에서 “이번 선거는 애초에 이길 수가 없었던 선거”라면서 “민주당이 180석을 가져갈 수도 있다는 사실은 이미 민주당도 알고 미래통합당도 알고 나도 알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러분 정말 호소합니다. 자중자애하시고 공부 좀 합시다”라면서 “언제까지 안보팔이만 하는 고리타분한 보수여야 하나”고 비판했다. 총선 참패는 투표 조작이 아닌 보수 진영 내부에 원인이 있다는 주장이었다. ‘조갑제tv’와 ‘미디어워치tv’ 등도 사전투표 조작 의혹에 공감하기 어렵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내비쳤다.
정치인으로서는 이준석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이 가장 강력하게 사전 투표 조작 의혹을 일축했다. 이 위원은 ‘가세연’과 ‘공병호tv’의 영상이 게시된 지난달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반성하고 혁신을 결의해야 할 시점에 사전투표 의혹론을 물면 안 된다”며 강하게 반박하고 나섰다. 이 위원은 또 펜앤드마이크가 주최한 ‘사전투표 조작 의혹 토론’에 반대 측 패널로 출연해 사전투표 조작 의혹을 적극적으로 해명하기도 했다. 이 위원은 “이건 옳고 그름의 문제이기 때문에 당연히 해야 하는 노선 투쟁”이라며 “곧 투표함이 다시 개봉되고 결과가 나오면 누가 선동가였고 누가 진실을 말했는지 알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정 대표와 이 위원은 이후 일부 보수 진영 지지자들에게 ‘배신자’, ‘변절자’라는 비판을 듣기도 했다.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 역시 사전 투표 조작설에 대해 “대한민국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하 의원은 지난 7일 페이스북을 통해 “대한민국 방역이 세계 탑 클래스였듯이 선거관리시스템도 글로벌 탑”이라며 “정권이 바뀌면 모든 게 다 조작 가능하다는 주장이 있지만 대한민국 시스템은 그렇게 허술하지 않다. 보수의 혁신은 보수가 함께 만들어온 대한민국의 위대한 성과물을 부정하지 않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3일 사전투표 조작설에 대한 보도자료에서 “사전투표 및 개표과정 등에서의 조작·부정은 절대 있을 수 없다”면서 “유튜브 등에서 제기되는 일방적인 주장에 현혹되지 않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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