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소야대(與小野大)에서 여대야소(與大野小)…의회 권력 양자 구도 ‘심각’

[일요서울ㅣ조주형 기자] 21대 국회가 개원을 앞두고 여야 원내대표를 교체했다. 새로운 원내사령탑을 형성해 새 국회를 맞이한다지만 여야 간 대결은 더욱 격렬해질 것으로 보인다. 바로 양자 대결 구도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그 위성정당을 비롯해 200석 가까이 가져갔으나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은 오히려 쪼그라들었다. 20대 국회에서 20석 안팎을 차지하던 정당은 대부분 산화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해 다양한 목소리를 담겠다는 취지로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는데, 정작 이를 주도했던 소수 정당은 사라지고 민주당과 통합당만 남았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와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오른쪽). [뉴시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와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오른쪽). [뉴시스]

 

-신임 원내대표 선출…민주당 김태년 ‘통합’, 통합당 주호영 ‘재건’

20대 국회에서 21대 국회로 넘어가는 가운데, 여소야대(與小野大)로 시작한 20대 국회가 결국 여대야소(與大野小) 지형으로 변화했다. 기존 여대야소 형태의 의회권력이 양자구도화 심화에 따라 간극도 더욱 벌어지게 됐다. 지난달 15일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은 무려 180석을 석권했다. 범(凡) 여권 인사들까지 포함하면 190석에 달한다. 개헌 가능선인 200석에서 가까운 수치다.

위성정당 의석을 포함해 180석을 얻어 몸집이 커진 민주당은 마냥 기쁘기만 할까. 그렇지 않다. 당 외형이 커진 만큼 당내 노선 갈등의 불씨 또한 도사리고 있는 셈이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당선인 총회에서 진행된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한 김태년·전해철·정성호 의원은 모두 하나같이 “함께”, “통합”을 강조했다. 핵심은 ‘화합’이다.

반면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은 간신히 103석을 확보했다. 여대야소 지형이 더욱 심화된 것. ‘중도’를 표방했던 대다수 인물들이 고배를 마셨다. 여대야소뿐만 아니라 양극화 현상까지 나타나게 된 형국이다.

민주당계가 ‘통합’에 방점을 뒀다면, 미래통합당은 ‘재건’에 촉수를 곤두세우고 있다. 미래통합당(84석)과 미래한국당(19석)은 당내 계파 색을 잃은 모양새다. 통합과 혁신을 통해 계파를 극복한 게 아니라 유권자들의 눈 밖에 나면서 의석수를 잃었다. 게다가 84명 지역구 당선인 가운데 초·재선 의원이 무려 60명(약 70%)이나 포진하면서 중심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다.

래통합당 원내대표 경선이 열린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주호영 의원은 “압도적 수적 열세를 극복할 수 있는 경험과 집요함이 필요하다”며 “당 조직과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고, 권영세 의원도 “재건 리더십이 절실하다”며 ‘재건 혁신 특위’를 약속했다. 이어 “새로운 시대정신을 담아내는 과감한 변화의 길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의원 모두 결국 ‘재건’을 강조한 것이다.
 

김태년 신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뉴시스]
김태년 신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뉴시스]

 

몸집 커진 민주당, ‘통합’ 강조…분열 가능성 상승?

친문 당권파인 김태년(4선) 의원이 민주당의 원내사령탑으로 등극했다.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선인 총회에서 전해철·정성호 의원과 함께 경선에 나와 전체 163표 중 과반인 82표를 받아 72표를 받은 전 의원을 꺾었다. 친문 중에서도 친문이라고 불리는 전 의원을 꺾은 김 의원 또한 친문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정책위의장을 맡은 데다 문재인 정부 인수위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인물로 그 또한 친문이다. 원내사령탑을 친문 인사가 꿰차게 되면서 민주당은 이제 친문 일색이 더욱 짙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86그룹 입김도 더욱 강해졌다는 평도 나온다.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이 다수인 의원 모임 ‘더좋은미래’, 재야 운동권 출신이 주축인 ‘민주평화국민연대’가 그의 뒷배가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1기 간부 출신인 김 신임 원내대표의 이력도 한몫 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야말로 유유상종(類類相從)이다.

앞서 김 신임 원내대표는 17대 총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했다. 18대 총선을 제외하고서 4선 반열에 올라 당내 중진 의원이 됐다. 김 신임 원내대표는 이날 당선 소감에서 “통합의 리더십으로 당을 하나로 모을 것”을 강조했다. 이어 김 신임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당선 기자간담회를 통해 “친문과 비문으로 구분하는 것은 우리 당 실정에 맞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김 신임 원내대표는 비례정당을 놓고 여야가 치열하게 눈치싸움 중인 ‘비례정당 원내교섭단체화’에 대해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에서 그런 꼼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면서 경계했다. 19석을 차지한 미래한국당은 원내교섭단체까지 불과 1석만을 남겨 두고 있는 상태다. 미래한국당이 원내교섭단체가 될 경우 여야 1:2 원내 협상 구도가 된다. 정당 국고보조금도 교섭단체끼리 50% 균등 배분해야 한다. 야권에서는 ‘미래한국당·국민의당 연합교섭단체 구성론’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태다.
 

주호영 신임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뉴시스]
주호영 신임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뉴시스]


‘재건’ 노리는 미래통합당…“어려울수록 기본으로”

총선 패배의 여파로 지도부를 모두 잃은 미래통합당은 지난 8일 신임 원내대표에 주호영(5선) 의원이 선출됐다. 정책위의장으로는 3선의 이종배 의원이다. 이들은 재적당선인 84표 가운데 59표를 받았다. 갈팡질팡하던 야권이 점차 지휘체계를 갖춰 가는 모양새다.

경상북도 울진군 출신의 전임 법관이었던 주 신임 원내대표는 한나라당(미래통합당 전신) 원내수석부대표를 비롯해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등을 두루 역임한 인물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초대 특임장관과 대통령비서실 정무특별보좌관, 국회 정보위원회 위원장을 거치면서 ‘합리적’이라는 평을 두루 받는 인물이다.

주 신임 원내대표는 이날 개표 결과가 공개된 후 “우리 당은 바닥까지 왔다. 1~2년 안에 제대로 하지 못하면 재집권할 수 없다. 그야말로 역사에서 사라진다는 절박감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패배의식을 씻는 게 급선무”라며 “고질적인 당내 의사 결정 과정에서 치열하게 토론하고 결정되면 승복하는 풍토부터 만들겠다”라고 밝혔다.

앞서 원내대표 경선 토론회에 참석한 주 신임 원내대표는 “상대가 못하니 국민이 우리 편에 오지 않을까 싶어 평소 준비가 없었다”는 지적과 함께 “국민 눈높이에 맞추지 못한 게 기본 원인으로, 장외투쟁만 떠오르게 했다”고 진단했다.

통합당의 당면 현안은 바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이다. 주 신임 원내대표는 “조기 전당대회와 비대위 가운데 조기 전당대회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에 대해 주 신임 원내대표는 “반성없이 전당대회에 들어가면 분열적인 요소를 안고 들어가는 것”이라며“비대위라면 관리형과 혁신형으로 나뉘는데, 9월 정기 국회에 들어가기 때문에 혁신적 비대위로서 어느 정도 기간을 두는 것이 맞다”는 입장을 밝혔다.

향후 민주당과 맞설 원내 전략 및 협상에 대한 의견도 전했다. 주 신임 원내대표는 “협상은 오로지 철저한 논리와 팩트로 해야 한다. 철저히 사실 관계를 준비하고 협상을 이끌어 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총선에서 프레임으로 작용했던 ‘막말’에 대한 대응 방향도 시사했다. 주 신임 원내대표는 “막말의 경계가 애매한데, 막말 프레임으로 여당에 대한 비판이 무력화되는 것도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이제 향후 정국 방향은 어떻게 될까.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난 8일 오전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21대 국회에서 누가 여야 원내대표를 맡느냐는 것보다도, 의회 정치 지형이 많이 쪼그라든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어 신 교수는 “통합당계는 100석을 간신히 넘겼는데 민주당계는 그 2배에 달하는 200석에 가깝다. 상대적으로 야당이 많이 쪼그라들면서 궁지에 몰린 형국”이라며 “여야 의석수 차이가 매우 크기 때문에 야당은 돌파구를 찾으려고 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투쟁 형태로 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21대 총선 전국 선거구별 당선현황 (개표완료). (그래픽=전진우 기자) [뉴시스]
21대 총선 전국 선거구별 당선현황 (개표완료). (그래픽=전진우 기자)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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