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서울 종로구 국회의원 당선인. [뉴시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서울 종로구 국회의원 당선인. [뉴시스]


[일요서울ㅣ조주형 기자]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화재사고 합동분향소를 찾은 이낙연(전 국무총리) 당선인이 5일 유가족들로부터 원성을 듣고 황급히 분향소를 빠져나갔다. 그가 원성을 들은 이유는 바로 ‘발언’에 이은 ‘태도’ 때문이다. 화재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족에게 “현직에 있지 않다”는 발언으로 ‘무책임한 태도’가 도마 위에 올라 공분을 샀다. 총선도 끝난 시기라 일각에서는 ‘앞뒤가 다르다’는 여론까지 일고 있다.

앞서 지난달 29일 오후 1시30분 경 이천시 모가면 소고리 물류창고 공사장 지하 2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날 사고로 현장 근로자 38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다쳤다. 합동 분향소는 경기도 이천 서희청소년문화센터 체육관에 마련됐다.

이 당선인은 5일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30여명의 유가족들은 이 당선인과의 면담을 위해 대기실에 모여 있었다. 전직 총리 방문에 실질적인 대안을 요구하는 의견도 있었으나 이 당선인은 “현직에 있지 않다”며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게 아니다”라고 응대해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이 당선인의 발언에 대해 유가족들은 “책임 있는 사람이 아님에도 자기가 뭔가 하겠다고 하는 건 맞지 않다”, “매번 오는 사람마다 같은 소리”, “이럴거면 도대체 왜 왔느냐”고 반발했다. 한 유가족은 이 당선인에게 “2008년 이천 물류창고 사고 당시 정부가 사고 방지를 약속했는데 또 발생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당선인은 “저는 국회의원도 아니고 일반 조문객”이라고 응수했다.

“높은 사람들은 왔다 갈 뿐”이라는 유족들의 의견에 대해서는 “장난으로 왔겠는가”라고 대응했다. 이어 “사람 모아놓고 뭐하는 것인가”라는 항의가 이어지자 “제가 모은 게 아니지 않은가”라고 맞받아치기까지 했다. 그러자 유가족들이 “그럼 가시라”고 하자 이 당선인도 “가겠다”고 즉시 답했다. 한 마디도 꺾지 않은 모양새다.

그러자 장제원 미래통합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당선인의 발언 등을 옮기고 “이것이 문재인 정권의 직전 총리이자, 4선 국회의원, 전직 전남도지사, 21대 국회의원 당선자, 차기대통령 선호도 1위이신 분이 가족을 잃고 울부짖는 유가족과 나눈 대화”라며 “머리만 있고 가슴은 없는 정치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장 의원은 “이 전 총리께서 현직 총리 재직 시절 기념식 등에서 보인 눈물을 기억한다”며 “그 눈물은 현직 총리로서 흘린 눈물인가. 눈물도 현직과 전직은 다른가 보다”라고 꼬집었다. 누리꾼들도 이에 가세하면서 비판 여론이 일었다.

결국 이 당선인은 다음 날인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별도 브리핑을 열고 “유가족의 슬픔과 분노를 아프도록 이해한다”라며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다만 이 당선인은 ‘이천 물류창고 화재 유가족을 다시 방문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나중에 생각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이천 물류창고 화재사고 일부 유족들과 나눈 대화가 논란이 되고 있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 비상경제대책본부 간담회에 참석해 측근으로부터 온 문자를 확인하고 있다. 2020.05.06. [뉴시스]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이천 물류창고 화재사고 일부 유족들과 나눈 대화가 논란이 되고 있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 비상경제대책본부 간담회에 참석해 측근으로부터 온 문자를 확인하고 있다. 2020.05.06.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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