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 열풍에 짜파게티 해외 매출 두 배 증가

[뉴시스]

 

[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직접투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기업들의 해외투자는 저임금, 현지 시장진출, 세계 시장에서의 협력 강화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저임금 이라는 요소도 중요하지만 국내 기업들의 해외투자 목적은 ‘저임금 노동력’보다는 ‘현지 시장진출’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입증하듯 지난해 KDB미래전략연구소가 발표한 ‘최근 제조업의 해외 진출 트렌드와 영향’의 해외투자 목적별 신고금액 비중을 살펴보면 ‘현지 시장진출’ 목적 투자 비중은 2012년 35.6%에서 2018년 65.5%까지 증가했다. 반면 동기간 ‘저임금 활용’을 위한 투자의 경우 13%에서 6.6%로 감소했다. 이는 낮은 생산단가 대신 수요자에 대한 시장 접근성을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국내에서 생산한 제품을 수출하는 것보다 해외생산체제를 구축해 현지 매출을 확대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 현지 생산을 확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요서울은 해외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위상을 높이며 활약하는 기업들을 살펴봤다. 이번 호는 봉준호 감독 작품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쓸면서 덩달아 ‘기생충’ 특수를 누리고 있는 농심에 대해 알아본다.

특설매대 ‘로드쇼’ 운영… 공격적 마케팅으로 현지 시장 공략

美 제2공장 설립, 투입 금액 총 2억 달러… 창립 이래 최대

전 세계에 영화 ‘기생충’ 열풍이 불면서 농심도 기생충 특수를 누리고 있다. 기생충에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가 등장하면서 국내는 물론 해외소비자들 사이에서 짜파구리를 만든 후 인증샷을 올리는 것이 유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농심은 올해 2월 짜파게티의 해외 매출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150만 달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짜파게티를 판매하지 않던 나라에서도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최근 수출이 없던 칠레와 바레인, 팔라우, 수단 등의 나라에서 짜파게티 수입을 요청하면서 올해 짜파게티 수출국은 70여 개국으로 늘어났다. 농심은 기생충이 아카데미 수상 한 후 ‘짜파구리 레시피’를 11개 언어로 소개하는 영상을 유튜브 채널에 올렸다. 1984년 출시한 짜파게티는 2010년 처음으로 연매출 1000억 원을 달성했고, 10년 만에 2000억 원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 짜파게티는 전년보다 약 23% 성장한 1850억 원의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라면 업계 최초 해외시장 진출

농심은 국내 상위 라면기업 중 가장 먼저 해외진출에 나선 기업이다. 1971년 미국 시장에 처음으로 라면을 수출 후 해외시장에 첫 발을 내디뎠다. 1994년에는 미국에 최초 법인을 설립해 본격적인 해외사업에 들어갔다. 현재는 미국 LA를 비롯해 중국과 베트남 호주 등으로 영역을 확대해 현지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농심은 지난해 9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코로나(corona)에 미국 제2공장을 설립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올해 초 공사를 시작한다고 계획을 밝혔지만,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으로 아직 첫 삽을 뜨지 못하고 있다. 제2공장 규모는 14만4000㎡(4만6500평)로 기존 공장 3배에 달한다. 공장 건설에 투입되는 금액은 총 2억 달러(2447여억 원)로 농심 창립 이래 최대 규모다.

앞서 농심은 미국에서 소비되는 라면 대부분을 미국 캘리포니아주 LA공장에서 생산했다. 2005년에 설립된 이 공장은 해외에서 생산이 불가능한 건면과 우동류를 제외한 라면 대부분을 생산한다. 특히 미국 내 농심 라면 수요는 한류 열풍을 타면서 매년 10%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LA공장 가동률은 75.7%로 국내 공장 평균인 60%보다 높았다. 이에 농심은 라면 생산량이 전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자 제2공장 설립 필요성을 제기했다. 제 2공장의 경우 유탕면 생산설비만 있는 기존 공장과 달리 건면과 생면의 생산능력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주목할 점은 농심이 해외에 건면과 생면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총 4개의 라인이 설치된다. 제2공장에서는 건강과 프리미엄 가치를 앞세운 제품 라면과, 건면 생면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미국 현지에서 건강식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것에 따른 선택이다.

미국 전역에 유통망 구축

농심은 지난 2017년 업계 최초로 미국 전역 월마트 4000여 점포에 신라면을 공급하고 코스트코(Costco), 크로거(Kroger) 등 현지 대형 마켓으로 판매를 확대하면서, 미국 내 주류시장이라고 불리는 메인스트림(mainstream) 매출이 34% 급증했다. 이 덕분에 2018년 농심의 미국 메인스트림 매출은 아시안 매출을 사상 처음으로 앞질렀다. 이러한 매출 효과에는 농심의 공격적인 마케팅도 한몫했다. 주류시장 선점에 성공하면 자연스럽게 인근 지역까지 제품 판매가 확대된다는 점을 전략으로 내세웠고 이를 실행했다. 농심은 그동안 현지 대형유통업체를 중심으로 ‘로드쇼(road show)’라는 특설 매대를 운영하고 다양한 시식행사를 펼치는 등의 마케팅을 추진하면서 현지 시장 공략에 결국 성공했다.

세계 최고 유통 기업이 신라면을 선택했다는 점은 신라면의 가장 큰 경쟁력이 됐다. 실제로 신라면은 미 국방부와 국회의사당 등 주요 정부기관 매점에 라면 최초로 입점됐으며, ‘신라면블랙’은 미국 시애틀에 위치한 아마존의 세계 최초 무인 매장인 ‘아마존고(Amazon go)’에서 봉지라면으로는 유일하게 판매되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10여 년간 서부 및 교포시장을 중심으로 판매망을 넓혀 왔다면, 지금은 동부 대도시를 비롯해 북부 알래스카, 태평양 하와이까지 미국 전역에 유통망을 구축했다”며 “신라면은 이제 한인 사회를 넘어 미국 소비자들이 먼저 알고 사 가는 글로벌 제품 대열에 올랐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박준 농심 대표는 올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해외시장 공략에 집중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박 대표는 ‘제56기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해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며 “올해는 라면, 스낵, 생수 등 주력 제품의 매출과 수익을 제고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외사업 가속화를 위한 글로벌 네트워크와 인프라를 안정적으로 구축하고, 차별화된 신기술 개발과 기존 사업을 탈피한 신 성장 동력 확보 등의 미래사업 개척에 주력할 것”이라며 “올해는 양적 성장의 한계에서 벗어나 고객 신뢰를 바탕으로 질적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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