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베인 교수 “부정 징후 발견됐다”면서도 “확실한 증거 될 수 없다”

4.15 총선 사전 투표일 첫날인 지난달 10일 유권자가 투표용지를 챙기고 있다. [뉴시스]
4.15 총선 사전 투표일 첫날인 지난달 10일 유권자가 투표용지를 챙기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4.15 총선 부정 논란이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최근 미국 미시간대학교 정치학과 소속 월터 미베인(Walter R. Mebane, Jr.) 교수가 관련 의혹을 주제로 낸 논문 형식의 통계 보고서가 기름을 부은 모양새다. 미베인 교수는 지난 2019년 볼리비아 총선에서 일어난 부정행위를 분석해 낸 것으로 알려진다. 미베인 교수의 보고서의 내용이 사회관계망서비스(이하 SNS)에서 확산하면서 투표조작 의혹이 확산하고 있다. 일요서울은 미베인 교수의 보고서를 살펴봤다.

일부 보수층, “세계적 석학이 밝혀 낸 논문추켜세워···투표 조작 의혹 확산

미베인 교수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각) ‘2020년 한국 총선에서의 부정’을 주제로 낸 보고서에서 “여기에 보고된 것과 같은 통계적인 사실은 추가적인 정보와 발생된 사실에 대한 추가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통계 결과만으로는 선거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확실한 증거가 될 수 없다”면서도 “e포렌식에서 보인 통계 모델은 일부 선거 결과가 변경되도록 선거에서 부정한 투표가 발견된 증거를 보여주고 있다. 통계 모델은 한 정당이 상대 진영의 표를 훔치거나 기권 표를 조합해 가공하는 방식으로 표를 얻게 될 때 사기가 발생된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사전투표서

부정행위 가장 많아”

미베인 교수는 해당 보고서에서 사용한 분석 모델을 ‘e포렌식 모델’이라고 부른다. 그는 보고서에서 ‘더불어민주당에 초점을 맞춘 관측법’과 ‘지역구별 최다득표 정당에 초점을 맞춘 관측법’으로 분석을 나눴다.

미베인 교수는 ‘더불어민주당에 초점을 맞춘 관측법’에서 사전투표의 43.1%에서 부정행위가 발견됐고, 지역구 당일 투표에서는 3.14%가 발견됐다고 분석했다.

또 ‘지역구별 최다득표 정당에 초점을 맞춘 관측법’에서는 사전투표의 22.6%가 부정행위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역구 당일투표에서는 0.92%가 부정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사전투표에서 가장 많은 부정적 징후가 포착됐다고 강조했다.

미베인 교수의 보고서가 발표되면서 일부 보수층에서는 선거부정 의혹이 명확하게 규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사회정의를바라는전국교수모임’은 지난달 30일 “부정선거 의혹은 ‘국민주권의 원칙’에 근거해 신속하고 명백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보수 유튜버들도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세계적 석학이 4.15 총선 부정을 밝혀낸 논문을 썼다고 주장하며 부정투표 분석의 핵심이라고 추켜세웠다.

가로세로연구소 김용호 전 스포츠월드 기자는 최근 자신의 유튜브 커뮤니티에서 “미베인 교수님은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형태의 조작값이 나왔다’고 BEXUS 유튜브 채널과의 인터뷰에서 생각을 밝혔다. 본인의 정치적인 견해와는 상관없이 학자로서 매우 흥미로운 케이스라서 동료 학자들과 함께 연구해 볼 계획이라고 한다”면서 “더불어 Brownstein 같은 해외 법무법인에서도 이 사건에 관심이 있다고 해서 공식적인 작업을 의뢰할 것을 지금 검토하고 있다. 언젠가 진실은 밝혀진다”고 적었다.

국내 전문가들

“잘못됐다”

그러나 국내 전문가들은 미베인 교수 분석 중 잘못된 부분이 많다고 지적한다. 보고서는 지역구별 사전투표율이 95~100%로 분석했는데, 이는 사전투표율이 아니라 사전투표 중 사표를 뺀 비율일 뿐이라는 것이다. 총선 전국 평균 사전투표율이 26.69%였기 때문이다.

또 전문가들은 미베인 교수가 스스로 유권자들의 전략적 투표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분석 결과가가 잘못됐을 가능성을 보고서에 써 둔 점에도 주목하는 상황.

이 밖에도 미베인 교수의 보고서는 요청을 받고 쓴 것으로 알려졌다. 학술지 등에 실린 논문도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의뢰자는 투표 조작 의혹을 제기해 온 일본 대학 소속 한인 교수다. 미베인 교수의 글은 한국 투표 결과를 분석해 달라는 요청에 답한 결과 보고서인 셈이다.

미베인 교수는 여러 언론을 통해 개표 조작 의혹에 대해서 “보고서 내용 외에 더는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유권자가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뽑을 확률이 정규분포에 수렴할 것’이라는 가정에 따라 4.15 총선 투‧개표 결과의 패턴을 분석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박원호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최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자료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으면서 섣부른 분석을 진행하고 결과를 쓴 미베인 교수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국내 관행을 무시한 분석이라는 것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경영학)도 “인풋 데이터 오해에서 비롯된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가 나온 결과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지적이 잇따르자 미베인 교수는 “이 정도 크기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있어서, 초기에 어떤 사전확률값을 지정해 주는지는 결과값에 큰 차이를 발생시키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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