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한 교수
신용한 교수

언택트(untact, 비대면, 비접촉), 리쇼어링(reshoring, 제조업체의 국내 귀환) 및 뉴 노멀(new normal,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표준) 등. 기존에 익숙하지 않은 단어들이 자고 나면 일상이 되는 급변 시대다.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일상 속 변화의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

최근 산업계에서는 코로나發 세계 공급망의 불확실성 증가로 ‘리쇼어링’이 주목받고 있다. 노동개혁과 제조업 중심의 산업체 귀환 정책으로 독일병을 치유한 앙겔라 메르켈 수상이나 강력한 노동시장 개혁과 정치혁명으로 프랑스병을 치유하고 프랑스를 재도약의 길로 이끌어 가는 마크롱 대통령의 사례에서 자주 언급되던 리쇼어링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한민국 산업계에도 화두로 크게 떠오른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무역과 투자의 주요 상대국들이 국경 봉쇄를 지속하면서 해외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의 고전이 이어지고 있다. 넓은 소비시장과 저임금 노동력을 찾아 해외로 진출한 수출 기업들의 취약점이 ‘코로나19’ 여파로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전례 없는 글로벌 경제 상황에 따라 대기업과 그 협력업체를 중심으로 꾸려지는 제조업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해서 대기업을 국내로 돌아오게 하는 과감한 정책 전환 및 노동계의 협조와 사회적 인식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 되었다. 

효성그룹은 1조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며 안착했던 베트남 아라미드 생산라인 건설 계획을 울산 공장으로 유턴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장기 관점에서 리쇼어링이 해외 진출보다 불리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완벽한 리쇼어링 사례는 아니지만 SK하이닉스가 용인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기로 한 것도 좋은 사례이다. 이는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가 핵심 역할을 했지만 무엇보다도 기존 설비와의 시너지 효과, 우수 인재 확보, 기술 보안 등까지 고려하면 대한민국 수도권이 최적지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라는 신조어는 많은 시사점을 함축하고 있다. 교과서처럼 여겨지던 재고를 최소화하는 적시생산(just in time) 전략보다는 재고를 비축하는 비상대비(just in case) 전략이 코로나 이후 더 중요시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가치사슬의 약화와 함께 유례없는 세계무역의 둔화를 겪고 있다.

또한, 미국과 중국의 글로벌 리더십 약화와 긴장관계에 따른 거버넌스의 변화도 매우 긴박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즉, 쓰나미처럼 덮친 코로나 사태 이후, 어느 나라가 더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선진국, 개발도상국 할 것 없이 모두 혼란에 빠진 상태에서는 전통적 방식에 따른 선진국의 원조 제공이나 정책 방향 제시 등의 글로벌 리더십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 오죽하면 기존의 ‘G7’이나 ‘G2’ 이 아니라 ‘G0’라고 부를 정도겠는가.

한때 미래 비즈니스 모델로 추앙받던 ‘공유경제’ 모델도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우버, 에어비앤비, 위워크 등도 매출 감소에 따른 대량 해고 등의 위험에 처해 있다. 그런데, 비단 산업에 있어서만 BC와 AC가 적용되는 게 아니다. 우리의 일상 자체가 완전히 바뀌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언택트 문화 확산 여파로 사회적 고립감도 커지고 생활문화 자체가 바뀌고 있다. 언택트 문화는 '디지털 컨택' 문화로 바뀌고 있다.

이런 전 세계적인 위기와 불확실성이 만연한 전환기에는 경제적 복원력을 높이는 것이 향후 지속적인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척도가 될 것임은 자명하다. 즉, 격변기에 우리가 택한 전략이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대한민국의 위상과 미래의 명운을 좌우할 것이다. 당연히 우리가 처한 상황의 냉엄함을 인식하고 최악의 상황을 전제로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급변 상황에 반 발짝 앞서 대처해야 할 우리 정치권은 어떠한가. 총선 패배의 악몽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진영은 시대 흐름을 완전히 놓친 느낌이고, 거대 여당은 단기적인 수당 등의 임시방편을 넘어서서 뉴 노멀에 맞는 근본 처방 제시는 요원한 듯하다. 그 누구도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 당신은 감당할 준비가 되셨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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