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숨죽인 국내 항공 업계

대한항공 항공기가 승객 탑승 전 점검을 하고 있다. [이창환 기자]
대한항공 항공기가 승객 탑승 전 점검을 하고 있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코로나19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한 국내 항공업계가 유례 없는 위기를 겪으면서 유동성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지원에 목말라 하는 가운데 산업은행으로부터 단비 같은 2조9000억 원의 지원금이 예정됐다. 대한항공에 1조2000억 원, 아시아나항공에 1조7000억 원이다. 이런 가운데 세계 최대의 항공기 제조업체인 보잉사가 지난해 737맥스 기종의 운항 중단에 따른 위기에 이어 코로나19 상황에 직면하면서 250억 달러(약 30조5000억 원)의 사채 발행에 들어갔다. 

 

보잉사, 15만 명 직원 ‘명예퇴직’ 등 10% 인원 감축
에어버스, 9200여명 직원 해고 및 무급 휴직 돌입

 

항공업계가 5월 중순 올해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긴장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1분기 2000억 원 수준의 영업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도 3000억 원 규모의 영업 손실이 예측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이를 뛰어넘는 손실이 발표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저비용항공사(LCC)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코로나19의 확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던 2월 말을 기점으로 해외 각국에서 한국으로의 여행금지와 한국인의 입국금지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국제선이 사실상 중단된 상황이다. 

아울러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빠져 정부의 지원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지난달 29일 기업지원 방안을 발표하면서 한 가닥 희망이 보이는 듯 했다. 이것도 잠시. 

지난 2일 미국 기업들이 사상최대의 경영 위기에 이르면서, 지난달 전년 동월 대비 3.5배를 넘어서는 2294억 달러(약 280조 원)의 사채를 발행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항공기 제조기업 보잉사도 한화로 30조 원이 넘는 사채를 발행해 겨우 유동성 위기를 모면하는 상황에 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보잉은 유동성의 빠른 확보를 위해 정부 지원을 기다리지 못하고 10년 만기 미국채에 대한 가산금리를 4.5%로 설정했다. 

아울러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항공사업 부문인 GE에이비에이션이 직원 1만3000명 연내 감원을 결정했다.데이비드 조이스 최고경영자는 이날 “지난 3~4월간 힘겨운 비용 절감 조치로 대응해 왔으나, 상용 항공기 시장 현실에 맞춰 더 많은 조치가 필요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에어버스도 상황이 어렵기는 매 한가지다. 에어버스는 지난달 영국과 프랑스에서 6000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영국 본사에 있는 직원 3200명을 대상으로 무급휴직에 들어갔다. 

15만명의 직원을 보유하고 있는 보잉사는 인력 10% 감원을 결정하고 이미 지난달부터 명예퇴직 신청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또 직원들의 임금을 출자로 전환해 주식을 사라는 요구까지 한 것으로 전해진다. 더욱이 보잉사 내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들이 발생했다는 후문이다. 

임차 항공기 200여대, 보잉·에어버스 눈치만

국내 항공업계는 별다른 반응을 내놓고 있지 않지만 내부적으로는 보잉이나 에어버스사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는 풀이가 나온다. 대한항공이 에어버스나 보잉사로부터 임구 또는 임차해서 운용하고 있는 항공기는 전체 180여대 가운데 무려 107대에 이른다. 이 중에는 여객 항공기와 화물기도 포함된다. 

아시아나항공도 총 84대의 보유 항공기 가운데 9대를 제외한 75대의 항공기가 에어버스나 보잉사로부터 임구 또는 임차해서 쓰고 있는 항공기다. 국내 LCC들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주로 쓰는 항공기인 B737 기종은 모두 보잉사로부터 리스해 사용하고 있다. 즉 항공기 제조사에 월세를 내고 사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달 대한항공을 비롯한 국내 항공사들은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면서 정부로부터 항공기 제조사에 대한 운용리스의 지급 보증을 요청한 바 있으나, 정부는 깊은 고민 끝에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국내 상황만을 보면서 지급 보증에 대한 여부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지금처럼 미국이 코로나19 최대 위기 국가로 떠오르면서 보잉사나 에어버스사들이 내부적으로 유동성 위기에 처한 상태라면 지급보증은 힘들 것”이라며 “일단은 상황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보잉사나 에어버스는 코로나19에 따른 항공기 발주도 없는 상황에 어려운 경영 상황에 대한 타개책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자신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리스 비용 지급 시일을 연기해 줄 리는 만무하다. 

즉 국내 항공업계가 정부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난제에 다다를 수도 있다는 예측이 가능한 부분이다. 지금 당장은 국내에서의 유동성 상황을 해결하고 점차적인 운영 노선을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지만, 절대적인 영업 적자 분위기에서 항공기 제조업체의 리스 비용 조기 수거 요청이라도 오는 날에는 발등에 불이 떨어지게 된다.

이미 지난해 7월 일본과의 무역 분쟁으로 불거진 일본불매 운동과 함께 같은 달 본격적으로 진행된 홍콩의 대규모 시위 사태에 따른 항공기 노선 및 운항 감소의 타격이 올해까지 이어지게 될 것은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지난해 연말을 지나면서 살아나는 항공 산업의 기류에 힘입어 지난 3월 플라이강원과 에어로케이, 에어프레미아 등 신규 저비용항공사들이 새로 날개를 달았으나 시작과 동시에 코로나19 난국에 빠진 상황이다. 

정부가 긴급 타개책으로 40조 원의 자금을 마련하면서 대형항공사를 기준으로 약 3조 원에 달하는 지원금을 내놓는 결단을 내렸지만, 당장 국내 항공업계는 글로벌 항공 부품업계도 문을 닫는 상황에 보잉사와 에어버스 등 항공기 제조업체의 향방을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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