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교회가 교인들에게 인분 섭취를 강요하는 등 엽기적인 훈련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 교회 피해 제보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이 겪은 훈련 내용에 대해 털어놨다. [뉴시스]
빛과진리교회가 교인들에게 인분 섭취를 강요하는 등 엽기적인 훈련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 교회 피해 제보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이 겪은 훈련 내용에 대해 털어놨다.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신앙 훈련’을 목적으로 인분 섭취 등을 강요했다는 의혹을 받는 빛과진리교회에 대해 경찰의 압수수색이 진행된 가운데, 교회 측은 관련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해 진실공방이 가열될 전망이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12일 오전 8시30분부터 약 4시간동안 빛과진리교회와 숙소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경찰은 이날 압수수색에서 신도 학대 논란이 불거진 빛과진리교회의 ‘리더십 훈련’ 관련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압수 자료 분석을 마치는 대로 피고소인 조사 등 수사 절차를 밟을 방침이다.

앞서 빛과진리교회의 한 신도는 지난 2018년 10월 신앙 훈련 명목으로 ‘잠 안 자고 버티기’ 훈련을 받다가 뇌출혈로 쓰러져 1급 장애 판정을 받았다며 교회 관계자들을 업무상 과실치상, 강요, 사기 등 혐의로 고소한 바 있다.

또 전직 신도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빛과진리교회가 평소 리더십을 기르는 훈련이라며 인분 먹기, 불가마에서 견디기, 돌아가며 매 맞기 등 엽기적인 행위를 요구했다고 폭로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해당 교회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상처받은 모든 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면서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진실을 밝히겠다”는 입장을 낸 바 있다.

그러나 돌연 빛과진리교회 측에서는 여러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며 소명 자료를 보내왔다.

비상식적이고 가혹적인 리더십 훈련을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교회 측은 “리더십 프로그램은 성경(고린도후서)에 근거해 사도바울의 고난을 간접적으로 체험해보자는 취지”라며 “자신의 약점이나 단점을 보완하고 자신을 한층 업그레이드하며 성장시키는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프로그램 내용은 100% 참여자가 스스로 계획한다.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강도로 리더십 코스를 자발적으로 계획하고 진행한다. 그 과정에서 강제성은 없다”며 “리더십 코스는 본인의 의사에 따라 얼마든지 훈련을 중도에 그만둘 수 있다. 프로그램 진행 결과는 스스로 평가하고, 원하는 경우 담당 리더에게 알리기도 한다”고 밝혔다.

교회 측은 리더십 코스 담당 리더는 필요한 경우에 한해 일부에게 조언을 하거나 무분별한 계획을 자제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담당 리더는 훈련 내용에 대해 관여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지원자는 리더의 조언을 그대로 따를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인분을 강제로 먹였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담당 리더가 참여자의 동기를 자극하는 과정에서 직설적으로 표현한 말을 본래 의도와는 다르게 와전시켰다”면서 “리더가 되기를 원하는 참여자들 사이에서 경쟁을 부추기거나, 담당 리더의 지시를 무조건 따라야만 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전반적으로 각자가 세운 계획을 가지고 신나고 재미있게 훈련한다”고 해명했다.

교회 측은 참여자들이 진행한 사례로 ▲서대문 형무소 1인 감옥체험 장소에서 15분 있기(갇힘) ▲일주일 동안 돈 쓰지 않기(궁핍) ▲외국어로 성경 30구절 외우기(지식) ▲매일 아침 세안하고 저녁에 샤워하고 자기(깨끗함) 등을 들었다.

독특한 직분체계를 가졌다는 내용에 대해 교회 측은 “빛과진리교회는 대한예수교장로교 합동 측으로서 집사, 권사, 잘로 등 일반 장로교회와 다름없는 직분체계를 지닌다”고 밝혔다.

교회 측은 이 밖에도 ▲목사 또는 리더의 말에 무조건 복종하도록 세뇌시킴 ▲쓰러진 성도에 대해 응급 처치를 제대로 하지 않음 등의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빛과진리교회는 “현재 빛과진리교회 성도 2000~3000여 명은 자발적인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빛과진리교회를 지켜주세요’라고 외치며 교회 홈페이지 게시판에 탄원서를 올리고 있다. 성도 한 명 한 명의 목소리가 현재 언론에서 보도되고 있는 내용이 전혀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거짓보도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교회 측이 여러 의혹을 일축하면서 경찰 수사에 대해 이목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한편 예장합동 총회장 김종준 목사(꽃동산교회)는 이번 사태에 대해 “빛과진리교회 사태와 관련해 공교단의 교단장으로서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하루 속히 진상이 규명되고 적법하게 처리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면서 “최근 본 교단 소속 ‘빛과진리교회’와 관련한 일련의 언론보도를 접하면서 총회장으로서 당혹감과 죄송함을 감출 수 없다. 언론보도들이 일부 과장된 면도 없지 않으나, 사회적으로 큰 물의가 되고 있다는 점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교회법상 교회와 목회자에 대한 행정권과 사법권은 소속 노회에 있기 때문에 해당 노회에 조속한 사실 확인과 처리를 지시했다. 해당 노회 역시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면서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 교단이 교회의 거룩성과 신뢰를 회복하고, 나눔, 평화, 통일에 기여하는 공교단으로 다시 세워지도록 지속적인 기도와 질책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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