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와 인간] 저자 이낙원 / 출판사 글항아리

[일요서울 | 김정아 기자] 바이러스는 숙주를 찾아 기생하며 폭발적인 자기분열로 인간을 위협한다. 이번에 전 지구를 뒤덮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침투는 감염이 일상이 된 시대를 견뎌야 하는 참혹한 삶을 살아가게 만들었다. 이에 생사를 넘나드는 현장속에 뛰어든 의사가 코로나19발생 이후 써내려 간 병원의 기록을 담은 한 권의 책이 출간됐다. 

저자 이낙원의 신간 ‘바이러스와 인간’ 에서는 코로나19 현장에서 직접 싸우며 바이러스 확산에 대응하며 벌어지는 자신의 생각을 차분히 담고, 고된 업무에 따른 인간적인 갈등과 바이러스 실체를 파악하기 위한 필사적인 행동강령, 일상에서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행동 등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독자에게 알렸다.

책에서는 2020년 1월 29일부터 3월 27일까지 써내려 간 총 40편의 일기형식으로 되어있다. 총 3부로 이뤄진 책의 1부에서는 의료현장에서 지낸 혹독한 하루의 현장을 날것 그대로 독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2부에서는 바이러스에 대한 생물학적 지식과 질병의 이해를 돕는 본격적인 지식을 쏟아냈다. 항원·항체 수용체나 감염 발생기전, 전염병의 열쇠로 바이러스의 구조적인 매커니즘을 알기 쉽게 설명했다. 3부에서는 사이토카인과 사회라는 주제로 일종의 과학 에세이라 볼 수 있는데 감염병의 출현에 대응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과 미생물의 침입에 대응하는 인체의 면역반응을 비교했다. 

저자는 “생각보다 여러 가지 유사한 점들을 보게 됐다. 이러한 관점에서 몸과 질병, 사회의 모습을 유기적으로 연결고리를 지어봤다. 근무했던 인천 지역은 감염증이 심각한 곳은 아니었기 때문에 일기에서는 생사를 넘나드는 환자를 치료하며 사투를 벌인 긴장감보다는 코로나의 일상적인 의료 현장을 담는 데 초점을 두었다.  특히 전국적으로 549곳이 운영되고 있는 선별진료소가 어떤 매커니즘으로 운영되는지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다” 고 전했다. 

저자의 경우 의심 환자와 접촉하고 격리 및 반응에 빈감한 사투를 벌이면서 바이러스의 실체에 대해 더 파고 들었다. 증상자들의 삶을 자신의 삶처럼 동일시해  사태를 심도있게 지켜봤고 이러한 갑작스런 상황을 과학적으로 접근했다. 

또한 저자는 지난 몇 년간 의학적 관점에서 미생물과 바이러스에 관심을 갖고 글을 써 왔다. 특히 2부에서 자신이 키우는 앵무새의 부리(항원)를 통해 항원과 항원수용체의 개념, 돌연변이의 발생과 그것을 막기 위한 면역계의 대응과정을 그림으로 자세하게 설명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외모지상주의’ 가 어떻게 바이러스와 연관되는지 설명한 부분은 흥미롭다. 외부 항원이 들어왔을때 면역계와 림프구, 백혈구 등 몸속 세포가 전쟁에 나선 병사처럼 일사불란하게 정보를 주고 받으며 대응하는 과정을 그려내기도 했다. 

이 외에도 호흡기 구조의 해부도를 통해 인간이 감염병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생물학적 특징을 짚어준다. 여기서 인간의 몸 중 유일하게 외부에 열려 있는 호흡기계와 소화기계의 특징을 통해 인류를 위협한 전염병의 경로를 정리해 내기도 했다. 

저자는 “인간이 달에 도착하기 위해 투자한 지적, 물적 노력을 생각해 본다면,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도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합리적으로 추론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바이러스도 중력의 지배를 받기 때문이다. 미생물이 우리 몸에 침범해 병을 일으키고 사망에 이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이토카인 스톰에 대해서 바이러스에 대한 사회의 대응이 진행되어가는 과정과 나란히 놓고 다룬 부분은 이 책의 백미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강원도 원주 태생인 저자는 공기 안에 들어 있는 무언가가 호흡하는 모든 것을 특별한 존재로 만든다고 믿어 왔다. 30대 초반에 호흡기내과 의사가 되었고 연세대학교 원주 세브란스병원에서 내과와 호흡기 분과를 연마했다.  

저서로는 생물학적인 몸의 경이로운 신비를 다룬 ‘몸 묵상’, 죽음을 앞둔 환자와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우리는 영원하지 않아서’, 할머니의 삶을 통해 삶과 죽음 의미를 고찰한 성장 에세이 ‘별, 할머니, 미생물, 그리고 사랑’이 있다.

이 책과 동시에 읽을 만한 책으로는 ‘감염도시’, ‘로망으로 남기지 마, 수영!’ ‘그래도 괜찮아’ 등이 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