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씨, 여야 정치인‧고위 공직자 친분 과시…조폭 동원 협박까지”

[그래픽=뉴시스]
[그래픽=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최근 경기도에 위치한 유치원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기도 내 사립유치원 이사장‧설립자이자 목사인 K씨의 행태를 고발한 유치원 운영진의 SOS 문자를 받은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파주시갑)이 해당 문자를 고스란히 K씨에게 전달했기 때문이다. 사실 K씨가 운영하는 경기도 내 4개 사립유치원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2014~2015년 경기도교육청 감사에서 회계비리가 적발되기도 했으며, K씨는 교육청 감사관에게 금괴를 보낸 일명 ‘골드바 사건’과 또 다른 감사 담당자에게 5억 원 상당의 거액을 건네려던 일 등이 문제가 돼 지난해 5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다. 당초 금괴를 전달하려는 의혹을 받았으나 검찰 조사 결과 배달하려던 물품은 금괴가 아닌 금이 섞인 감사패로 확인됐다. 검찰은 이 감사패를 교육청 감사 무마 대가의 뇌물로 판단해 지난해 3월 K씨를 구속했다. 또 K씨는 사립학교법 위반, 사기, 횡령 등 혐의로 시민단체 등에게 고발당했지만 검찰은 K씨가 지닌 혐의에 대해 모두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결정을 내려 파문이 일기도 했다. 일요서울은 K씨의 여러 비리에 대해 낱낱이 알고 있는 사립유치원 운영진 중 한 명인 A씨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윤후덕 의원, 두 번이나 K씨에 정보 흘려···경기도교육청은 2년간 움직임

A씨는 유치원 운영진과 교사들이 K씨에게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해 왔다고 밝혔다. 운영진은 K씨가 요구하는 여러 비리 이행을 거부하고, K씨가 계속해서 교육청 감사를 거부하자 감사를 받게 하려는 취지에서 교육청에 관련 서류를 전달했다. 그러자 K씨는 운영진을 내쫓고 교사들에 대해 직위해제 처리를 하는 등 보복성 조치를 이어갔다고 한다.

또 운영진은 이러한 내용에 대해 윤후덕 국회의원에게 호소하는 문자를 보냈으나, 윤 의원 측은 해당 문자를 K씨에게 고스란히 전달했다. K씨는 해당 문자를 운영진에게 직접 보이면서 화를 냈다고 한다. 윤 의원은 지난 2013년 ‘공익신고자 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던 인물이다. 공익신고자에 대한 보호 강화를 주장하고, 개정안을 발의했던 장본인이 정작 공익신고 성격의 문자 내용을 받고 상대 측에게 전달한 셈이다.

운영진 중 한 명은 조폭에게 협박까지 받았다고 한다. 자신들이 ‘OOO파’ 두목과 부두목이라고 밝힌 2명은 K씨의 측근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들은 K씨가 목사로 있는 교회의 집사다.

이 밖에도 운영진은 K씨가 평소 여야 정치인을 비롯, 고위 공직자 이름을 들먹이며 친분을 과시했다고 한다. 최근까지 벌어진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K씨가 들먹였던 이들의 힘이 실제로 작용한 것 같다고 A씨는 설명했다. 일요서울은 K씨와 관련한 여러 비리 내용을 A씨에게 들어봤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평소 K씨가 유치원 운영진에게 정치인‧고위 공직자와의 친분을 과시했나.

▲ K씨는 ‘유은혜 (교육부)장관 (겸 사회부총리) 밑에 있는 인물이 내 동생이고, 감사원의 세 번째로 높은 사람이 내 동생이고, 우리 교회 세무사의 딸과 사위가 의정부지검 검사’라면서 황우여(전 교육부장관 겸 사회부총리), 이재삼(경기도교육청 감사관), 교육청 관계자 등의 이름도 들먹이며 우리(유치원 운영진)를 어떻게 하겠다는 소리를 해댔다. 이 사람들의 힘이 작용해서인지 경기도교육청은 2년 동안 맨날 ‘검토하고 있다’는 소리만 한다. 왜 광주교육청 같은 곳처럼 강력한 행정조치를 안 하는지 모르겠다.

- K씨와 유치원 관계자들의 갈등은 언제부터 시작됐나.

▲ K씨가 운영하는(총 4곳) 한 유치원의 운영진은 지난 2018년 5월 취업했으나 11월에 사표를 쓰려고 했다. 그러나 당시 K씨가 교육청 감사 거부를 해서 해임이 안 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운영진은 어쩔 수 없이 계속 근무를 하고 있었다. K씨가 지난해 5월 뇌물공여 의사표시 혐의로 구치소에 갔다가 집행유예로 나오자, 그때부터 운영진을 내보내려고 하더라. 교육청 감사 결과도 나오고, 본인이 구속도 되고 했으니 지역에 소문이 났을 것 아닌가. 이 때문에 아이 60~70명이 그 전 해에 비해 덜 모집돼, 우회적으로 운영진 월급을 깎아 버렸다. K씨가 운영진에게 ‘그 정도로 하면 다른 사람들은 스스로 사표를 쓰는데 너는 안 쓰냐’고 얘기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사표를 써도 해임이 안 되는 상황이니까 운영진은 K씨에게 ‘감사를 받는 게 낫다’고 설명했지만 구박만 받았다.

2020년에 유치원 3법이 통과되고 지난 3월부터 사립유치원에서도 에듀파인(국가관리 회계시스템)을 의무로 사용해야 했다. 근데 운영진의 에듀파인 공인인증서를 K씨의 딸에게 주라고 K씨가 유치원에 지시했다고 한다. 다른 세 군데 유치원 운영진은 공인인증서를 넘겼으나 해당 운영진은 넘기지 않았다. 그랬더니 행정실 직원이 공인인증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운영진 몰래 넘겨버렸다. 이 때문에 운영진은 공인인증서 비밀번호를 바꿨다고 한다. 이후 K씨는 해당 유치원 운영진과 교사들을 내쫓고, 유치원 앞에 용역을 세우기도 했다.

운영진은 유치원에도 못 들어가고, K씨가 감사 거부를 지속하자 감사를 받게 하려는 취지에서 교육청에 관련 서류를 갖다 줬다. 다른 교육청들은 감사를 거부한 유치원에 재정지원을 안 해 준다. 이로 인해 유치원 원장(광주 지역)들이 소송을 했지만 패소하기도 했다. 운영진은 K씨의 유치원 관할 교육청에 ‘2년 동안 감사를 거부하는데 행정조치를 하나도 안 내렸는지’, ‘감사 결과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데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았는지’ 등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아무 움직임도 없었다.

- 조폭을 동원했나.

▲ 과거에 K씨는 운영진에게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고 한다. OOO파 두목, 부두목 등이 자기가 어려웠을 때 도움을 줬다는 것이다. K씨는 그러면서 ‘근데 걔네들 엄청 무섭다. 그런 사람들하고 가까이 하면 안 되는데 그 사람들을 버릴 수 없다’고 운영진에게 속내를 얘기했다더라. 또 이들이 자신의 뒤를 봐주면서 ‘마약 던지기’라는 것도 했다고 K씨는 운영진에게 설명했다. 부두목은 K씨의 운전기사 겸 비서처럼 데리고 다니는 사람이다. 두목은 15년형을 받고 나와 현재 외국에 있다고 한다. 이런 사태가 나니까 조폭들은 운영진에게 ‘인생 그렇게 살지 말아라’, ‘인생 굉장히 피곤하게 사는데 더 피곤해지실 것 같다’, ‘코로나만 아니면 한국으로 들어갔다’ 등 우회적으로 협박했다.

- 윤후덕 의원 측이 운영진의 SOS 문자를 K씨에게 보내 논란이다.

▲ 운영진은 윤 의원에게 K씨가 감사를 빨리 받게 하고, 교육청이 강력한 행정적 처리를 하도록 도와달라는 문자를 보냈는데, 윤 의원이 문자를 그대로 K씨에게 보냈다. 우리는 K씨를 설립자라고 칭한다. 이사장이라고 하고 싶지도 않고, 법인도 아닌데 이사장이 어딨는가. 그러나 윤 의원 측은 K씨를 이사장님이라고 표현하더라. 왜 우리 문자를 K씨에게 보냈냐고 윤 의원 측에 얘기했더니 ‘이사장님이 해명 좀 하시라고 보냈다’고 말하더라. 우리는 윤 의원에게 8번 전화, 4번의 문자, 2번의 카카오톡 메시지까지 보냈다. ‘우리 얘기는 들어주지 않고 왜 문자를 그대로 보냈냐’고 했더니 윤 의원 측은 ‘그분(K씨)도 할 말이 많더라구요’라고 설명하더라. K씨의 해명은 들으면서, 우리 얘기는 듣지 않고 전화도 안 받느냐고 따졌다.

이후 이런 내용이 언론 보도되니까 그때서야 윤 의원이 직접 운영진에게 전화해서 의원실에서 만나자고 하더라. 이 때문에 운영진은 의원실로 가려는데, 선생님들에게 전화가 왔다고 한다. 이들은 ‘의원실 가시죠? K목사가 지금 (유치원) 교무실에 와서 그것(운영진)이 왜 거기를 찾아가냐고 소리를 지르고 있다. 본인도 목사 20명 데리고 의원실 찾아가겠다고 언성을 높인다’고 운영진에게 설명했다. 운영진은 의원실 쪽에 전화해서 ‘왜 내가 윤 의원 만나는 것을 또 전달했냐. 그렇게 K씨와 친하냐’고 지적했다. 그랬더니 보좌관은 ‘다른 건으로 통화했다’고 하더라. 이에 운영진은 ‘거짓말하지 말라. 지금 K씨가 의원실에 목사 20명을 데리고 간다는 소리를 선생님들이 다 듣고 있다’고 했더니 얼버무리더라.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