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개원을 15일 여 앞두고 정치권의 스토브리그도 서서히 막을 내리는 분위기다. 선수 스카우트, 연봉 협상 등을 하는 프로스포츠계의 스토브리그처럼 국회의원들도 스카우트 등을 통해 보좌진을 새로 구성하고 조직을 가다듬는 등 개원을 앞두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스토브리그가 막을 내리기 시작하면서 일부 보좌진은 구직 활동을 아예 포기하고, 실업 급여 등을 받으며 후일을 도모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반면 구직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는 보좌진은 온갖 인맥을 동원해 당선자들로부터 선택받기를 바라고 있다. 당선자들은 자신과 호흡이 잘 맞는 인사들을 뽑기 위해 궁합등을 보는 등 보좌진 구성에 신경을 쓰고 있다. 여의도 스토브리그, 그 치열한 현장을 따라가봤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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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력서 받아놓고 궁합 보는 당선인도 있다!
-180석 민주당 골라서 가고’ 103석 통합당 구직활동 포기속출

자리는 구했니?”, “못 구했어”. “○○○ 보좌관은 어느 방으로 갔더라

요즘 의원회관에서 만나는 사람들마다 하는 말이 대부분 보좌진의 구직활동에 관한 얘기가 수없이 나오고 있다. 심지어 아직까지 취직을 하지 못한 일부 보좌진은 국회 대관업무를 보고 있는 기업 관계자들에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자리 좀 알아봐주세요라고 말할 정도로 구직활동이 한창이다.

20대 총선에서 낙선한 의원은 모두 144명이다. 의원 한명 당 인턴을 포함해 최대 9명까지 보좌진을 둘 수 있다. 직급별로 4급 보좌관 2, 5급 비서관 2, 69급 비서 각각 1명씩이다. 이를 계산하면 약 1300명의 보좌진이 이달 말까지 새 직장을 구하지 못하면 백수신세가 된다. 그나마 177석의 슈퍼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 보좌진도 당선인에게 이력서를 제출하고 면접을 보는 구직활동에 대한 어려움은 있지만 미래통합당보다는 상황이 매우 좋은 편이다.

러브콜쇄도 민주당 보좌진 6~9급 구직 치열

실제 더불어민주당의 현재 의석은 128석이다. 21대 국회에서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당선인 17명 가운데 소수정당 출신인 용혜인, 조정훈 당선인과 부동산 의혹으로 제명된 양정숙 당선인 등 3명을 제외한 14명의 비례대표 당선인이 민주당 소속이 된다. 이에 따라 민주당 의석은 지역구 163석에 비례대표 14석을 합쳐 177석이 됐다. 이에 따라 500여명의 보좌진을 새로 충원해야 한다.

민주당 한 당직자는 검증된 보좌진 수는 한정돼 있다보좌진을 영입하려는 의원들의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보좌진은 여러 곳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초선 당선인 3명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은 민주당 한 보좌관은 모시는 의원들이 공천에서 떨어졌으나 다행히 러브콜을 받았다. 같은 방 식구 일부를 데리고 가고 싶지만 당선인이 선거 캠프에서 뛴 개국공신 일부를 국회에 데리고 오고 있다그동안 손발을 맞춘 같은 방 식구를 데리고 가면 좋은데 상황이 녹록치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선인과 논의를 해보고, 손발을 맞췄던 보좌진 일부를 채용해주는 당선인과 일을 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선거운동 내내 무급으로 고생을 함께한 사람들을 쉽게 내칠 수 없다보니 이런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한 보좌관은 요즘 당선인들이 4급 보좌관, 5급 비서관은 국회에서 채용해도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행정비서 등은 누구나 다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 아무나 고용해도 된다는 분위기가 있다보좌관 자리는 구직활동에 다소 어려움이 덜하지만 직급이 낮은 보좌진들의 구직활동은 매우 치열하다고 전했다. 통합당 보좌진의 경우 직급을 낮춰서라도 민주당에 노크하고 있어, 민주당 보좌진의 구직활동도 다소 힘들다는 후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민주당은 미래통합당, 민생당 출신 보좌진 등을 채용할 때 검증을 철저히 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민주당은 총선 승리 이후인 지난달 24일 윤호중 사무총장 명의로 각 의원실에 21대 국회 보좌진 구성 안내공문을 보내 타당 출신 보좌진 임용 시 정밀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특히 해당 행위 전력과 관련, ‘이번 총선에서 민생당 일부 보좌진은 우리 당 후보 비방 및 네거티브로 해당 행위에 준하는 행위를 했다’, ‘통합당 보좌진의 경우 지난해 4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국회에서 우리 당 보좌진과 물리적 충돌이 있었음을 양지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사실상 야당 출신 보좌진 채용을 금지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슈퍼갑된 통합당 당선인들, 평판조회 기본, 관상까지

총선에서 참패한 통합당 보좌진은 심각한 구직난을 겪고 있다. 20대 총선에서 122명을 배출한 새누리당(미래통합당 전신)20대 막판 112석으로 의석수가 줄었다. 여기에다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에 참패하면서 통합당은 지역구 84곳에서만 승리했다.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19석을 확보했다. 기존 통합당 의원 77명도 방을 빼게 되면서 600여 명이 넘는 보좌진이 일자리를 찾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당선인도 선거기간 동안 동고동락했던 보좌관들을 데리고 올 가능성이 높고, 박근혜·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인사들까지 구직활동에 뛰어들면서 구직 장벽은 더더욱 높아졌다. 21대 국회에 처음 입성하는 의원실로 옮긴 보좌진이 한 명도 없는 의원실도 있을 정도다.

과거와 달라진 점이기도 하다. 예전만 해도 초선 의원들이 국회 근무 경험이 많은 보좌관을 찾느라 동분서주했다. 보좌진 공급이 대거 늘어난 요즘은 당선인들도 입맛에 맞는 보좌진을 골라 뽑는다. 당선인들이 슈퍼 갑이 된 것이다.

중진의원실에서 일하는 한 보좌관은 초선 당선인들이 연락을 주겠다고 하고, 계속 확답을 주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보좌진들이 넘쳐나다 보니 상상도 하지 못한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평판조회는 기존이고, 낙점자가 있음에도 보좌진 면접을 계속 보는 경우도 있다. 더 나아가 궁합에 관상까지 보는 당선인도 있다.

실제 한 초선 당선인은 이미 낙점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좌진 채용 면접을 실시했다는 후문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면접에 응한 보좌진들은 망연자실했다. 또 다른 초선 당선인 A, B는 최근 보좌진과의 궁합을 보좌진 선출 최우선 기준으로 정했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있다.

통합당 한 보좌진은 당선인들에게 이력서가 쏟아지다보니 이력서를 기반으로 궁합을 보는 역술인에게 이력서를 전달해줘 자신과 잘 맞는 보좌진을 뽑은 것으로 알고 있다경력은 물론 능력도 당선인 마음에 쏙 들었으나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A당선인으로부터 선택을 받지 못했다고 귀띔했다. 실제 보좌진 사이에서 “C 보좌관 궁합이 맞지 않아 떨어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또 한 당선인들은 관상을 잘 보는 사람을 대동해 면접을 본다는 소문까지 나돌 정도다. 뿐만 아니라 일부 당선인들은 이름 있는 중진 의원실 보좌진만 채용한다거나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출신만 뽑는다는 얘기도 나온다.

보좌진에게 이번주 안에 연락드리겠다고 해놓고 연락도 주지 않은 채 계속적으로 면접만 보는 당선인도 있다. 이 외에도 불출마한 의원실 보좌진에게 채용 약속과 함께 선거를 같이 뛰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당선된 뒤 채용 약속을 깨버리고, 다른 보좌진을 찾는 당선인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낙선한 의원들 중 일부는 자존심을 버리고, 당선인과 면담을 통해 자신이 데리고 있는 보좌진 1명만 써달라고 요청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처럼 구직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보좌진들은 모든 인맥을 동원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낙선한 한 의원실 보좌관은 지금은 의원 은 이미 안통한지 오래라며 당선인과 교감하는 인사가 있다면 무조건 SOS를 칠 정도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보좌진들 사이에서도 수저 계급이 존재한다는 농담까지 나온다. ‘금수저는 의원의 친인척이거나 선거를 도와준 사람들의 친인척 보좌진, 아니면 지역에서 영향력 있는 사람의 보좌진이다.

반면 능력이 있어도 줄도 빽도 없어 흙수저신세인 보좌진도 많다. “이력서를 아무리 내도 전화는커녕 면접조차 보지 못했다는 푸념이 들려온다.

구직활동 포기하는 통합당 보좌진

이런 가운데 통합당 일부 보좌진은 아예 구직활동을 접고, 실업 급여를 받으며 국정감사 이후에 구직활동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통합당 한 보좌관은 보좌진의 연령이 낮아지다 보니 구직활동을 아예 포기했다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더욱이 6~9급 보좌진들은 아예 직급을 낮춰 하향 지원하기도 한다. 한 비서관은 지금은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인력시장에 내몰리는 낙선 의원 보좌진들의 처지가 그 어느 때보다 고달프다<이기우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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