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240조 원ㆍ 美 2조2343억 달러ㆍ日 108조엔...'퍼펙트 스톰' 우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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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코로나19 공포로 얼어붙은 시장에서 세계 경제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국 정부도 이번 사태 극복을 위해 240조원이 넘는 천문학적 재정, 금융지원을 동원할 뜻을 밝혔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각국도 적극적 재정 투입으로 코로나19 극복에 힘을 쏟고 있다.

앞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과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에 이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의 까지 금리 인하, 양적완화 확대를 포함한 돈 풀기 패키지를 선보이며 자국 보호에 나섰다.

코로나19의 팬데믹 선언 이후 세계 경제가 엄청난 타격을 받고 있다. 국내 경기 또한 최근 코스피 장중 8%까지 폭락해서 1700선이 붕괴되면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기도 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글로벌비즈니스얼라이언스(GBA)가 200여개 글로벌 기업들을 대상으로 포스트 코로나 경제전망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응답기업의 77%는 미국이 코로나19로 인해 무역, 인수합병, 정부조달 등에서 보호주의 경향으로 더욱 변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69%는 미국 외 다른 선진국에서도 보호무역 기조가 더 강화될 것이라고 답했다. 전염병에서 자국민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국경장벽을 높이면서 교역 역시 위축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암울한 전망이 이어지면서 각국 정부는 돈 풀기로 맞서고 있다. 우리 정부는 항공산업이 고사위기에 처하자 국책은행을 통해 3조원대 자금을 풀었다.
여기에 기간산업 안정기금 40조원, 채권안정기금 20조원에 소상공인 대출, 고용안정기금 확충까지, 동원할 돈은 천문학적 규모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월22일 "직접적인 지원은 240조 4000억원 정도가 된다는 것을 먼저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사상 최대 규모 부양책 가동   

일본도 지난 7일, 긴급사태를 선언하고 총 108조엔(1220조원) 규모 경기부양책을 내놓았다. 2009년 금융위기 당시 56조엔 경기부양책의 두 배에 해당한다. 39조5000억엔은 재정 지출로 층당하고 14조5000억엔 규모의 국채도 발행할 계획이다.

일본의 경기부양책은 코로나19로 소득이 감소한 개인과 매출이 감소한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 그리고 코로나19 종식 이후 빠른 회복을 위한 대책으로 나뉜다.

개인과 기업에 대한 직접지원은 6조엔 규모로, 소득이 감소한 가구에는 30만엔을 지급한다. 아동 양육 가구에는 아동 1인당 1만엔의 수당을 더 지급하기로 했다. 매출이 급감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게는 각각 최대 200만엔과 100만엔을 지원한다. 또 법인세와 사회보험료 납부를 1년 유예해주고 3000만엔 한도 내에서 무이자 융자를 지원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심각한 영향을 고려해 강력한 정책 패키지를 마련했다"며 "주요국과 비교해 작지 않은 규모"라고 강조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 보다 앞선 지난 3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리 인하 폭이 가장 크다. 이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는 1.00~1.25%가 됐다. 연준은 성명서에서 "미국 경제 펀더멘털은 여전히 강하다"면서도 "코로나바이러스가 경제 활동에 점차 발전하는 위험을 가하고 있다.

이런 위험 속에서 완전고용과 물가 안정 목표 달성을 지원하기 위해 금리를 0.5%포인트 낮추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연준은) 경제 전망에 대한 영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적절하게 도구를 사용하고 행동할 것"이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기준금리 인하 발표 직후 트위터를 통해 추가 인하를 주문했다. 그는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공격적으로 금리 인하에 나서는 점을 언급하면서 "우리는 평등한 입장에서 경기하고 있지 않다. 미국에 공평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마침내 연준이 (과감한 기준금리 인하를) 주도할 시간이다. 추가 완화와 (금리) 인하!"라고 적었다.

앞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28일 긴급성명을 통해 "연준이 (코로나) 상황 전개와 경제 전망에 미치는 시사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연준이 갖고 있는 정책 수단들과 적절한 행동을 취할 것"이라며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2일(현지시간) 긴급 성명을 통해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어 그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며 “ECB는 필요에 따라 (경제와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ECB가 성명을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10.4%에 해당하는 2조2343억달러를 코로나19 대응에 지출한다.

이는 미국의 올해 예산의 절반(47.5%) 수준으로, 주요국 가운데 GDP 대비 비중이 가장 크다. 대기업 지급보증 같은 기업 지원에 8,500억달러(38.0%)가 투입되며, 현금 지급, 실업보험 등 생계ㆍ고용 지원에도 5,515억달러(24.7%)를 지출할 계획이다.

돈 풀기 효과에 의문 여전해

일각에서는 경기가 불황에 처할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돈 풀기’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을 표한다. 유동성 확대의 함정은 증가된 유동성만큼 생산-분배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자산 버블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코로나19가 진정된 후 넘쳐나는 유동성을 다시 회수하려 할 때 자산 버블이 붕괴하면서 또 다른 불황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늘어나는 빚 걱정에도 코로나19 사태의 충격이 가실 때까지 각국에서 재정의 역할이 전례없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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