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자회사 설립 강행 … 한해총 "철회 요청" 반발

 

[일요서울l이범희 기자] 포스코가 물류법인 연내 설립을 발표하자 해운업계와 물류 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포스코는 최근 물류통합 운영법인 ‘포스코GSP(Global Smart Platform)(가칭)’ 를 연내 출범한다고 밝혔다.

물류 통합법인은 포스코 및 그룹사 운송물량의 통합계약과 운영관리를 담당하고, 물류파트너사들의 스마트·친환경 인프라 구축을 지원해 물류 효율과 시너지를 제고해 나갈 계획이다. 이 소식이 알려진 직후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회장 강무현 전 해양수산부 장관)는 포스코의 물류자회사 설립에 반발했다. 양측의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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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는 지난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현재 철강원료 구매, 국내외 제품 판매와 관련된 각종 운송계약이 포스코 내부의 여러 부서에 분산되어 있고, 포스코인터내셔널, SNNC, 포스코강판 등 계열사별로 물류 기능이 흩어져 있다"며 "이를 하나의 회사로 통합해 중복과 낭비를 제거하여 효율성을 높이고, 전문성을 강화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계열사를 포함한 지난해 물동량은 약 1억6000만톤, 물류비는 약 3조원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물류업무가 회사별, 기능별로 분산되어 판매 및 조달의 지원 기능으로만 운영되는 등 효율성과 전문성 제고가 시급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포스코는 "중후장대한 철강업 특성상 물동량이 많아 유럽, 일본, 중국의 글로벌 철강사들은 물류 효율성 및 전문성 제고를 위해 이미 물류 전문계열사를 운영하고 있다"며 "물류통합 법인은 원료 및 제품의 수송계획 수립, 운송 계약 등의 물류서비스를 통합 운영해 효율성을 높이고, 인공지능과 로봇기술 기반의 물류 플랫폼으로 성장할 계획이다"라는 포부를 드러냈다.

물류기능 고도화로 중복과 낭비 제거

또한 "물류통합 법인은 엄격해지는 국제환경규제에 대응해 물류파트너사와 함께 친환경 물류 인프라를 구축해 나간다"며 "국내 해운·조선사와 협업해 선박 탈황설비 장착 및 LNG추진선 도입 지원, 디젤 엔진 등으로 작동하는 항만 설비의 전기동력으로의 전환 지원, 친환경 운송차량 운영 지원 등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고 동반성장을 위해 화물차주 대상으로 운송 직거래 계약을 도입한다. 화물차주가 직접 입찰에 참여하고, 화물운송, 운송료 정산까지 할 수 있는 모바일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물류통합 법인 설립에 앞서 포스코는 포항과 광양제철소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육상 운송에 직접 참여할 의향이 있는 개인 화물차주 모집을 시작했다. 시범 사업으로 시행되는 이번 화물차주 직거래 계약·운송은 6월부터 시범 운영을 거쳐 개선사항 등을 반영해 물류법인 설립시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해운 항만 물류 등 해양산업 55개 단체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는 포스코의 물류자회사 설립에 반발했다. 전략물자를 다루는 대량화주인 포스코가 물류자회사를 설립하면 해운업 진출로 귀결돼 해운산업 생태계를 취약하게 만들 것이라는 이유다. 한국전력이나 가스공사와 같은 다른 대량화주가 해운·물류산업에 진출하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도 따랐다.

해양산업계는 연간 제철원료를 8000만톤 수입하고 2000만톤의 철제품을 수출하는 포스코가 물류자회사를 설립하면 국내 해운물류생태계가 파괴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해운업 진출 교두보를 마련한 것

한해총은 지난달 28일 문재인 대통령 등에게 보낸 청원서에서 "수입원료와 수출제품을 전부 선박으로 운송해야 하는 만큼 (포스코는) 국내 물류분야 협력업체들에겐 젖줄과도 같은 기업"이라며 "이런 기업이 물류자회사를 설립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제3자 물류기업의 희생을 담보로 자신의 배를 불리겠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포스코 물동량을 운송해 오던 해운·물류기업 입장에서 물동량이 사라지게 될 수 있어 반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같은날 부산항을사랑하는시민모임과 부산항발전협의회 등도 ‘통합물류자회사 설립 즉각 중단’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 자회사 설립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포스코의 물류자회사 설립은 코로나19 충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산지역 해운물류 관련 기업들을 더욱 궁지로 몰고 있다”며 “세계 최강의 철강기업 포스코의 물류자회사 설립은 물류 중소기업에게는 충격적”이라고 반발했다.

이어 “포스코의 지난해 물류비 규모는 매출액 대비 11%인 약 6조6700억원에 이르는데 이는 해상운송·항만하역·창고보관·육상운송 부문의 물류기업 수십개사의 매출액을 합한 규모”라며 “대기업의 물류자회사 설립은 제3자 물류육성이라는 정부의 방침에도 어긋날뿐더러 부산경제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한편 포스코는 해운법에 따라 대량화주가 해상운송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엄격히 제한되고 있으며, 포스코는 해운업은 물론 운송업에 진출할 계획이 없다는 뜻을 보였다.

통합법인 설립 이후 물류 효율성 제고 및 전문성 강화를 통해 그룹 내 시너지 효과를 내면, 그 성과의 공유는 물론 장기 전용선 계약을 비롯한 기존 물류 파트너사들과의 계약 및 거래 구조도 변동없이 유지하는 등 상생 협력을 이어나갈 계획이라는 것.

하지만 해운물류업계는 포스코가 결국 해운업에 진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영무 한국선주협회 부회장은 모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포스코가 지금은 해운업에 진출을 안 한다고 하지만 회장이 바뀌면 달라질 것"이라며 "물류자회사를 설립해 해운업 진출 교두보를 마련한 것"이라며 관련성을 의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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