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확산 국면 속 文 신임 받는 鄭…‘탄탄대로(坦坦大路)’

[일요서울ㅣ조주형 기자] 정부 고위 관계자 A씨는 지난 14일 오전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에 대한 WHO(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설에 대해 알고 있다”고 전했다. 관가의 화두는 ‘정 본부장의 향후 WHO 간부직 선임 가능 여부’다. WHO 외에도 준 장관급의 ‘1호 독립기관장 탄생 가능성’ 또한 초미의 관심사다. 바로 ‘질병관리본부’의 ‘청(廳)’ 승격 이후 기관장으로 낙점된 것 아니냐는 것.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7월 정 본부장을 임명한 이후 각종 포상을 하면서 신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 본부장은 향후 어떤 자리로 가게 될까.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이 2일 오후 충북 청주 질병관리본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발생 현황 브리핑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2020.03.02. [뉴시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이 2일 오후 충북 청주 질병관리본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발생 현황 브리핑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2020.03.02. [뉴시스]

 

-민주당 “WHO 사무총장, 충분히 가능…하지만 文이 놔줄까”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을 두고 거론되는 이른바 ‘고위직 선임론’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관가에서 널뛰듯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특급 인사’라는 것에 이어 대통령의 신뢰까지 더해지는 모양새가 되면서 공직사회가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기승을 부리던 지난 2015년 5월,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였던 문 대통령이 질병관리본부를 방문했다. 질본의 정 예방센터장이 문 대통령을 맞이했는데, 2년 후 문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정 센터장은 본부장이 됐다. 이는 파격 인사다. ‘실장’을 건너뛴 데다 지난 2004년 질본 승격 이래로 지휘봉을 잡은 첫 여성 본부장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신임 또한 남다르다. 지난 1월 문 대통령은 정 본부장과 통화해 질본 직원들을 격려했고, 2월에는 남대문시장에서 정 본부장 등을 비롯한 질본 직원들을 위한 건강 제품을 구매했다. 지난달에는 ‘갈비찜’을 들고 질본을 방문했다.

심지어 정부조직 개편 또한 예고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시킬 것”이라고 발언했다.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감염병 관리 및 대응 체계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정 본부장을 비롯한 질본이 향후 탄탄대로(坦坦大路)에 올라섰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부 인사만 봐도 아니라고 할 수 없다. 차관급인 정 본부장의 경우 상황이 상황인 만큼 문 대통령의 각별한 관심을 받고 있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향후 질본이 보건복지부의 독립 외청으로 확대·개편 됐을 때 다시금 파격 인사가 될 공산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보다 급이 낮은 차관급 인사가 오히려 대통령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데다, 지난 2월 정 본부장의 “‘심각’단계로 상향 조정을 건의 중”이라는 발언까지 이어지며 장관급 인사들이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한 것이다. 결국 정 본부장에 대한 대통령의 신임이 높다는 뜻이다. 정 본부장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는 까닭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 긴급상황실을 방문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분투 중인 정은경 본부장을 비롯한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2020.03.11.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 긴급상황실을 방문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분투 중인 정은경 본부장을 비롯한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2020.03.11. [뉴시스]

 

文, 3주년 연설 통해 ‘질병관리청’ 약속…鄭, 초대 청장?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시키겠다”며 “국회가 동의한다면 보건복지부에 복수차관제도를 도입하고자 한다”고 발언했다. 이어 “국립 감염병연구소 설립도 추진하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바로 ‘정부 조직 개편론’이다. 관가에선 이미 문 대통령이 언급한 ‘질병관리청’의 초대 기관장으로 정 본부장이 거론되고 있다. 여당을 비롯한 일부 전문가들 또한 이번 코로나19 확산 사태에 따라 외청으로의 확대·개편을 요구하고 나섰다.

기모란 국립암센터대학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지난 13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질본의 보건복지부 ‘독립 외청’은 이번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장기적인 대비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문 대통령이 3주년 특별 연설에서 밝힌 ‘질본의 역할 확대’에 대해 동의하는 입장인 셈이다.

현재 질본은 차관급 기관장을 둔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으로, 그 뿌리는 지난 1963년 국립보건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다 지난 2004년 ‘질병관리본부’로 승격됐다. 이어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외청화가 공론화됐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인사권 및 예산권 등에서 장관의 승인이 유지됐다. 물론 지방 조직 또한 집행이나 관리 권한은 없다.

대한의사협회 과학검증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재욱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도 14일 오전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현재 보건복지부의 질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업무를 위탁 사무로 보고 있는 질본의 경우 산하기관이기 때문에 예산권이나 인사권에 대한 자율성이 경직돼 있다”며 “게다가 질본의 지방 조직이 없기 때문에 직접 행정을 집행하는 것도 제한된다”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질본이 외청으로 승격됐을 경우 자체 독립적인 기관장이 된다고 내다봤다. 이럴 경우 최종적으로 예산 및 인사 편성권에서 우선적으로 별도 편제가 가능하다. 규정에 따르겠지만, 자율 재량권이 질본에서의 권한보다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외청으로 독립했을 경우, 기관장의 인사 자율권은 보다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는 사무관급 이상 공무원에 대한 인사 조치 시 복지부의 승인이 필요했다. 그러다보니 복지부의 입김에 따라 질본의 영향력이 갇히는 형국이 된다는 비판이 있어 온 게 사실이다. 예산 또한 복지부 예산을 통해 계획되기 때문에 복지부의 기타 사업에 따라 크고 작은 영향을 받아 왔다.

이어 최 교수는 “기존 조직 체계 또한 승인 소요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질본의 경우 감염병 관리에 대한 지침 집행 시 지방정부의 승인을 협조 받아야 지침 집행을 할 수 있는데, 지역본부 등이 생기게 되면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소요를 보다 단순화시킴으로써 행정 효율이 상승하게 된다는 것.

최 교수는 “대표적으로 출입국 관리사무소의 경우, 외교부로부터 협조 공문을 받는 과정이 동반되는 ‘이원적 협조 관계’에 있는 게 바로 질본”이라고 지적했다. 직접 명령할 수 없으니 발생하는 대표적인 사례인 것이다. 그러면서 최 교수는 “코로나19에 이은 각종 위험한 질병 등에 대한 대처를 위해서라도 외청 승격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면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고, 구체적인 부분은 조금 더 논의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관가에서는 이미 정 본부장에 대한 하마평이 있어 왔고, 문 대통령이 신임하는 모양새가 빚어지면서 국내 안팎을 막론한 ‘고위직’은 ‘따놓은 당상’ 아니냐는 시선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시킨 후 초대 청장을 정 본부장으로 임명하는 수 외에도 WHO 사무총장 등 유엔(UN) 산하 기구 등으로 지원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과연 그건 가능한 일일까.
 

세계보건기구(WHO) 로고. [WHO 제공]
세계보건기구(WHO) 로고. [WHO 제공]

 

故 이종욱 박사, 6대 WHO 사무총장 역임…가능할까

지난 14일 오전 일요서울과 통화한 정부 고위 관계자 A씨의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에 대한 WHO(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설에 대해 알고 있다”는 발언은, 이미 공직사회에서 정 본부장의 향후 행보에 지대한 관심이 쏠려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는 공직사회가 인사권으로 연결돼 있다 보니 인사권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정 본부장은 WHO 사무총장이 되는 데에 힘을 받을 수 있을까.

기모란 교수는 지난 13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단번에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기 교수는 “WHO 사무총장의 경우, 이미 지역별로 순환하면서 후보가 나오는데, 우리나라는 이미 故 이종욱 교수가 사무총장이 된 적이 있는 데다 지역별로 순서를 기다리고 있어서 동일 지역구 동일 국가에서 재차 후보를 내기란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WHO의 6대 사무총장이었던 故 이종욱 박사, 그의 동생인 이종구 전 질본 본부장은 지난 12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최근 정치권에서 거론되고 있는 ‘정 본부장의 WHO 사무총장설’ 등에 대해) 뭐라 말씀드릴 입장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 또한 지난 14일 오전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내놨다. 결국, 정 본부장이 후보로 나서더라도 쉽지 않다는 뜻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일요서울은 WHO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듣고자 지난 14일 유엔(UN) 관계자 등과 통화를 시도했다. 해당 관계자는 이날 일요서울에 “WHO는 유엔 산하의 보건 분야 기구로, 한국은 지난 1949년 가입했다”며 “故 이종욱 박사가 지난 2003년 제6대 WHO사무총장으로 취임한 바 있다”고 알렸다.

WHO의 역할은 세계 보건 관련 표준을 만들고, 회원국의 공중보건행정 강화 및 확장을 통한 인류의 건강 수준 향상이다. 국제보건사업을 위한 지도적 기구의 성격을 갖고 있기도 하다.

관계자 등에 따르면 가입국은 총 190여 개국에 달한다. 이들 190여 개국은 2017년 5월부터 WHO 집행위원회가 후보 1명을 선출하는 방식을 탈피, 전체 회원국이 참여하는 직선제 방식으로 신임 사무총장을 선출했다. 우리나라는 故 이종욱 박사가 6대 사무총장을 맡았다.

그런데 핵심은 ‘보건기구의 6개 지역’에서 비롯된다. WHO는 회원국을 대륙별로 6개 지역으로 구분한다. 이들 대륙별로 균등한 지역 배분을 통한 ‘형평성’을 강조하는 기구다. 따라서 사무총장을 비롯한 각종 회의 등에서도 지역에 따른 안배의 원칙이 적용된다. 그러다 보니 이미 6대 사무총장을 우리나라에서 냈기 때문에 이어 또다시 ‘우리 차례가 오기에는 어렵다’는 기 교수의 설명과도 일맥상통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 본부장의 차기 WHO 사무총장설’에 대해 알고는 있으나 한편으로는 “어려울 수도 있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일요서울에 “WHO 사무총장의 경우, 투표를 통해 회원국들이 선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들이 얼마나 지원해 주느냐에 따라 결정될 수도 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며 “다만, 국제 정치적 관계에 대한 이해 요소가 고려될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문 대통령의 신임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만큼, 정 본부장의 향후 행보에 대해 정치권을 비롯한 공직사회가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생리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점이 언급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국내의 ‘코로나19’ 확산 국면이 소강상태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WHO 사무총장’이나 ‘질병관리청’으로 가게 될 것인지의 여부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내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이미 장기전으로 가는 상황에 처했다는 점이다.

앞서 기 교수는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장기전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결코 끝나지 않았다는 점을 시사한다. 따라서 코로나19를 잡아야 하는 정 본부장 또한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대통령 취임 3주년 특별연설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0.05.10.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대통령 취임 3주년 특별연설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0.05.10. [뉴시스]

 

코로나19 재확산 국면…“문 대통령이 놔줄지 모르겠다”

올해 초부터 한국 사회를 뒤흔든 ‘코로나19’는 지난 1월 첫 사망자를 시작으로 2월 들어 폭증했다. 지난 3월 말까지 확진자는 1만 명을 돌파, 지난달 30일까지 1만700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사망자는 무려 247명에 달한다.

그러다 이번 달 들어 신규 감염자 보고가 일일 한 자릿수대를 나타냈다. 이에 대해 외신에서는 일명 ‘K-방역’이라며 관심을 보이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까지 나서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이런 흐름을 타고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일부 완화’를 발표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달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통해 “내일부터 5월5일까지 사회적 거리두기의 근간을 유지하며 일부 제한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여당도 예외는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9일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를 재가동했다. 당시 이낙연 코로나19 국난극복대책위원장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일(29일) 첫 회의를 열고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여부 등 방역대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코로나19’는 확산세로 돌아섰다. 이번 달 초 길어진 연휴 동안 대량 확진자가 나오면서 ‘코로나19’ 사태는 다시금 폭증하는 양상을 보인 것. 지난 6일을 시작으로 점차 그 수가 늘기 시작하더니 9일 43명, 11일 94명, 12일 111명의 누적 확진자가 집계됐다. 즉, 2500만 명 이상이 밀집한 수도권에서 서울 이태원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세를 보인 것이다. 이에 ‘사회적 거리두기’ 일부 완화를 시행했던 정부여당에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이를 두고 최 교수는 “코로나19에 대한 산발적인 집단 감염에 앞서 정부는 일상으로 돌아가도 된다는, 문제 없을 것이라는 식으로 전달한 정부의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코로나19’ 재확산 국면에 처한 정부여당은 정 본부장을 어떻게 기용할까. 민주당 관계자는 “(WHO 사무총장 관련해)임기 문제가 걸리지만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며 “다만 문 대통령이 임기 끝까지 귀하게 쓰실 생각이라는 게 분명해 놔줄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정 본부장을 ‘WHO 사무총장’으로 지원할 것인지, 문 대통령이 언급한 ‘질병관리청’의 기관장을 맡길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2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참석, 회의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2020.03.24. [뉴시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2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참석, 회의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2020.03.24.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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